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시 지도가 안 될까? 모두 자기 나름대로 애쓰고 찾고 고민하고 하는 것이 모자란 때문인 것 같다. 지도 방법을 머리로 배워서 그대로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무엇을 안다는 것은 자기가 실제로 하면서 애쓰고 괴로워하고 헤매고 하는 가운데, 그때 누가 가르치는 것이 있으면 비로소 제대로 몸에 들어와 산 지식이 된다. 그리 하지 않으면 무엇이든지 가르쳐 주기를 바라서 그것대로 따라가면 된다고 하는 태도로는 절대로 진리를 잡지 못한다. 우리 선생들 젊은이들이 모두 어릴 때부터 시키는 것만 받아서 하여 온 버릇이 온 몸에 배어서 어른이 되어 아이들 가르치는 태도가 또 그렇게 되어 무엇이든지 지시만 하고 그르치는 방법도 그렇게 누가 보여주기만 바란다.
그동안 내 시쓰기 수업을 한 번 뒤돌아봤다. 처음엔 확신이 없었고, 조금 지나면서 좋은 건 알겠는데 실천이 어려웠다. 커다란 목표나 방향 없이 그때그때 생각나는 방법으로 급하게 시쓰기 수업을 하기도 했다. 항상 준비를 잘해서 멋지게 해봐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현실은 다른 수업이나 학교 행사 핑계를 대며 주먹구구식으로 했다. 새학기에는 미리 준비를 해서 여유롭게 아이들과 시쓰기 수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어린이시 회보를 1호부터 꺼내 다시 읽었다. 8년의 시간 동안 많은 글들이 쌓여 있었다. 그런데 글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 내게 필요한 부분을 꺼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시쓰기 수업 꼭지라도 정리를 한 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쓰기 지도 단계별로 수업 사례를 모아서 정리해 두면 필요할 때 쉽게 찾아 쓸 수 있고,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조금은 쉽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시 회보 1호~95호의 ‘나의 시쓰기 수업’ 꼭지를 읽고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정리했다.
1. 시쓰기 수업 준비(이번 호)
2. 시쓰기, 고쳐쓰기(다음 호)
3. 시 감상하고 나누기(다음 호)
‘나의 시쓰기 수업’ 꼭지 내용을 요약해서 정리하되 필요한 내용은 다른 꼭지에서 일부 가져왔다. 회보에 적힌 제목을 그대로 살려 썼으며 옆에 해당 학년을 적었다. 이건 글쓴이가 수업을 한 학년이므로 자기가 맡은 학년의 수준과 상황에 맞게 응용해서 사용하면 될 것이다. 교사의 수업 의도를 밝히고 수업의 과정을 간단히 요약해 두었다. 간단히 흐름만 정리했으므로 그 방법으로 수업을 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본래 글을 찾아 읽어봐야 수업 장면, 아이들의 말과 반응, 내 수업에 적용할 때 문제점 등을 미리 파악해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과 대화로 풀어나가는 수업은 요약해서 보는 것이 큰 의미가 없고, 원래 대화 내용을 다 봐야 하므로 정리하는 내용에는 뺐다.
이번에는 시쓰기 수업 준비 단계로 1년 동안 시쓰기 수업을 계획할 때 고려해야 할 점과 그러한 수업 사례를 담았다. 그리고 글 끝부분에 처음 시쓰기 수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 목록을 실었다.
1. 어린이 시쓰기 지도, 그 준비 단계의 열쇳말
(이지호, 19~21호, 어린이시교육론)
1) 시쓰기 수업 시간을 확보하라
독립적이고도 주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시쓰기 수업 시간을 확보한다. 여타 상황을 고려하여 주당 1회 정도가 적당하고 1교시와 같은 오전에 배치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갖고 있으며, 아침활동 시간을 활용하여 글감을 찾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시쓰기 수업은 쉽게⋅재밌게 해야 한다.시쓰기 수업은 어린이가 시인의 자질을 타고났음을 깨닫게 하여 어린이 스스로 시쓰기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수업이다. 다시 말하면, 시쓰기 수업은 어린이의 생각과 느낌을 어린이 스스로 귀하게 여겨서 그것을 말이나 글과 같은 언어로 붙들어두고 싶어 하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다.
