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465) 시 합평의 실제 4 - ⑯ 이환홍의 ‘고향’/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
시 합평의 실제 4
Daum카페/ 고향
⑯ 이환홍의 ‘고향’
<원작>
고향/ 이환홍
보채는 울음소리
엄마의 약손은 급체를 뚫고
맛난 가마솥이 들썩거린다
장독대 위를 헤집는
닭싸움 내쫓느라 혼쭐나고
두꺼비 새 집을 지어주며
모래무지 잡느라 고꾸라지고
키를 재며 놀던 감나무는
주렁주렁 지붕을 덮는다
찾아볼까? 만나볼까? 기다려야지?
오락가락 날밤을 새운다
족쇄가 풀리는 날
본향(本鄕)으로 훨훨 돌아간다
<합평작>
고향/ 이환홍
보채는 아이 울음소리
엄마의 약손은 급체를 내렸다
닭싸움 말리다가 혼쭐나고
모래밭에 두꺼비집을 지어주며
모래무지 잡느라 고꾸라졌다
키를 재던 감나무는
주렁주렁 지붕을 덮었는데
찾아볼까?
만나볼까?
<시작노트>
누구나 나고 자란 곳은 잊을 수 없을뿐더러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가운데 있을지라도
고향은 어머니의 품이요, 마르지 않는
샘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죽어가면서 유골이라도
고향에 묻어달라고 유언하는
이산가족의 사연이 고향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합니다.
<합평노트>
제1연은
제3행을 삭제하고 “보채는 아이 울음소리/ 엄마의 약손은 급체를 내렸다”라고 수정합니다.
이 연에서 아픈 아이를 낫게 해주는 이미지만을 끌고 가기 위해서입니다.
제2연은
제1행을 삭제하고 “닭싸움 말리다가 혼쭐나고/ 모래밭에 두꺼비집을 지어주며/ 모래무지 잡느라 고꾸라졌다”와 “키를 재던 감나무는/ 주렁주렁 지붕을 덮었는데”라는 두 연으로 가릅니다.
한 연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혼재되어 있어서 이미지가 혼탁해질 염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3연은
“기다려야지?/ 오락가락 날밤을 새운다”라는 표현을 삭제하면서 “찾아볼까?/ 만나볼까?”로 작품을 마무리합니다. “찾아볼까?/ 만나볼까?”라는 형상화만으로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이 충분히 표현되기 때문에
“기다려야지?/ 오락가락 날밤을 새운다”라는 표현은 부연설명에 불과합니다.
“족쇄가 풀리는 날/ 본향(本鄕)으로 훨훨 돌아간다”라는 표현 역시 잘 달리다가 막바지에서 엎어지고 만 꼴입니다.
시는 묘사나 제시만으로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는데,
시인의 주관을 첨가함으로써 독자의 상상력을 차단한 셈입니다.
이럴 경우, 마무리에 긴장감이 없어지고,
여운을 형성하기 어렵습니다.
합평작을 천천히 읽어보세요. 훨씬 시다워진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안현심의 시창작 강의노트(안현심, 도서출판 지혜, 2021)’에서 옮겨 적음. (2023. 8.17.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465) 시 합평의 실제 4 - ⑯ 이환홍의 ‘고향’/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