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이 너무 즐겁고 행복해서 방학을 도대체 왜 해야 하냐고 항의하는 아이들, 개학해서 선생님과 친구들 만날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것처럼 설렌다는 아이들, 다시 태어나도 이 학교를 다니겠다고 하는 아이들이 있다. 달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순천 상사에 위치한‘사랑어린 학교’아이들이다.
◇ 아이들은 행사를 스스로 기획하고 역할분담을 하고 준비한다. 사회자도 자기들끼리 정하고 자기들끼리 모여서 멘트를 짠다. 각자가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이어서 아이들은 알아서 쉬는 시간에 연습하고, 점심을 먹고도 삼삼오오 모여 앉아 연습한다.
♡ 걸으며 배우고 ♡
◇ 사랑어린 학교는 토요일마다 걷기 명상 모임을 한다. 순천만, 강변, 산길, 와온 해변 등 순천 곳곳을 걸으며 편백나무 숲도 만나고, 옹달샘도 만나고,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에 몸을 내맡긴다.
‘사랑어린 학교’는 멀어서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간다. 학교 앞까지 버스로 편하게 가면 되지만 마을 입구에서 걸어 30분 동안 학교로 걷는다. 걸으며 친구들과 이야기도 하고 길가에 피어있는 꽃들과 인사도 나누고 선생님과 이야기도 나눈다. 걸으며 배우는 것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걸으면 다리가 아프다고 투덜거렸다. 부모들은 도로를 걸으면 위험하다고 편하게 갈 수 있는데 왜 걸어야 하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걸어서 학교까지 간다.
길을 걸으며 나비도 만나고 개구리도 만난다. 바람도 맞으며 친구들과 장난도 친다. 선생님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팔랑 팔랑 날아가는 나비를 보며 노래를 불러주기도 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걸으며 새로운 즐거움과 경험을 만든다. 걸으며 만나는 여러 가지 사건과 경험을 통해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배운다. 저 하늘의 새들처럼 자연 속의 만남을 통해 배운다. 따뜻한 눈으로 자연을 바라보듯 세상을 바라보고 친구와 나누듯 이웃과 나누며 살면 된다는 것을 절로 배운다. 교과서로는 결코 배울 수 없는 것들이다.
♡ 몸으로 체험하며 배우고 ♡
아이들은 생활 주변의 여러 가지 소품을 이용해 만들기를 한다. 바닷가에서 주어온 조개껍데기, 입다가 버린 옷가지, 버려질 박스들을 이용해 생활에 필요한 것을 만들고, 몸과 마음의 조화를 위한 영성공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바탕이 되는 생활교육,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 결정하며 더불어 행하는 것을 배우는 자치와 자립교육, 음악, 미술, 전통, 책과 함께 뒹굴뒹굴, 서예, 목공, 단소로 배우는 예술교과, 책으로 만나고 세상을 만나는 방법을 경험하는 말과 글, 자연에서 규칙을 찾고 생활에서 응용하는 법을 배우며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 수와 셈, 영어를 소통의 도구로 배우는 바느질로 만나는 영어, 나를 찾아가는 주제공부, 과학, 명심보감, 사람 찾아 떠나는 배움,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을 조사하는 마을공부 등 주로 몸으로 체험하며 배우는 교육이다.
◇ 아이들은 스스로 모를 심어 키워낸 쌀을 먹는다. 서툰 솜씨로 심은 뜬 모는 다시 심어야 하지만 비오는 날 모심는 아이들 마음은 가을 추수를 기대하며 신기하기만 하다
♡ 스스로 밥을 짓고 ♡
지난해부터 밥은 아이들이 짓고 반찬은 두 가지씩 집에서 해 와서 한 상에서 나누어 먹는다. 전교생이 모여 앉아 먹는 것이 아니라 가족으로 구분되어 10여 명씩 한 가족이 되어 밥을 먹는다. 예전에는 식당에서 전체 학생들이 밥을 먹다 보니 후다닥 밥을 먹고 나와야 했다. 배를 채우기 위한 식사였다. 집단으로 급식을 하다 보니 먹기 싫은 음식은 버리게 된다. 하늘과 땅의 선물인 밥을 그렇게 먹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밥을 소중하게 여기고 고마운 마음으로 먹기 바라는 마음에서 스스로 밥을 짓고 먹을 만큼만 덜어서 먹기로 했다. 친구 엄마가 해 온 음식이라 더 고마운 마음이 된다. 한 상에 둘러앉아서 쌀과 밥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함께 먹은 음식이 좋은 일에 쓰이기를 기도하며 먹는다.
