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의 어느 때가 되면/여국현

[카페지기]

우리 생의 어느 때가 되면/여국현

우리 생의 어느 때가 되면
누군가를 마음에 품는다는 것은
심장에 긴 바늘 하나 깊숙이 꽂는 것이지

숨 한 번 쉴 때마다
심장 한 번 뛸 때마다
선명한 피 내음 가득한 호흡 쏟아내며
가슴을 움켜쥐고 비틀거리면서도
그 바늘 하나 기꺼이 심장에 꽂고
그 바늘 하나로 비로소 살아있는 것이지

우리 생의 어느 때가 되면
누군가를 마음에 품는다는 것은
심장에 가늘고 긴 바늘 하나 푹 꽂고
심장 뛰는 일의 고통과 기쁨을
비로소 아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