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북해도 여행기
/ 미량 국인석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일본 북해도 여행을 3박 4일 일정으로 가기위해서 여느 때와 똑같이 6시 40분에 알람을 맞춰놓고 설레이는 가슴을 안고 잠자리에 들었다.
12월 4일 일요일 낮 12시 10분 출발하는 비행기라서 가이드와 10시에 미팅을 하기로 했지만 인천 공항에 9시 반쯤 미리 도착을 했다. 얼마 후 나타난 가이드의 말인즉 치토세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갑자기 응급환자가 생기는 바람에 회항하여 응급조치하고 오는 관계로 2시간 연착하게 생겼다는 것이다.
긴 여유 시간을 아침 식사와 살 것도 없는 면세점을 기웃거리다가 비행기는 정작 3시가 넘어서 출발했다.
구름바다를 헤치고 날아간 비행기는 오후 6시가 되어서 일본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을 했다. 유독 작은 키의 공항 직원들은 열 손가락 지문 검색까지 요구해 까다로운 입국수속을 거쳐 들어갔다.
오늘 일정에는 도착 후 공원산책과 아시유(족탕)을 즐기는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일정을 취소하고 곧바로 공항에서 꽤 먼 거리에 있는 숙박지인 죠잔케이로 우리 일행 28명을 태운 대형버스는 어둠을 헤쳐 달려 나갔다. 이동하는 동안 가이드가 몇 가지 주의할 점과 일본 문화에 대해 곁들여 설명이 있었다.
1.일본에는 호텔방에 따로 생수가 비치되어있지 않고 정수기도 없으니 욕실에서 수돗물을 따라다 먹으라는 것, 정부에서 물 관리를 철저하게 함으로 국민 모두가 믿고 수돗물을 마신단다. 우리나라의 생수를 날라다 먹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2.일본 거리에는 따로 쓰레기통이 없기 때문에 집으로 가져가 버리라는 것, 우리는 호텔로 되가져오라는 것이다.
3.온천욕은 마음껏 즐기되 남탕에 여자 도우미가 있더라도 놀라지 말고, 그리고 남탕과 여탕이 하루하루 교대로 바꿔가며 운영을 하기 때문에 잘 보고 이용하라는 것, 일본에는 남녀 혼탕이 있다는데 은근히 호기심이 발동했지만 기대하지는 말라는 소리에 야릇한 미소로 삐죽 웃고 말았다.
이미 주변은 많이 어두워지고 얼마를 달렸을까? 7시 반이 넘어 호텔에 도착했다. 우선 호텔 로비에 짐을 맡기고 뷔페식당으로가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나서야 방으로 돌아와 여장을 풀었다. 벌써 9시가 넘어버린 시간이었다.
가까운 걸로 생각했던 일본이 하루해를 다 채우고 말았으니 3박 4일 일정이 짧게만 느껴졌다.
긴 여행길에 지치기도 했지만 온천욕으로 우선 피로도 풀 겸 아내와 나는 호텔 침대위에 놓여있는 일본 전통의상 유까따로 갈아입고 1층 대욕장으로 내려갔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여기 호텔은 저녁 식사 시간 때에 맞춰 남탕과 여탕을 이미 바꾸어 놓았기 때문에 내일 아침까지 그대로 이용해도 무방할 거라고 했다. 1시간 반 후 11시에 이 앞에서 다시 만나기로하고 아내와 각자 헤어져 안으로 들어갔다. 귀중품은 조그만 사물함에 집어넣고 옷은 벗어 바구니에 담아 선반위에 올려놓고 탕 안으로 들어갔다. 탕 안의 구조는 1인용 칸막이가 되어있는 샤워장과 커다란 온탕, 조그만 냉탕, 그리고 밖으로 노천탕이 있었다. 호텔 손님들만이 이용하는 탕이라 별로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오고가는 사람들 중에 작은 수건으로 앞을 가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간혹 눈에 띄었다. 앞을 가리고 다니는 사람은 일본사람들이고, 대놓고 그냥 다니는 사람은 한국이나 중국사람이란 것은 금방 알아 볼 수 있었다. 일본사람들의 예의를 중요시하는 습관이라나.
