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시 포켓몬 빵 이야기 24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대구, 광주 등 지역에서 만든 빵과 잼, 스낵류 같은 제품들이 성남 공장으로 모이고
성남에서 11t 차로 강릉 영업소에서 하차한 뒤 다시 5t 차로 속초, 태백, 동해 삼척으로 나뉜다.
포켓몬 붐이 일기 전에는 대리점 도착 시각이 평균 4시 반이었는데 요즘 평균은 6시를 넘긴다.
더불어 새벽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
1t 차에 짐을 모두 실은 뒤에 아침 먹고 7시 전에 출발하던 상황이
요즘은 아침을 먼저 먹고 빵 차를 기다린다.
부산에서 올라오는 롯데(기린) 차는 일 년에 한두 번을 제외하고는
내가 출근하는 4시를 넘기는 법이 없는데 샤니(SPC)는 날마다 고무줄이요, 롤러코스터다.
피서 차량을 이유로 든다면 조금만 견디면 될 테지만, 그 후로도 딱히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오늘도 새벽 3시 반에 배송 기사로부터 늦는다는 문자가 왔고 6시에는 전화가 왔다.
아무리 빨라도 7시 전에는 힘들겠다고…
7시 10분에 빵 차가 도착했다. 아들은 납품할 제품들을 종이 상자에 담고
나는 일반 빵, 아내는 포켓몬 빵을 한 상자에 골고루 40봉씩 정리한다.
날씨는 후텁지근하고 마음이 바쁘니까 금세 땀 범벅이 된다.
번개 같은 손놀림으로 10개나 되는 1t 차의 모든 문을 닫고 사무실을 떠난 시각은 8시 5분.
출발 전에 식자재 마트에는 줄에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께 30분 지각을 알렸다.
예견된 일이지만, 시작부터 엉킨다. 내가 늦었으니 발 동동 구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송정 해군 부대 정문부터 가야 했다.
식자재 마트는 몇몇 사람이 기다리다 갔다는데도 줄이 꽤 길었다.
죄지은 사람처럼 미안해지니, 마음은 앞서가고 몸이 더 뜨거워진다.
누군가 다가와서 "이거 뇌물 아니에요!" 하면서 커피와 음료수를 건넨다.
오로지 파이리를 사랑하는 아이들의 엄마다.
지난주에 몇 봉이라도 주겠노라고 약속을 했는데 빵이 오지 않아 지키지 못했다.
꽁꽁 얼린 생수가 채 녹기 전이라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벌컥벌컥 들이킨다.
오랜 기다림에 짜증이 났을 텐데 미안하고도 감사하다.
오늘따라 한 번도 재촉한 적 없던 버거스캔들마저도 단체 주문이 있다고 10까지 배송을 부탁했다.
거래처 순회 순서도 바뀌고 시간은 뒤로 많이 밀렸어도 에이스 마트에 와서는 호흡을
가다듬을 겸 화장실에서 세수를 했다. 남은 생수는 이미 중탕이다.
한 차에 네 사람이 타고 포케못 투어를 하다 삼화에서 만났고 맨 처음 사무실을 알려줬던 여인들 중
맏언니가 이온 음료를 건넨다. 기분 탓인가? 발끝까지 시원하다.
날씨만큼 정신없던 하루를 돌아보니 참 미안하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