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hCv_PC1Ca9g?si=Ojp_YJM7AjD2iPrN
검고 푸른밤을 뚫고 나오는 새벽 절간의 빛을 보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어둠을 지나 화엄사로 향하기로 했다.
새벽 5시 알람소리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비가 내린다.
" 한숨 더 잡시다.
자고 일어나 택시 타고 이른 아침 풍광이나 보러 갑시다. "
"오케이 ~ "
여섯시 반 무렵 택시를 타고 화엄사로 향했다.
새벽비에 젖은 고색창연한 화엄사가 반긴다.
색은 짙어져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깊은 묵향이 흐르는 듯한 절집의 가라앉음을
캔버스로 하고 화엄사 매화들이 봄날,
깨달음을 얻고 돌아가라는 듯
환하게 하늘향해 미소를 터트린다.
봄날의 깨달음은 마음에 환한 꽃한송이 드리움일 것이다.
매화향이 코끝으로 흐르니
우리의 입가에서 미묘한 웃음이 절로 피어났다.
화엄매, 홍매, 흑매 ... 붙여진 이름도 다양하다.
더하여 천연기념물이 되었다고 난리다.
꽃을 친견하러 전국각지에서 많이들 모였다.
천년 고찰 홍매의 고혹함은 사라지고
잘차려입은 모델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대웅전 부처님께 합장하고
대웅전과 각황전 사이에 자리하여
겨울 지난 화엄사를 환하게 불 밝히는 홍매에
붉은마음을 던져둔 뒤 각황전으로 들었다.
각황전 부처님께 백팔배를 올렸다.
몸을 내리고 내리고 내리고 내리고 ...
몸을 내리면 마음은 가벼워진다.
가벼워진 마음이 열릴 때 뒤돌아 찰나지만 부처의 눈이 되어
절집 마당을 보고 너머 산자락을 보는 것은
분명 다른 맛이다.
뒤돌아 본 순간의 시간이 좋아
절집을 찾으면 가끔이라도 이렇게
백팔배를 드린 뒤 돌아서고 멍을 떼린다.
화엄사에서 백팔배를 드리고
연기암에 가면 혹여 녹차 한 잔 마실 수 있을까 싶어
계곡길 따라 올랐다.
몇 년 전에
잠달님들과 찾았을 때보다 길게 올라가는 것 같다.
비에 젖은 아침 계곡길은 좋았다.
어머님의 품길같은 숲길처럼 아침 비에 젖은 계곡은
푸근하고 숨쉬기가 편안했다.
" 여기가 아닌가벼 ... "
그러나,
'지금'이라는 시간이 내 한 몸에 가득하다.
연기암의 매화꽃들과 차담 대신
꽃담을 하였다.
꽃들아 예쁘게 피워줘 고마워.
몇 년 전 우리가 찾아
차담을 나눴던 곳은 연기암이 아니고
화엄사 본당 뒤쪽으로 올라가서 만나는 구층암이었다.
연기암으로 기억하고 있던
차가 좋았던 작은 암자 구층암을 찾아
다시 한 번 와야할 듯.
눈 내린 어느 겨울
화엄사 구층암으로 올라
차 한 잔 나눌 수 있는
인연이 열리길
부처님께 비나이다.
첫댓글 사진찍는 기술이 날로 발전하는것 같아요. 다 작품임.
노다지님이나 저나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은
마음길로 들어섰기 때문인거겠죠.
몸을 내리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 좋은말씀~
가벼운 맘으로
봄맞이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