30여 분 몸을 담그고 있었더니 벌써 이마에서 땀이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조금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들어올 생각으로 탈의실 시원한 곳에서 몸을 식히고 있었다. 때마침 60세 가까이 되어 보이는 여자 도우미가 주섬주섬 탕 안팎을 정리하고 돌아다니는 것이다. 나는 정면을 피해 돌아앉아 있었지만 너무나 태연하게 일을 하는 것을 보고 괜히 나만 쓸데없는 부끄럼을 탔나 싶기도 했다.
2일째 되는 날. 아침 6시 모닝콜 벨소리가 울렸다.
잠자리가 바뀌어서인지 3시경에 잠이 깨어 뒤척이다가 뒤늦게 막 잠이 들려는데 벨이 울린 것이다. 아내는 더 누워있겠다고 하기에 나만 혼자 1시간 정도의 온천욕을 즐기고, 호텔 뷔페식당에서 비교적 부드러운 음식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짐을 싸 첫 관광길에 나서기위해 8시 로비로 내려왔다.
오늘 첫 여행지로 노베리베츠의 지다이무라이다. 일본의 전통 문화와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민속촌과 비슷한 곳이다.
원래 북해도는 일본 땅이 아니고,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원주민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는데 일본이 강제로 빼앗아 자국 영토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여기 북해도는 우리나라의 85% 면적에 인구 500만 여명이 살고 있는데 원주민은 20%도 안 된단다. 농업과 수산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먹거리가 풍족한 지역이며 맥주와 아이스크림이 지역 특산물로 유명하기도 하단다.
10시쯤 민속촌에 도착해보니 우리나라의 민속촌과는 달리 대궐 같은 기와집들이 즐비하고 옛날 부촌 일변도의 거리를 재현해 놓았다.
여기저기 두루 살피며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일본의 시대극을 볼 수 있는 연극관이 세군데 있었는데 우리는 “인자”라는 연극을 관람하기로 했다.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맨 끝에가 줄을 섰다. 입장할 때 조그만 종이 한 장씩을 나눠 주었는데 혹시 눈물이라도 닦으라는 종이로 알고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숙달된 연기자들의 재치 넘치는 연기에 웃음과 박수로 답을 하고 20여 분간의 시대극은 막을 내렸다. 아까 나눠주었던 종이는 연극이 끝나면 동전을 싸 던져달라는 것이었는데 아쉽게도 동전이 없어 그냥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후미진 뒷골목에 이르렀다. 일본 옛날 생활상을 모형인형으로 재현해 놓았는데 그나마 여기서 일본 냄새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지다이무라 관광을 마치고 나오니 벌써 점심시간이다. 멀지 않는 곳 식당에 들어갔는데 이미 준비가 완료되어있어 식탁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닭고기와 국수, 양배추와 서너 가지 야채를 찜통에 쩌 소스에 찍어먹는 도리무시우동이라는 음식이었다. 보기에는 먹음직스러워 보였지만 막상 젓가락을 들고 보니 아무 별맛도 없었다. 나중에 배고픔을 생각해서 억지로라도 나는 조금 더 먹었지만 옆 테이블엔 많은 음식들이 남아있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음 관광 장소인 1만 년 전 활화산 분화구의 흔적이 살아있는 노보리베츠의 지옥계곡으로 이동을 하였다.
차량으로 이동을 하다보면 계곡에 커다란 도깨비 형상의 조형물이 더러 서있는 곳이 있는데 여기는 온천수가 나오는 곳이란다.
차에서 내려 멀지 않는 곳에 활화산의 흔적이 한 눈에 내려다보였다.
와! 감탄사와 함께 펼쳐진 현장은 그야말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증기가 솟구쳐 나오고 유황냄새가 가득했다.
조금 더 가까이 가기위해 600여 미터의 산책로가 닦여 있었는데 크고 작은 무덤 같은 봉우리들이 화산재로 쌓여있고 주변 도랑에 유황이 흘러내려 굳은 흔적하며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두려움에 겁이 나기도 했다. 이 현장이 1만 년 전의 활화산이라고는 정말 믿기지 않았다.
