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결혼식(열처녀 비유)
성경에 보면 열 처녀의 비유가 나온다. 결혼식에 참여하는 신랑 신부의 친구들(들러리)이 결혼식 잔치를 앞두고 신랑을 기다리는 장면이다. 당시 이스라엘에서는 저녁에 혼례를 치렀다. 기다리다 못해 지루했을지도 모른다. 밤이 깊어 갈수록 어두움을 밝히기 위해 등불을 밝혀야 했다. 그런데 기름이 떨어지거나 아예 기름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낭패다. 늦은 밤에 가게가 모두 문을 닫았으니 사 올 데도 없다. 신랑이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과거 이스라엘에서는 정혼 기간이 있었다. 정혼은 오늘날 약혼과 같다. 신랑이 정혼하고 일 년 후에 선물과 지참금을 갖고 신부를 데리러 간다. 그 기간에 신랑은 신부와 함께 거처할 처소를 준비한다. 그러나 가끔 늦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언제 올지 모르는 신랑을 준비해야만 하는 신부와 신부의 친구들은 답답할지도 모른다. 요셉도 정혼 기간을 가졌고 그사이에 약혼한 마리아가 임신해서 조용히 파혼하고자 했던 기록이 나온다. 이삭의 경우도, 그의 종이 신부를 데려오기 위해 먼 여행을 떠나 리브가를 데리고 오는 장면이 등장한다.
기름을 미리 넉넉하게 준비한 다섯 처녀는 밤이 깊어지고 신랑이 더디게 오더라도 아무런 문제 없었다. 그들은 늦게 도착한 신랑과 함께 풍성한 잔치에 참여했지만, 기름이 떨어진(혹 기름을 준비하지 못했던) 다섯 처녀는 기름을 구하러 이리저리 다니다가 잔치에 참석하지 못했다. 보통 기름은 성령을 상징하고 등불은 몸을 상징한다. 이 비유는 예수님의 재림을 상징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에서도 내 마음대로 살아가지만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거나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이 올 때는 신랑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쁨으로 맞이해야 한다. 그대 아직 준비되지 못한 들러리(하객, 성도)는 복된 잔치에 참여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최근 한국에서 첫째 딸이 결혼식을 했다. 8월의 더운 날씨에 이래저래 걱정도 많았지만 아름답게 잘 마쳤다. 코비드 19로 인하여 세상의 시계가 멈추었던 적도 있었다. 가족 외에는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식당은 물론 모든 업소가 문을 닫고 외출 금지가 내려진 전무후무의 폐쇄 조치로 인하여 최악의 시기를 보내왔었다. 일 년 전에 가족끼리만 식을 올렸다. 스몰 결혼식이었다. 이번에 한국에서 그동안 참석지 못했던 친지와 지인들을 초청하여 결혼식을 거행했다. 상견례도 결혼식 전에 가졌다. 짧은 시간에도 결혼식을 준비하랴 딸과 사위가 고생이 많았다. 많은 이들이 참석하여 딸의 결혼을 축하해주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주님의 은혜다.
혼인과 결혼은 과거나 오늘날에도 다르지 않다. 태어날 때와 결혼할 때는 가장 경사스러운 날로 모든 친지 지인들이 참여하여 함께 축하해 주고 선물도 전해주고 잔치(피로연, 뒤풀이)를 연다. 결혼은 당사자나 부모는 물론 모두에게 축복된 날이다. 그러므로 많은 이들이 축복(블레싱)한다. 축복은 영어로 블레싱(Blessing)이다. 블레싱은 블리딩(Bleeding)과 어원이 비슷하다고 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를 축복하기를 원하신다. 그의 십자가 죽음으로 인하여 우리는 구원을 얻었다. 즉 그의 피 흘리심이 없었다면 축복된 구원의 자리에 나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딸의 혼인을 지켜보면서 너무도 감사가 넘쳤다. 과거 둘째 딸 결혼식에 이어 이번에도 축시를 직접 낭송하기도 했다. 딸과 사위가 자랑스럽다. 평생 주님 안에서 믿음을 지키고 베풂을 통하여 주님이 주신 풍성함을 누리길 축복한다. 더불어 열 처녀 비유에서처럼, 기름을 준비하지 못한 미련한 다섯 처녀가 아닌 항상 기름(성령으로 충만한 삶)을 준비하여 복된 천국 잔치(재림)에 참여하는 딸과 사위(지혜로운 다섯 처녀)가 되길 바란다.
시인/목사 이진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