어린이 시쓰기 수업을 이끄는 교사가 갖추어야 할 덕목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믿고 기다리기다. 어린이를 믿고 어린이를 믿는 교사 자신을 믿으면서 시쓰기 수업의 성과를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는 교사라야 쉽고 재미있는 수업을 기획하고 실천할 수 있다.
2) 본보기시를 챙겨라
시쓰기 수업에서 시의 개념을 지도할 때 설명은 어렵고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본보기시를 활용하여 ‘이것이 시라는 것이다’고 아이들이 스스로 알게끔 한다. 시의 개념을 가르치기 위해서 본보기시를 보여줘도 아이들은 제재, 주제, 구성, 발상, 표현을 읽는다. 적절한 본보기시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이 시를 쓰고 싶어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본보기시 활용한 수업의 단점은 시에 대한 오해나 편견을 심어줄 수 있고, 모방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비책도 미리 마련해 두어야 한다.
본보기시의 선정 기준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어린이가 좋아할 만한 시에서 찾는다. 친구나 교사처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쓴 시, 어린이 자신이 겪어본 사건⋅현상⋅사물에 관한 시. 시쓰기 수업을 시작한다면 그 수업 과정에서 나온 시로 본보기시를 마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3) 시 공책을 선물하라
시쓰기가 즐거우면 시 공책도 아끼게 마련이고, 시 공책을 아끼게 되면 시쓰기도 즐겁다. 아이들에게 선물할 시 공책을 준비하고 시 공책의 이름도 짓는다.
시 공책에 마법을 불어넣는다. ‘이 시 공책은 마법의 공책이라 여러분이 쓰고 싶어서 쓴 것이면 무엇이든 시로 만들어 줄 것이다.’ 즉 ‘이 시 공책에 너희들이 쓰고 싶은 것을 써라. 그러면 나는 그것을 시로 간주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한다.
2. 시로 여는 아침(5학년)
(최종득, 38호, 2014년 4월)
1) 수업 의도 : 아이들과 즐겁게 시 쓰기 공부 시작하기
2) 수업 과정
① 매주 수요일 아침활동과 1교시 국어 시간을 시 쓰는 시간으로 고정
② 시로 여는 아침 : 27명의 책상 위에 어린이시집 한 권씩 올려놓기, 아이 들은 시집 전체를 다 읽고 가장 좋아하는 시 한 편 뽑기
③ 모두 발표하고 교사는 칭찬하기,
‘시’하면 생각나는 것 이야기 나누기
④ 다음 수요일 아침, 바닥에 시집을
깔아놓고 아이들이 직접 시집을 고른 후, 다 읽고 한 편 뽑기(학습지-뽑은 시 옮겨 적고 뽑은 까닭 적기)
⑤ 모두 발표하고 이야기 나누기
⑥ ④번의 학습지 붙여서 시공책 나눠주기
※ 첫 수업을 대하는 글쓴이의 태도를
주목하고 되새겨볼 말
아이들이 시집을 잘 안 읽고 있을 때 순간 섭섭했으나 화를 내면 안 된다.
“오늘 내가 하는 말투, 내가 하는 행동,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을 아이들한테 시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난 시처럼 행동하고 시처럼 말해야 한다.”
“시를 읽어줄 때는 최대한 느낌을 살려서 읽어주었다. 지금 내 표정과 말이 일 년 동안 우리 아이들이 기억할 시에 대한 얼굴이기 때문이다.”
아이들 입에서 ‘우리 이제 시 써요.’라는 말이 나오게.
3. 시 노트에 마법을 불어 넣는 법(2학년)
(안병진, 41호, 2014년 7월)
1) 수업 의도 : 아이들에게 시 공책을
나눠줄 때 마법을 불어 넣기
2) 수업 과정
① 시 공책을 나눠줄 때도 약간의 포장 (?)이 필요함
② 시공책 이름 : ‘있잖아요 공책’
③ 동백꽃(김민우)을 공책에 옮겨 적기 → 옮겨 적은 것이 바로 ‘시’이고 이
공책에는 무엇이든 쓰는 대로 시가
되는 공책이다.