도대체 지구가 생겨 난지가 언제인데 지금도 땅속에 불덩어리가 식지 않고 폭발을 하며 숨을 쉬고 있단 말인가. 화산의 흔적을 사진에 담기위해 분주하게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그때 나보다 먼저 내려간 아내가 손짓을 하며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얼굴이 사색이 된 아내는 숨이 넘어갈 듯 금방 우리차가 출발해 가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설마하며 주차장으로 내려가 확인을 해보았더니 아내의 말이 사실이었다.
시간을 보니 1시 5분이었다. 1시까지 승차를 하라고는 했지만 인원 파악도 안하고 떠난단 말인가. 마침 주차장에 우리나라 하나여행사 차량이 있어 가이드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 가이드는 한국 사람이기에 말이 통하는 관계로 자초지종을 얘기를 하고, 그는 우리 가이드의 일본 전화번호를 찾아보라고 했다. 어딘가에 기록이 되어있을 터인데 당황하다보니 기억이 나질 않았다. 휴대폰 메시지를 검색해보다 마침내 찾아낼 수 있었다. "아마 고속도로에 진입을 했으면 돌아오기 힘들 것"이라며 택시를 타고 따라 가야할거라고 걱정스런 해결책을 내 놓기도 하였다.
두세 차례의 연결 끝에 통화가 되었다. 헌데 가이드는 우리가 승차하지 않은 사실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그때서야 당황한 나머지 그 자리로 데리려 갈 테니 20여분만 기다리라는 것이다. 나는 침착하니 대응을 했지만 아내는 내가 빨리 내려오지 않아서 그랬다는 둥 얼마나 질책을 하는지. 사실 우리나라도 아니고 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얼마나 당황이 되겠는가. 차는 1시 반이 되어서 되돌아왔다. 반가웠다. 가이드의 사과와 일행들의 박수를 받으며 차에 오른 다음에서야 긴장을 풀 수가 있었다.
아내는 가이드에게 "일행을 확인도 안하고 떠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속상함을 털어내고서야 한숨을 내쉬며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다행히 오늘 여행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아서 문제는 없었지만 팩키지 여행은 정해진 코스를 제 시간에 소화해야만 하기 때문에 늘 시간에 쫒기며 부산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관광 코스는 40여분을 달려 도야에 있는 쇼와신산이다. 지금도 분연과 매캐한 유황냄새를 내뿜고 있는 세계 유일한 베로니테카형 활화산이란다.
특별한 허가 없이는 입산이 금지되어있고, 산 아래 동상이 하나 산을 바라보는 형태로 서있는데 이 화산을 처음 발견한 사람으로서 그 당시 이 지역 우체국장이었으며 길을 가다가 우연이 보리밭 가운데에서 이상한 징후를 발견하고 매입까지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1943년 지진에 의한 지각변동으로 융기하여 하나의 산봉우리로 솟아올라 지금의 형태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도야호수에서 3시 유람선을 탑승해야 하기에 많은 시간을 지체하지 못하고 차에 올랐다.
도야호수는 호수라기보다는 바다와 같았다. 둘레 길이가 자그마치 43키로나 되는데 20세기 초 화산활동이 거듭되면서 함몰하여 생긴 호수로 겨울에도 결빙되는 일이 없으며 호수에 떠있는 나카노 섬에는 산림 박물관까지 있다고 한다. 유람선에 탑승하여 40여분을 돌아오는데 군데군데 스치는 작은 섬들과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갈매기 떼가 배의 주변을 쉴 사이 없이 맴돌며 먹이를 달라고 따라다녔다.
4시쯤 유람을 마치고. 주변은 벌써 어둑어둑 땅거미가 드리워졌다. 우리나라와는 시차가 있어 1시간은 해가 일찍 뜨고 지는 것 같다. 이것으로 오늘 일정을 모두 마치고 멀지 않는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1급 호텔 썬팔레스에 여장을 풀었다. 어제 투숙했던 호텔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크고 주변경관이 화려했다. 8층 방에서 내려다보이는 호수며 호숫가에 장식한 트리의 화려한 불빛이 다가오는 년 말과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한층 돋구어주었다. 노크소리에 문을 열고 보았다. 가이드가 캔 맥주 6개들이와 안주를 쇼핑백을 들고 들어와 낮에 있었던 실수에 대해 사과를 했다. 우리는 괜찮다고 말은 했지만 사실 오늘 같은 실수를 회사에 알리기라도 할까봐 본인으로서는 걱정이 되었을 것이다.
