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422) 시 합평의 실제 3 - ② 김주희의 ‘봄의 연인’/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
시 합평의 실제 3
Daum카페 https://cafe.daum.net/onlylovemountain/ 봄의 연인
② 김주희의 ‘봄의 연인’
<원작>
봄의 연인/ 김주희
창문 밖 봄비소리에 새벽잠을 깨어보니,
함초롬 물기 머금고 흔들리는 꽃잎들,
저리도 창백한 피부결, 선홍빛 저 입술, 보랏빛 눈동자,
결 고운 노랑머리, 복사꽃 볼에 누가 포옹했을까?
별님이 붓끝으로 칠해놓고 꽁지 뺐는지,
달님이 파스텔가루 한 움큼 뿌려놓고 다녀갔는지,
해님이 동틀 무렵 광속으로 훑고 지나갔는지,
땅속 어느 틈에, 숨겨둔 물감항아리 있어
물관 타고 꽃물 번졌는지,
봄이 이리도 설레는 것은
그대가 오기 때문이지,
새벽이슬 자박자박 밟으며
그대가 오기 때문이지,
<합평작>
누가/ 김주희
물기 머금고 흔들리는 꽃잎들
창백한 피부, 선홍빛 입술, 보랏빛 눈동자
결 고운 노랑머리, 복사꽃 볼
누가 포옹했을까?
땅속 어느 틈에
숨겨둔 물감항아리 있어
꽃물 번졌을까?
<시작노트>
봄은
참으로 신비롭습니다.
파스텔 가루처럼 부드러운 빛을
온갖 꽃들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봄의 현상을
시로 형상화해보고 싶은데
머릿속에서만 현란하게 풀어질 뿐
언어로 표현할 수가 없네요.
지도해주셔서
늘 고맙습니다.
<합평노트>
시를 대폭적으로 재편해야 하는데,
우선 제2, 3, 4연을 삭제하고 합평작처럼 수정합니다.
구체적인 수정 양상은 원작과 합평작을 대조하며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제1연의
“누가 포옹했을까?”라는 표현은
제2연으로 독립시킵니다.
그럼으로써
제3, 4연과 유기적으로 연관되면서 맥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시를 수정해놓고 보니 제목을 고쳐야겠군요.
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주도한 것은 인간의 한계를 월등히 넘어서는 조물주의 손길이겠지요.
그렇다고 제목을 ‘조물주’라고 하면 직설적이고 진부할 수 있으니
‘누가’로 수정하면 어떨까요? 특정한 존재를 지정하는 것보다 알 수 없는 손,
‘누가’가 더 좋겠습니다.
수정해놓고 보니 좋은 시가 되었네요.
시인은 원작을 써놓고 이렇게 좋은 시를 어떻게 썼을까 스스로 감동했다고 하는데,
삭제한 부분이 아까우면 그것들만의 의미를 살려 한 편 더 써보시기 바랍니다.
< ‘안현심의 시창작 강의노트(안현심, 도서출판 지혜, 2021)’에서 옮겨 적음. (2023. 2.24.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422) 시 합평의 실제 3 - ② 김주희의 ‘봄의 연인’/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