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장 친구로 지내던 그녀와 이태리 패키지 7박 8일 여행을 떠나다.
유럽은 늘 동경의 나라였고 유럽하면 이탈리아에 가장 가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첫 유럽 여행 미지의 나라로 향하는 설렘 속에서 12시간을 비행기 안에서 잠을 설치고 로마에 도착하였다. 가이드를 따라 움직이는 패키지여행이다.
유럽의 아름다움을 미디어로만 접하다가 실제로 새로운 나라의 문화를 직접 볼 수 있게 되어 감개무량했다.
비가 부슬부슬 오고 있었다. 첫 관광지역은 믿기지 않은 아름다운 경치 아말피 포지타노 마을 해변 가였다. 절벽으로 이루어진 해변 가에 아름다운 채색을 이고 있는 집들이 한 폭의 그림 같기만 하다. 비가 내려서 밖에서 사진을 많이 찍지는 못했다. 계획된 일정에 따라 이동시간은 정확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 시국 박물관내부 관람,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의 웅장한 작품을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성 베드로 성당내부는 입구에서부터 장황한 천지창조의 작품에 눈이 번쩍 입이 딱 벌어진다. 로마에서 가장 큰 원형극장으로 검투 시합이 벌어졌던 콜로세움(외관)과 카피톨 언덕사이에 위치한 고대 로마의 중심지 포로로마노 전경을 내려다보면서 영화에서만 보았던 로마의 역사를 떠올리면서 시야를 내려다본다.
동전을 던지면 다시 로마로 돌아 올수 있다는 유명한 전설이 있는 트레비 분수
‘로마의 휴일’ 영화의 한 장면이었던 트레비 분수에는 젊은 청춘으로 넘쳐났다. 이 곳에서 그냥 갈 수는 없지 라는 생각에 젤라또를 입에 물고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오드리 헵번의 아름다운 모습을 떠 올려 본다.
버스로 이동하여 버스가 언덕길을 돌아 높이 오르면서 성 프란치스코 성당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순례자의 도시 중세 수도원 아씨시 성 프란치스코의 수도원 성당내부와 성녀 글라라 유해가 안치되어 있는 곳도 둘러보고 성프란치스코의 가난한 마음을 되새기면서 수려하고 웅장한 미로 같은 성당 길을 따라 오르내렸다.
초기 역사의 중심지인 캄포광장, 아름다운 두오모 성당을 들러보면서 중세시대의 유명한 작품들을 여유롭게 오래 감상 못한 아쉬움이 컸다.
예술 업적으로 화려한 르네상스를 꽃피운 피렌체, 토스카나의 중심도시. 시인 사상가인 단테의 생가를 외관으로 보고 다비드상의 미켈란젤로 외 많은 예술가들이 떠오른다.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의 배경을 담은 피렌체 도시, 시뇨리아 광장, 아르노 강에서 가장 오래된 베키오 다리 환상 같은 물안개의 운치로 여운을 남긴다.
밤은 낮보다 찬란하다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 베니스 아일랜드 관광을 구경하면서 그 시대에 성행했던 가면들이 무도회를 연상케 한다. 곤돌라를 타면서 산타루치아 노래가 여기저기서 절로 나오고 베니스는 정말 최고의 멋진 관광 명소임을 다시 한 번 감탄 했다.
두칼레 궁전과 프리지오니 감옥을 잇는 슬픔이 묻어나는 탄식의 다리를 건너면서 그 당시 역사를 다 이해 할 수는 없지만 책에서 읽은 기억을 떠올리며 이탈리아를 경험하고 있다.
12사도 중 한명이 산마르코의 유해를 모시기 위해 세워진 산 마르코 성당.
돌로미테의 최고의 휴양도시 코르티나담페초 구시가지, 새하얀 눈이 덮인 산봉우리와 초록의 계곡 평온한 호수가 한데 어울려 경이로움을 자아낸다.
동 알프스의 심장 돌로미테는 3000미터가 넘는 18개의 암봉과 41개의 빙하등이 거대한 산군을 이루고 있어 장엄하고 경외로운 반면 뾰족한 산봉우리 사이사이에는 야생화 고산 초원 맑은 호수 아름다운 숲을 숨기고 있다고 한다. 유럽인들에게 천상의 트레일로 불린다고 한다.
오페라의 도시 베로나로 이동 2000년 전에 지은 원형극장 아레나 외관을 보고 로미오가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른 줄리엣의 집에 도착하니 영화장면과 비슷한 담쟁이덩굴이 치고 올라간 돌담 가옥이 보인다. 젊은 여성들은 로미오를 기다리던 줄리엣 처럼 베란다 난간에 서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려다본다.
가르다 호수 남쪽을 향해 가늘고 길게 뻗은 작은 마을 시르미네오는 마을 입구에 놓인 성으로 인해 육지와는 분리된 채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마을처럼 느껴진다. 성문 앞에 놓인 작은 다리를 지나면 호수 한가운데서 신비로운 비밀을 간직한 채 오랜 세월 아름다움을 간직해온 중세시대 마을로 다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시르미오네, 이태리 최대의 호수 가르다 호수 밀라노에서 관광을 하고 마지막 여정을 끝으로 밀라노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갈 탑승시간을 기다린다. 시간은 너무 빨리 흘러갔다.
내 생애 행복했던 시간들, 세계테마 이탈리아 여행을 더 관심 있게 시청하면서 자세히 보지 못했던 여행을 추가관람이라도 할 마음에 그 때의 기분을 떠올리며 시청을 하곤 한다. 아름다운 이탈리아 여행이 지금도 소녀감성으로 아름다운 추억처럼 피어있다.
에피소드 몇 자 적어본다.
친구와 밀라노 공항면세점 쇼핑을 하고 화장실을 들어갔다가 나오니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 안에 들어갔나 하여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오가던 길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또 제자리로 와서 화장실 앞으로 와 보니 친구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아마 그녀도 나처럼 찾고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다가 우리는 처음 그 자리에서 마주쳤다. 친구는 갑자기 버럭 화를 냈다.
그녀는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더러 어디를 갔냐는 것이다.' 내가 나왔을 때는 너는 어디 갔었어.?' 친구는 그대로 있었다는 것이다.
귀신이 곡을 할 노릇이지 왜 내 눈에는 친구가 보이지 않았고 왜 친구는 내가 보이지 않았을까. 친구는 급기야 나를 외면하고 말을 하지 않았다. 고의가 아닌 일에 말을 붙여 보아도 친구는 고집 아닌 고집을 피우며 단단히 삐져 있었다. 아마 공항에서 잊어버리지나 않았나 걱정했으리라 나름대로 추리해 본다.
친구는 공항에서부터 비행기 안에서도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결국 집까지 각자 돌아가고 말았다. 참 아이러니한 관계가 되어 버린 것이다. 우리 관계는 그렇게 서먹해져 버렸다.
그녀가 말을 안 하는 이유도 알 수 없었지만 잘못 없는 잘못처럼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이탈리아의 멋진 여행 막바지에 이별여행을 다녀오기라도 한 것처럼 어처구니없는 그녀와의 관계를 떠올리면서 지나간 일들을 추억 속에 함께 묻어 두기로 했다.
201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