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445) 시 쓰기 상상 테마 4 - ⑧ 꽃 이미지를 바탕으로 상상하며 시 쓰기/ 중앙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하린
시 쓰기 상상 테마 4
네이버블로그/ 38. 상상테마37 - 꽃 이미지를 바탕으로 상상하며 시 쓰기
⑧ 꽃 이미지를 바탕으로 상상하며 시 쓰기
@ 꽃 이미지를 상상에 적용할 때
우리나라엔 너무나 많은 종류의 꽃들이 살아간다.
향과 모양, 피는 방식도 다양하여 사람의 눈과 코를 황홀하게 만든다.
그렇게 일상과 삶을 통해 만나는 꽃을 상상에 적용할 땐 관습적인 꽃 이미지를 버리고
꽃이 가진 속성을 정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씨앗, 뿌리, 줄기, 송이, 화관, 화심, 개화기, 광합성 등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전부 백지화시키고,
개별자의 눈으로 다가가 익숙함을 뛰어넘는 나만의 지점과 만나야 한다.
예를 들어 꽃을 피우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뿌리의 흡수 능력과 잎의 광합성 작용이 합쳐져 대부분 이루어진다.
그런데 상상을 통해 그것을 다르게 인식하게 되면 꽃을 피우는 힘은 무한대로 넓어지게 된다.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는 뜻이다.
어떤 개별자의 심리 상태와 태도를 대변하느냐에 따라서 발화(發花)를 하게 하는 힘은 달라진다.
그런 인식에 도달할 때,
‘A의 힘으로 꽃은 핀다’라는 문장이 있을 때 A의 자리에 다양한 단어를 넣어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고독, 외로움, 한숨, 슬픔, 집착, 수요일, 눈물, 새, 꽃말, 독백, 서른 살, 피 등을 넣어보게 되면
묘한 시상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고독의 힘으로 꽃은 핀다. 한숨의 힘으로 꽃은 핀다. 집착의 힘으로 꽃은 핀다. 피의 힘으로 꽃은 핀다 등등)
보들레르의 ‘악의 꽃’처럼
‘적막의 꽃’ ‘목요일의 꽃’ ‘서른 살의 꽃’ ‘이별의 꽃’ ‘뿌리 없는 꽃’ ‘꽃을 사랑한 꽃’ ‘피의 꽃’이란
독특한 제목을 붙여도 좋다.
꽃이 할 수 없는 것을 하게 만드는 상상도 시도해보자.
‘꽃이 꽃을 기록한다’ ‘꽃을 위해 꽃을 삭제했다’ ‘꽃으로의 망명’
‘심장의 꽃(심장 속에 핀 꽃)’ ‘낮에 피는 야화’ 등의 상상을 하면 뭔가 오묘한 느낌을 주면서
나만의 시에 닿을 것만 같다.
필자의 시를 바탕으로 그것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꽃과 노인
노인이 돌아볼 때마다 꽃은 숨을 참았다
굽은 허리를 보며 꽃은 직립에만 집중한다
무너지려는 자세를 들키고 싶지 않아서 노인은 꽃과 대화한다
한숨 더운 숨 거친 숨 끓는 숨
들숨과 날숨 말고도 인간이 가진 숨은 너무나 많다고
입장을 품고 숨이 번갈아 가며 찾아온다고…
꽃들은 매번 다른 무언가가 된다
꽃은 위로 꽃은 사랑 꽃은 내일 꽃은 목격 꽃은 당신
대답 없는 꽃은 피었다가 씨앗이 되었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했고
씨방 속에 할 말을 숨기고 노인은 끝내 믿는다
꽃잎들이 무덤처럼 수북했다
노인은 혼자 죽은 날, 꽃은 그제서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
알몸으로 태어나 온몸으로 살다가 맨몸으로 죽어간 여자가 여기 있어요
빨리 그녀를 꽃상여에 태워주세요
―『1초 등안의 긴 고백』, 문학수첩, 2019.
<1단계> 스스로 점검하기 – 메시지 분명히 하기+내 시만의 장점 찾기
「꽃과 노인」은 독거노인의 심리 상태를 관찰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였다.
