시장작강의 - (394) 시 합평의 실제 2 - ⑥ 장미순의 ‘거리두기’/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
시 합평의 실제 2
네이버블로그 http://blog.naver.com/kbh9620/ 사회적 거리두기 5단계로 시행
⑥ 장미순의 ‘거리두기’
<원작>
거리두기/ 장미순
한잔에 알코올 반 너의 눈물 반을 섞어 마신다
두 잔에 너의 눈물 반 나의 넋두리 반을 받아 삼킨다
마주 앉은 너의 눈동자에 취한 밤
깨지고 뒤집어지는 고통에 눈뜬 숱한 아침
외로움은 손톱 밑 때처럼 쌓인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하나라고 억지 부려보지만
아무리 부둥켜안아도 피부를 경계로 여전히 둘이다
하나 될 수 없는 서로는 무언가를 남긴다
달팽이는 바닥에 축축한 흔적을 남기고
바람은 갈대에게 흔들렸던 흔적을 남긴다
너 남긴 것을 셈하니 억울하고
나 준 것을 셈하다 미안해졌다
둘을 모르는 어리석은 셈하기를 하다
하나에게 거리두기를 붙여주었다
봄날, 공원 잔디밭에 한 평 돗자리를 편다
촘촘한 야채들을 싼 김밥 가득한 통 가운데 두고 앉은
두 사람 사이로 바람이 불고 햇볕이 춤춘다
<합평작>
거리두기/ 장미순
마주 앉은 눈동자에 취한 밤,
돌아서는 어깨 위에 허기가 쌓이고
깨지고 뒤집어지는 고통으로 눈뜬 아침,
외로움은 손톱 밑의 때처럼 쌓인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하나라고 억지를 부려보지만
부둥켜안아도 몸뚱이는 여전히 둘이다
하나가 될 수 없어 서로는 무언가를 남긴다
달팽이는 바닥에 축축한 흔적을 남기고
갈대는 바람에 흔들렸던 기억이 있다
네가 준 것을 셈하니 억울하고, 내가 준 것을 셈하다 미안해졌다
둘은 모르는 셈을 하다가 거리두기를 붙여주었다
봄날, 잔디공원에 돗자리를 폈다
야채가 촘촘히 박힌 김밥을 가운데 두고 앉은
두 사람 사이로 바람이 분다
<시작노트>
‘거리두기’라는 말이 일상화되었습니다.
코로나19의 영향인 듯합니다.
그러한 거리두기를
사람의 감정의 거리에
초점을 맞춰보았습니다.
<합평노트>
슬프지만, 인정하기 싫지만, 부부도 연인도 거리두기가 필요합니다.
적당한 거리를 인정하는 것은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
내 생각, 내 행동과 똑같지 않다면서 앙탈부리고 욕심 부리며
연인에게서 내 모습을 보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인간의 속성을 작품으로 형상화했군요.
김밥을 사이에 놓고 거리를 두고 앉은 두 사람이 선명히 그려집니다.
제1연의
“한잔에 알코올 반 너의 눈물 반을 섞어 마신다/ 두 잔에 너의 눈물 반 나의 넋두리 반을 삼킨다”라는
구절을 삭제합니다.
그러한 전제 없이 제3행부터 시작하는 것이 더 신선하기 때문입니다.
굳이 수식하지 않아도 의미가 통하는 부분과 진부한 표현은 삭제했습니다.
원작과 합평작을 대조하며 살펴보시면 시의 길이 보일 것입니다.
< ‘안현심의 시창작 강의노트(안현심, 도서출판 지혜, 2021)’에서 옮겨 적음. (2022.12. 1. 화룡이) >
[출처] 시장작강의 - (394) 시 합평의 실제 2 - ⑥ 장미순의 ‘거리두기’/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