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묵돌입니다.
저는 마감이 끝나서 너무 신난 나머지
첫 회차부터 너무 많은 술을 마시고 말았습니다.
두 번째 모임 공지입ㄴ이다.
:: 금주의 묵픽 (Muk's pick) ::
「티파니에서 아침을」 (블레이크 에드워즈, 미국)
:: Comment ::
10년쯤 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자들 사이에서 한동안 오드리 헵번의 사진을 프로필에 걸어두는 유행이 있었는데요.
제가 왜 이걸 기억하고 있느냐면
갓 스무살이 됐었을 당시 제가 짝사랑했던 여학우 중 무려 세 명이
저 사진을 프로필로 해놓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만해도 저는 오드리 헵번이 배우인줄이나 알았지 직접 나오는 영화를 본 적은 없었는데요.
등장한 영화가 대부분 1950~ 60년대 작품들이다 보니
'굳이 찾아보지 않으면' 어떤 연기를 하는 배우인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아마 묵클럽에도 과거의 저 같았던 분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이 되는데.
저는 옛날 영화 찾아보는 일을 아주 좋아합니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제가 그런 취미를 갖게 된 계기격의 영화이기도 하고,
지금껏 살면서 가장 많이 반복해서 본 영화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좋아한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여러분들이 저만큼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설령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노래 한 곡은 기억에 남을 겁니다.
: TIP ::
- 러닝타임 110분 가량의 길지 않은 영화입니다. 오드리 헵번이 지방시 드레스를 입고, 티파니 매장 앞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첫 장면은 지금까지도 여러 매체에서 회자되고 패러디되는 대목인데요. 영화가 길지 않은만큼 배속 감상보다는, 처음 의도된 영화의 속도에 따라 느긋하게 감상하시는 것을 권합니다(개인적으로는 모든 영화에 배속감상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장면장면에 옛날 영화 특유의 느긋한 공백이 있어서 처음에는 적응이 안될 지 모르지만요. 익숙해지면 되려 요즘 것들이 지나치게 빠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흠흠.
- 여느 할리우드 영화들이 그렇듯, <티파니에서 아침을>역시 소설이 원작입니다. 트루먼 카포티가 쓴 동명의 중편 소설인데요. 국내에서는 유명하지 않은 작가이지만, 무라카미 하루키가 '트루먼 카포티만큼 쓸 자신이 없어서 서른 살까지 소설쓰기를 주저했다'고 언급했었을만큼 엄청나게 글을 잘 쓰는 작가입니다. 저는 얼마전에도 카포티의 단편선을 읽었는데, 글을 정말정말 잘 씁니다. 별로 영화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 하여간 이 소설에서 탄생한 캐릭터 '할리 고라이틀리'는 당대 평론가들에게서 '미국 문학이 탄생시킨 가장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당시 잘나간 소설책들이 그렇듯 자연스럽게 할리우드에서 영화화가 이루어졌는데요. 원작소설의 디테일을 잘 살리긴 했지만, 큰 설정 몇 가지가 바뀌어서 카포티 본인은 영화를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원래 원작을 쓴 사람이 타 미디어에서 재생산된 작품에 흡족해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요.
- 저는 원작소설과 영화를 다른 느낌으로 좋아합니다. 사실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면 원작소설도 읽지 않았을텐데, 영화에 못지 않게 엄청나게 좋은 소설이에요. 제게는 우열을 가리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둘 다 훌륭합니다. 그래도 시작은 영화가 좋은 것 같아서, 묵클럽에서는 영화로 픽을 했지만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원작소설도 다뤄보려 합니다. 이번 회차에 참여하신 분이 훗날 원작소설을 다룰 때에도 참여하신다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군요.
- 전반적으로 좋은 영화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인종적 편견(특히 동양인)이 반영된 장면도 다소 있습니다. 이 영화가 나온 1961년은 미국이 아직 흑백분리를 하고 있던 시절이거든요. 타인종에 대한 인식이 워낙 뒤떨어지던 때의 이야기이니, '그냥 저 시대에는 이런 느낌이었구나' 라는 정도로 받아들이는 쪽이 마음이 편할 겁니다.
- 첫회차 모임에도 언급했지만, 제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남자 주인공이 삼류 작가라는 점 때문입니다.(웃음)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인물간의 대화라든가 등장하는 소재들 하나하나가 문학적인 은유로 가득 차있습니다. 저는 그런 것들도 좋아합니다. 과자를 먹다가 나온 장난감 반지와, 거실에 언제나 떠날 수 있는 사람처럼 놓여있는 여행가방 같은 것들이요.
:: 모임장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23길 40 지하 카페 <공상온도>
- 홍대입구역 1,2 번 출구 6분 거리
:: 일시 ::
2023년 10월 13일 금요일. 오후 8시 ~ 오후 11시
* 3시간 진행, 도중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모임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 가급적 시간에 맞춰 참석해주세요.
* 카페 <공상온도>의 방침상, 기존 고객 퇴장 및 대관 준비 시간으로 인해 오후 7시 20~30분부터 입장이 가능하오니 이용에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 13일의 금요일입니다. 오다가 넘어지지 마세요.
:: 숙제 ::
「티파니에서 아침을」 감상
- 유튜브 및 IPTV 서비스 등에서 시청가능
* 유튜브 링크
1부
2부
* 유튜브로 볼 경우, 가급적 댓글을 읽지 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영화의 장점은 '어떤 장면의 어떤 부분이 좋은지 스스로 찾는 재미가 있다'는 것인데
아시다시피 유튜브 댓글들은 그걸 자기들끼리 정해놓고 지나치게 주접떠는 걸 좋아하니까요.
영화 감상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제 생각이지만.
:: 기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