④ 마법이 아닌 것 같다는 아이들의 저항
⑤ 교사와 아이들의 시 대결
아이들의 말을 듣고 쓴 교사의 시와 실제 아이들의 시를 써서 투표하기
⑥ 아이들의 승리, 아이들 시 공책 속
마법이 이루어졌음
4. 자연에서 보고 느끼기(4학년)
(신미희, 2호, 2011년 4월)
1) 수업 의도 : 시 쓰기 자체가 자유롭고 즐거운 것이라는 것을 느끼기
2) 수업 과정
① 햇볕이 따스한 날 학교 화단에서 봄을 보고 느끼기(본보기시 없이)
② 눈을 감고 햇볕을 느끼면서 대화 나누기
③ 아이가 느낀 감동에 적극적으로 호응 해주기
④ 아이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며 평소에 느끼지 못하고 지나가는 자연에 대한 이야기 나누기. 자연을 충분히 느끼고 시 쓰기
5. 친구들과 함께 벽시 쓰기(6학년)
(박종훈, 47호, 2015년 1월)
1) 수업 의도 : 아이들이 즐겁게 시를
쓰고 발표하기
2) 수업 과정
① 모둠을 만들어 전지에 공동으로 시를 쓰게 한다.
② 원하는 글감을 정해 한 사람이 한 행씩돌아가며 쓴다.
③ 완성된 시는 벽에 붙이고 모둠별로
발표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고민할 부분은 많지만 시 쓰기에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고, 발표와 공유가 쉽다.
6. 아이들과 함께 학급 시집 읽기(6학년)
(박종훈, 42호, 2014년 8월)
1) 수업 의도 : 아이들이 어린이시를 편 하게 생각하고 다양하게 읽어보기
2) 수업 과정
① 학급 시집으로 학급 문고 만들기(어린 이시집+동시집+글쓴이가 만든 학급문집)
- 일시적으로 학급문고에 다른 책을 없애 시집에 대한 접근성 높이기
② 아이들 책상 위에 시집을 올려놓고, 시집을 다 읽고 마음에 드는 시 한 편 골라 메모하기
③ 바닥에 놓은 시집 중 한 권을 골라 다 읽고, 마음에 드는 시 한 편 적고 고른이유 쓰기
④ 독서 한줄메모 적기 – 학교 독서 학습 장과 연계하여 한줄메모 하기
⑤ 시집 속 행운 찾기 – 아이들이 꼭 읽어 봤으면 하는 시에 ‘축 당첨’ 붙임 쪽지 적어서 찾은 사람에게 보상하기
⑥ 학급 시집 골든벨
- 시집 제목, 시 제목, 빈 칸 채우기, 구절 넣기 등 간단한 내용으로 모둠별 골든벨
7. 우리 반의 첫 번째 시 쓰기 수업(1학년)
(송아름, 17호, 2012년 7월)
1) 수업 의도 : 시를 이해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시로 쓰기
2) 수업 과정
*시공책을 반으로 잘라주기(한 바닥 쓰기 중압감에서 해방, 필요 없는 말로 늘어지는 것 방지)
① 시가 무엇인지? 시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② 《엄마의 런닝구》, 《살아 있는 글쓰기》 에서 쉬운 시를 골라 읽어주고 관련 경험 이야기 나누기
③ 자신의 경험 발표하는데 서로 발표하려고해서 일부러 몇 명만 발표시키고 ‘정말 얘기하고 싶은 것을 시로 쓰는 거라며 ‘내가 정말 남에게 하고 싶은 말’로 시 쓰기
8. 기본을 놓친 위험한 시 수업
(최종득, 44호, 2014년 10월)
1) 수업 의도 : 동시를 활용하여 좋은 시 쓰기
2) 수업 과정
① 어린이시와 동시의 차이점 이해하기
-〈붕어빵 아저씨〉(4학년 김진실)
〈부슬비 내리던 장날〉(안학수)
② 두 시로 충분히 이야기 나누고, 시를 쓸 때 형태, 제목, 감동을 생각하면서 시 쓰기
③ 동시집 선택해서 한 권 읽기
④ 시 쓰기
※ 수업 후 아이들의 시를 보니 의도적으로 지어낸 듯한 느낌을 받음
<반성>
① 좋은 시를 쉽게 쓰게 하기 위해 동시집 활용
② 시에 대한 해석 – 감동을 설명하기 위해 <부슬비 내리던 장날>을 강조해 동시가어린이시 보다 좋다는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줌
③ 감동스럽게 시를 쓴다는 게 시를 지어 내라는 의미가 되었음
④ 아이들한테 시를 잘 쓰게 하려는 욕심 때문에 어린이 시 쓰기의 가장 기본인 아이들이 자기 감동을 솔직하게 쓸 수 있도록 하지 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