독거노인 중에는 자존심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비굴하게 지신의 결핍과 외로움과 고독을 들키지 않으려고 가족들에게 혹은 타인들에게 ‘손’를 내밀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심리는 너무나 일반적인 심리이기에 필자는 꽃이라는 대상물을 끌어와 개별화를 꾀했다.
새로운 방법까지는 아니지만 꽃이라는 상관물을 활용해
노인의 존재론적인 의미와 심리적 맥락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다.
노인이 유일하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 대상물이 꽃이고,
그로 인해 꽃도 단순한 사물성에서 벗어나 노인의 상태를 표상하는 주체적 몸짓을 갖는다.
따라서 이 시의 장점은 적절한 상관물인 꽃을 활용해
노인의 존재론적 의미와 심리적 맥락을 개별화시켜 형상화한 점이다.
<2단계> 객관적 상관물(현상)을 찾기+관찰과 조사 정밀하게 하기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이 시의 객관적 상관물은 꽃이다.
처음에 꽃은 꽃의 영역에만 신경 쓰면서 노인을 모른 척했다.
“노인이 돌아볼 때마다” 숨을 참으며, “굽은 허리를” 넌지시 보면서 “직립에만 집중”했다.
그런데 “무너지려는 자세를” 사람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노인이 자꾸 와서 대화를 시도한다.
“한숨 더운 숨 거친 숨 끓는 숨”을 뿜어내며 매번 다른 입장과 태도를 들킨다.
꽃은 노인에게 위로가 되고 사랑이 되고 내일의 이유가 된다.
그리고 노인이 타인을 떠올릴 때에는 타인을 암시하는 ‘당신’이 되어 이야기를 들어준다.
상관물인 꽃은 이렇게 노인과 호흡하면서 노인의 상태를 대변해주는 ‘거울’이 된다.
<3단계> 확장하기 – 상상적 체험을 섬세하게 극적으로 하기
이 시에 적용된 상상적 체험은 두 가지다.
하나는 노인이 꽃을 대하는 태도를 상상한 것이고,
또 하나는 노인의 죽음을 극적으로 꽃이 발화하게 만든 것이다.
꽃은 노인에게 반려식물이다.
찾아오지 않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노인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대상이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 “씨방 속에 할 말을 숨기고” 있는 꽃이
혼자 죽은 노인을 위해 처음으로 발화를 하게 만들었다.
“알몸으로 태어나 온몸으로 살다가 맨몸으로 죽어간 여자가 여기 있어요/
빨리 그녀를 꽃상여네 태워주세요”라고 쓴 부분인데,
읽고 나면 정서적 파장이 생긴다.
※ 또 다른 예문 (예문 내용의 기재는 생략함 – 옮긴이)
· 이병일의 ‘길상암 야생매화’ (《상상인》, 2021년 7월호)
· 강재남의 ‘작약’ (『시산문』 2015년 여름호)
· 이숲의 ‘화엄사 흑매(黑梅)’ (2020년 매일시니어문학상 수상작)
<직접 써 보세요>
* 아래에 제시한 예시 구절이나 문장처럼 꽃에 대한 낯선 이미지를 창출한 후 한 편의 시를 창작하시오.
반드시 시 쓰기 3단계를 채워 넣은 다음 쓰세요.
- 예시 구절이나 문장:
‘적막의 꽃’ ‘수요일의 꽃’ ‘서른 살의 꽃’ ‘이별의 꽃’ ‘뿌리 없는 꽃’ ‘꽃을 사랑한 꽃’ ‘피의 꽃’
‘꽃이 꽃을 기록한다’ ‘꽃을 위해 꽃을 삭제했다’ ‘꽃으로의 망명’
‘심장의 꽃(심장 속에 핀 꽃)’ ‘낮에 피는 야화 등.
| 시 쓰기 3단계 적용 |
1단계 스스로 점검하기 (메시지 분명히 하기 + 내 시만의 장점 찾기) |
|
2단계 객관적 상관물(현상) 찾기 + 관찰과 조사 정밀하게 하기 |
|
3단계 확장하기 (상상적 체험을 섬세하게 극적으로 하기) |
|
< ‘49가지 시 쓰기 상상 테마(하린, 더푸른출판사, 2021)’에서 옮겨 적음. (2023. 5. 4.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445) 시 쓰기 상상 테마 4 - ⑧ 꽃 이미지를 바탕으로 상상하며 시 쓰기/ 중앙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하린|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