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453) 시 합평의 실제 4 - ④ 권경호의 ‘벼랑 끝 나무’/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
시 합평의 실제 4
네이버블로그/ [화제의 한 컷] 벼랑끝 나무
④ 권경호의 ‘벼랑 끝 나무’
< 원작 >
벼랑 끝 나무/ 권경호
비, 바람, 눈보라를
온몸으로 견뎌왔다
위를 보면 하늘길이
아래는 저승길이 보인다
벼랑은 바람을 막아주고
나무는 벼랑을 감싼다
꽃향기에 젖고
산바람에 웃고
단풍에 취하기도 했다
겨울 되면, 옷을 벗었으니
뛰어내리면 되지만
일루의 희망이
순간을 멈추게 한다
< 합평작 >
벼랑 끝 나무/ 권경호
비바람, 눈보라를 온몸으로 견뎌왔다
꽃향기에 젖고 산바람에 웃었다
< 시작노트 >
벼랑 끝에
서 있는 소나무가
인간의 삶을 닮았습니다.
아슬아슬한
벼랑을 딛고 서서
얼마나 많은 기도를 했을까요.
소나무와
삶과의 관계를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 합평노트 >
시제의 ‘벼랑 끝 나무’에서 ‘나무’는 나무 자체로 보아도 좋고,
의인화하여 아슬아슬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해석해도 좋습니다.
원작을 보면 연과 연의 호응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제3연의 “벼랑은 바람을 막아주고/ 나무는 벼랑을 감싼다”라는 표현은 문맥에 오류가 있습니다.
나무가 벼랑 끝에 서 있는데 어떻게 벼랑이 바람을 막아주는지,
또 어떻게 나무가 벼랑을 감싸는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습니다.
제5연의
“겨울 되면, 옷을 벗었으니/ 뛰어내리면 되지만”이라는 형상화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옷을 벗고 안 벗고의 문제가 뛰어내리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시 쓰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제1연을 취하고, 제4연의 “꽃향기에 젖고/ 산바람에 웃고”라는 표현을
“꽃향기에 젖고 산바람에 웃었다”라고 수정합니다.
그리하여 합평한 작품처럼 두 행이자 두 연으로 정리합니다.
벼랑 끝에 선 나무가 “비바람, 눈보라를 온몸으로 견뎌”오며 때로는
“꽃향기에 젖고 산바람에 웃었다”라고 수정하니 깨끗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독자도 주제를 명정하게 인지하리라 믿습니다.
< ‘안현심의 시창작 강의노트(안현심, 도서출판 지혜, 2021)’에서 옮겨 적음. (2023. 5.30.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453) 시 합평의 실제 4 - ④ 권경호의 ‘벼랑 끝 나무’/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