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여행 둘쨋날 출발은
언제나 긴장감이 살짝 찾아온다.
첫날 여정의 누적된 피로감이 어떻게 펼쳐질지 나와 일행 모두의 몸상태를 리딩하는 입장에서 살펴야 한다.
누적고도나 길의 상태, 바람 영향 들도 고려하여 여정을 정해야 한다.
가능하면 90km 안쪽을 타며 적절하게 쉬는 틈을 가지면서 여행지의 작은 구석을 살필 시간을 가지려 한다.
때론 기상 상태에 따라 여정을 현지에서 바꾸기도 하였다.
노다지님의 소개로 찾은 녹동항
모텔은 편안한 리트로 분위기와 따뜻한 배려 덕으로 저녁 만찬을 즐긴 뒤 깊은 수면을 가졌다.
다들 몸 상태가 최적으로 끌어 올려진 것 같다.
아침햇살이 녹동항으로 가득 들아와 바다로 가는 사람들과
길 위의 우리들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전해준다.
아침식사를 녹동항 앞
백반집으로 나름 이름 있은 대원식당에서 먹었다.
깊은 맛을 내는 조개탕이
일품으로 남은 숙취를 맑금하게 해소해주었다.
새댁처럼 배시시한 웃음으로 보내며 수더분한 말을 건내던 주인여자 젊은 부부에게 마음으로 축복을 빌었다.
따뜻한 아침을 내어주는 분들은 나에게 언제나 천사다.
찬사에게 보내는 인사는 나에게 보내는 축복이기도 하다.
"우리들의 피와 땀이
우리를 위한 꿈밭을 일구는 건가요?
당신들의 천국을 위함이 진정 아니던지요."
이청준의 소설 ' 당신들의 천국' 에서 소록도 한센인은 묻는다.
소록도 한센인들은
바다 건너 고흥바다를 매립하며 간척사업을 하였다.
그들이 만들어 낸 뚝 너머 너른땅들은 옥답이 되어 바다 건너 사람들을 살찌게했다.
다섯개의 섬을 연결한
고흥 오마간척지지에 흘린 한센인들의 피와 땀을 기리는
언덕에 올라 기념하고 간다.
오래전 그곳은 오마도라고 불렸던 섬이었다.
나와 너, 우리는 이름 없는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피와 땀 위에 쌓은 섬 위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일이다.
기념공원에 오른 김에
바닷길을 잠시 벗어나
바다 위 언덕길을 달리는 상쾌함과 마주했다.
지나는 길
야구장이 보여 잠시 들렸다.
광주진흥고와 선린고의
주말야구 대회라고 한다.
진흥고팀에 자리한 김에 응원을 보냈더니
1회말을 잘 막고 2회초 1점을 내었다.
"강릉고 화이팅!" 이란 외침이 옆에서 나왔다.
친구란 그런 것인가.ㅎㅎ
남해 바닷길은
간척지길이 많아 시원하다.
제방길 상태가 괜찮으면
그 위로 달려가면서
바다와 너른 들판을 동시에 보며
가슴팍을 넓혀 나간다.
고흥반도 끝에는 우주로 가는 길이 있다.
지구 위의 삶이 답답할 때, 고흥반도 끝으로 가봐라.
우주로 가는 길이 았을 터이니 잠시 다녀오면 답답함이 사라 질 일이다.
저기는 고흥의 진산인 팔영산.
고흥과 여수 사이 바닷길을 잇는
다섯개의 멋진 다리가 있다.
앞으로 더하여 네 개의 다리를 더 놓는다고 한다.
대한민국 토목 건축의 위대함과 대한민국의 힘에 박수를 보낸다.
고흥과 여수 사이 섬과 섬을
잇는 다리들과 길을 통괄하여
'섬섬옥수' 하는 이름을 붙였다.
다시 가고 싶어지는
멋진 이름이다.
고흥에서
팔영대교와 적금대교를 건너면
낭도라는 섬에 든다.
많지 않는 가구수지만
섬의 샘에서 나는 물이 일품인가 보다.
그 물로 빚어낸 막걸리 맛이
입에 착 맞아 떨어졌다.
' 젖샘막걸리'
산모가 마시면 젖이 잘흐른다고 하는 젖샘물로 빚었다.
젖샘막걸리를 마시니 젖이 생각난다는 ...
바다 위의 다섯개의 다리를 건너
여수에 들었다.
섬섬옥수
예뻤다.
길 옆으로 고인돌이 무더기로 보여 잠시 멈췄다 간다.
너럭바위 아래에는
청동기인이 청동칼과 청동경과 같이 묻혀 있을 것이다.
고흥에는 2,000여개의
고인돌이 있다고 한다.
훗날 내 죽음의 부속물은
무엇이 될런지?
여기 고인돌 속 주인처럼
이름 하나 남지 않겠지만
부속물들은 매장이 아니라 살아 숨쉬길 바래본다.
누군가의 영혼에 티끌이라도 되어.
이틀 간의 고흥자전거여행을
여천에서 마무리하고
사우나에 들려 피로를 털어내고
버스 타고 집으로.
첫댓글 오메 징허게 좋아부럿것네. 푸짐한 남도밥상에 넉넉한 인심, 수려한 자연에 콧노래가 절로 나왔겠어요.
흐미 어떻게 다 안데요.
사랑방에 앉아 천리를 내다 보는군요.
머리는 깊어지는데 허라는 휩니다.
가끔씩 콧바람 쇠러 같이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