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일홍 희곡집 매국노 153 * 224 * 21 mm 322쪽
이 작품집에는 매국노 외에 4편의 희곡이 실려 있다. 「매국노」에서 작가는 인간 이완용에 대한 재해석, 재평가, 재조명을 하고 있다. 이 희곡의 궁극적 목적은 이완용이라는 과거의 인물을 통해 현재의 시대상황을 돌아보고 미래의 한국을 전망하는 데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완용의 정신세계와 그가 살았던 시대를 헤아려 보는 일일 것이다. 이완용이 갈등과 고민 끝에 내린 결정, 종국의 선택은 우리가 익히 아는 바다. 이러한 결정과 선택의 구조적 문제점과 그 구조에 참여했던 모든 개인이 반성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도 이 작품이 지향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낯설고 두렵고 아름다운 세상의 마지막 날」은 B호스피스센터의 자원봉사자이며 예술치료사인 유성이 씨의 수기 「괜찮아 엄마, 미안해 하지 마」를 바탕으로 하여 쓰여진 작품이다. 실화를 기반으로 했지만 허구가 많이 가미된 창작물이다. 수기는 여덟 살 딸을 혼자 남기고 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 40대 엄마를 60일간 돌본 호스피스 봉사자가 기록한 이야기다. 「털 없는 원숭이傳」에 등장하는 기세철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시대의 격랑에 휩쓸려 간 대다수의 민초들과는 달리, 보다 적극적으로 개인적 출세와 입신양명을 위해 동족은 물론이고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가족마저 제물로 바쳤고 그 결과는 가족과 자신이 함께 파멸의 길로 들어서야 했다. 자신의 삶을 역사와 사회 속에서 조망하고 성찰한 게 아니라, 오로지 이기주의와 속물주의에 매몰된 인생의 종말을 보여준 것이다. 「챔피언 김남숙」은 빈천한 가정에서 자라난 어린 소녀가 투지 하나로 세계 여자 권투 챔피언의 자리에 오른 경이로운 성공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한 마디로 ‘개천에서 용 난’ 이야기다. 배고파서 편의점에서 빵을 훔쳐 먹던 어린 김남숙이 세계챔피언 육성이 꿈이었던 복싱체육관 관장 곽승호를 만나면서 하나씩 꿈을 이루어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희곡은 표면적으로는 여자 권투선수의 성공기이지만, 내면적으론 한 인간의 고통과 상처에 대한 기록이며,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헤매는 방황기이다. 「여덟 남자를 사랑한 여자」는 주인공 수미의 화려한 남성편력이 극의 근간을 이루지만 기실 그녀의 편력은 자신이 원해서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운명의 격랑에 떠밀려온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