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소득 1천만 원 가구’에 대학생 학자금 무이자 대출이 맞나
20230517 4368(11)0328 乙亥 수요일 동아일보 사설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국회 교육위원회를 소집해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안은 정부 학자금 대출을 받은 소득이 없을 경우 이자를 면제해 주는 내용이다. 대학 졸업 후 취직 전까지, 취업 후라도 실직, 육아휴직, 폐업으로 소득이 없어지면 이자를 면제해 준다. 국민의힘은 법안에 반대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조만간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문제는 법이 시행되면 한 해 월소득 1000만원이 넘는 상위권 소득 가구의 자녀들도 이자 부담이 없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장학재단이 운영하는 학자금 대출은 기준 중위소득의 200% 이하 가구 대학생 자녀가 대상이다. 금융소득, 주택가격, 부채 등을 고려한 4인 가구 기준 소득 인정액이 월 1024만원 이하면 1.7% 저금리에 학비를 빌릴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등은 지금도 이자가 면제되는데 민주당 법안은 그 범위를 대폭 넓혔다.
많은 예산이 필요할 뿐 아니라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청년은 역차별을 받는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저금리 대출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매년 1825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 미취업 기간 중 이자를 면제하면 매년 865억 원이 더 들어간다. 작년 대학 진학률은 73%다. 경제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대학에 가지 않는 27%의 청년은 혜택에서 원천적으로 제외된다. ‘공짜 대출’의 유혹 때문에 대출이 필요 없는 대학생들까지 불필요한 빚을 지게 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이 여당이던 2020년, 2021년에도 같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각종 부작용을 우려해 보류했는데, 야당이 된 지금 다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 학자금 대출은 경제적 이유로 고등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청년들을 위한 제도다. 민주당은 ‘이자 면제로 청년 1명당 한 달 1만 원 정도 혜택이 생기는데, 이게 포퓰리즘이냐’라고 묻는다. 하지만 월 1000만 원을 버는 가정의 자녀에게까지 1만원 이자를 없애 주는 건 국민 세금을 제대로 쓰는 방법이 아니다. 그럴 돈으로 저소득층 대학생, 보육원 출신 자립준비청년 등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
포퓰리즘[Populism]: 일반 대중의 인기를 목적으로 하는 정치행태, 일반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체제를 말한다. 본질적으로 대중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권력을 얻거나 집권세력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된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일반대중, 저소득층, 중소기업 등의 지지를 얻기 위해 표방하는 경제정책에서 주로 나타난다. 재원의 마련 및 지속성에 대한 고민없이 과격한 정책을 표방하며 인기 영합주의로 빠지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