♡ 스스로 행사를 준비하고 ♡
60명의 학생을 위한 음악 선생님은 세 분이다. 오카리나, 풍물, 기타, 노래를 가르치는 음악 선생님, 단소 선생님. 아이들은 다룰 수 있는 악기가 많다. 지난 5월에는 학부모 음악교사인 소리샘이‘선생님들을 위한 음악회’를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아이들은 행사를 스스로 기획하고 역할분담을 하고 준비한다. 사회자도 자기들끼리 정하고 시키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모여서 멘트를 짠다. 각자가 준비하는 것이어서 아이들은 누가 준비하라고 하지 않아도 쉬는 시간에도 연습하고, 점심을 먹고도 삼삼오오 모여 앉아 연습한다. 선생님이 나서서 조용히 시키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조용히 시켜가며 참여한다. 서툴지만 스스로 준비하고, 맘껏 연주하며 온통 자신을 드러내는 연습을 한 아이들은 그런 과정을 통해 온전히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아이들로 자라난다.
♡ 한 가족이 되어 ♡
학년별로 진행되는 공부가 있고 가족별 모임이 따로 있다. 지식교육은 학년별로 진행하고 가족별 모임은 생활을 같이 하며 통합교육을 꿈꾸며 시도했다. 한 달에 한번 아이들이 장소를 정하고 계획해서 순례를 간다. 하루 종일 실컷 놀고 밤에 모여 한 가지 주제를 정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5월 달마순례는 벗의 주간을 맞이하여‘나에게 이런 벗이 있으면 좋겠다’는 주제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아이들은 함께 있으면 편해지는 사람이 벗이라고 그럴듯한 이야기를 나누며 우정을 키워간다.‘가장 행복했던 순간,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기도 한다.
♡ 마을에서 배우고 ♡
지난 2년 동안 학교 주변의 연동 마을과 오곡 마을을 돌며 마을조사를 했다. 마을 어른들에게 지난 이야기를 듣고 집에 있는 농기구와 나무들에 대해 설명을 듣고, 마을의 유산을 둘러보는 사이 마을 어른들과 친해졌다. 어느 집에 가면 무엇이 있는지 다 알고 마을 어른들도 마을을 어슬렁거리며 호기심에 가득 찬 아이들을 반가워한다. 강아지를 낳은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어린 강아지를 키워보지 않겠느냐며 선물로 주었다. 아이들은 자기보다 힘없고 여린 생명을 위해 자기가 먹을 것을 나누어 주며 온 정성을 다해 강아지를 보살핀다. 마을이 아이들을 키우고 아이들은 마을을 잊지 않을 것이다.
‘사랑어린 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은 일반 중학교로 가기도 하고, 다른 대안학교를 찾아 가기도 하고 가정에서 공부하기도 한다. 올해는 졸업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이‘사랑어린 학교’에서 더 머물며 배우기를 원해서 중1 과정인 7학년을 만들었다. 학부모가 교사가 되고, 주변의 뜻있는 어른들이 교사가 되기도 한다. 강원도 원주 한알 학교와 연대해서 함께 배움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사랑어린 학교’를 보낸 학부모들은 자유로운 학교 분위기와 다양한 프로그램 덕에 아이 본래의 모습을 잘 가꾸어 나갈 수 있어 고맙다고 했고 졸업한 아이들은 이 학교에서의 경험과 만남이 너무나 소중해서 다시 태어나도‘사랑어린 학교’를 다니고 싶다고 한다.
◇ 마을조사를 하며 친해진 동네 어르신이 막 태어난 강아지를 주셨다.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 주고 싶어졌다고 한다.
박경숙 기자
제493호-201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