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좋은 인생이라 해봤자 별게 아녀 그저 몸 건강하고 자주 웃는 게 좋은 인생이었어.’ <있는 그대로 살아도 괜찮아>라는 책에서 발췌된, 2023년 이번 한 해 동안 제게 주어진 신년 말씀 카드의 글입니다.
주님. 요즘은 고작 한 번 웃기가 이렇게 힘든 건가 싶은 날들이 이어집니다. 일터에서는, 말이 안통하고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노인들 때문에 지치지만, “우리 선생님이 나를 치료해중께 고맙지~” 이런 말 한 마디에 웃습니다.
문자나 카톡으로 요청받은 권익 상담들에 바빠서 저녁 식사를 미룰 때는, ‘내 코가 석 자인 판국에 지금 대체 뭐하는 거냐’ 싶기도 한데, 딱 그럴 때면 “어디에 말을 해야 할지 몰랐는데,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는 인사가 전해져서, 감사기도를 하며 그 기록들을 남깁니다. 미소가 잠시 번집니다.
늦은 밤, 하루를 마무리하며 들여다보는 뉴스들에서 마음이 무너지고 결국 눈물이 납니다.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지만 애써 찾아보며 분노와 슬픔을 나눕니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아이들이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릴 정도로 힘들었을 때, 끔찍한 학폭 가해자들이 있는 그 교실의 선생님들도 참 힘들겠음을 막연히 짐작하며 살았습니다. 자기 자식만 두둔하고 변명하는 그 부모들이 선생님들께 어떻게 할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들의 학창 시절 동안 매년 학부모 상담으로 접했던 ‘담임 교사‘들은 직장 맘이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함이었고 전날에 미용실이라도 다녀와야 예의를 차린 듯 보일까 싶게 그저 조심스러웠습니다. 마지막 고3 담임은 ’큰 누나‘ 같은 정도로 아이들과 친근하게 보여 혹여 아들의 행동이 지나칠까 싶어서 잔소리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다양한 우리 아이들을 살펴주셔서 이제 성인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용기를 주신 모든 선생님들께 주님의 평화를 주옵소서.
주님. 텀블러에 몰래 담아 놓은 소변을 마셨던 선생님. 길거리에서 학생에게 맞으며 계속 학교 측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외면당하신 선생님. 그리고 일부 학부모들의 몰지각함들을 참으며 묵묵히 아이들을 챙기시는 선생님들.’ 그 누구도 죽음으로 말하지 말고 잘 버티시기를 기도합니다. 이제 서로 힘을 합하여 교권과 인권을 찾을 수 있도록 힘을 주옵소서. 그리고, 선생님들의 지극한 보살핌으로 대학과 사회로 나간 아이들이 또 학교 밖에서 상처받지 않도록 지켜주옵소서.
저 또한 그간 몸과 마음을 소진하며 건강을 돌보지 못한 여러 증상들을 겪는 중이지만 하루를 접는 시간에 늘 감사하며 기도하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동녘의 모든 이들이, 각자의 직종에서 본분을 다하며 부모와 자식이며, 아내와 남편의 자리에서 부족한 것들을 고하며 기도합니다.
깨우치시는 하나님. 서로의 마음 공간을 사랑으로 채우도록 하옵소서. 예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