아직 저녁식사 시간까지는 많은 시간 여유가 있기에 우선 온천욕을 하기로 하고 아내와 나는 유까따를 걸치고 대욕장으로 내려갔다. 7시에 만나 저녁식사를 하기로하고 각자 탈의실로 들어갔다. 때마침 뒤따라 들어오는 여자 도우미는 마스크와 가운을 입고 ‘스미마생’ 하며 목례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얼핏 보아도 40대 여자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옷 벗기가 난처해 망설이고 있다가 주섬주섬 수건이나 탕 안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서야 옷을 벗고 탕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작은 수건 하나를 들고 앞을 가리고서 말이다. 하루를 격어 보았지만 그래도 대놓고 다니는 것보다 가리고 다니는 것이 예의도 있어 보이고 여자 도우미와 맞부딪치더라도 당황하지 않을 것 같아서 샤워의 목적으로 쓰기보다는 가리개 목적이 나에게는 더 우선이었다. 온천을 즐기는 동안 두세 번의 도우미와 마주치는 일이 있었지만 수건의 덕을 톡톡히 볼 수가 있었다. 하하하.....
어제 묵었던 호텔과는 다르게 1인 우물탕과 1인 수압안마 시설과 같은 아기자기한 구조가 잘되어 있었다. 특히 도야호수가 바로 눈앞에 펼쳐진 노천탕이 그만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일본에서는 때를 밀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몇칠 전에 때를 말끔히 밀고 왔지만 물에만 들어가면 시원하게 밀고 싶은 것은 우리들만의 문화가 아닌가 싶다. 일본사람들이 우리나라에 관광 오면 때 미는 코스가 있다는 것도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주로 땀을 빼 노폐물을 제거하는 목욕이라면 일본은 기운을 안으로 스며들게 하는 목욕법이 다르다고나 할까. 온천수가 좋아 효력을 보고 사는지는 몰라도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일본에는 관절염으로 고생한 환자가 별로 없다고 한다.
시간 반 정도의 온천욕을 즐기고나왔다. 수건으로 닦지 말고 말려서 건조시키는 것이 좋다는 말에 탈의실에서 지체하고 있었다. 그때 도우미 여자가 허겁지겁 사용한 수건들을 주섬주섬 모아들고 뛰어가는 것이다. 보아하니 탈의실 한쪽에 비치되어있는 우리나라 정수기 모형의 물통에서 물이 위로 넘쳐나고 있었다. 흐르는 물을 수건으로 적셔내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때마침 여탕에서 일하는 듯 하는 도우미 한명이 더 왔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오지랖이 넓은 내가 모르는 채 할 수가 없어서 수건으로 앞을 가리고서 살펴보았다. 옆에 전기 코드가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보고 코드를 잡아 뽑았다. 그때서야 넘치던 물이 멈추고 주변이 안정을 찾은 것이다. 도우미는 알아듣지도 못하는 일본말로 고맙다는 인사를 했지만 그저 미소로 인사를 대신했다. 나도 겨우 이틀째이지만 남탕에 여자가 있는 것에 금방 익숙해져 있었고 부끄럼도 사라졌다. 헌데 연일 일하는 여자도우미야 남자 보기를 왔다 갔다 하는 "수캉아지" 정도로 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3일째 되는 날, 아침 커튼을 열고 창밖을 내다보니 도야호수 건너 먼 산에 하얗게 눈이 내렸음을 알 수 있었다. 어제 저녁 티비에서 북해도 지방에 많은 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눈이 다르지 않겠지만 삿포로의 눈을 즐기고 싶었는데 다행이었다. 하지만 관광에 차질이 생길까봐 한편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아침온천을 즐기려 내려갔는데 정말 남탕과 여탕의 팻말 위치가 서로 바뀌어있었다. 구조는 남탕과 똑같이 되어있었다. 단지 여자들이 사용했을거라고 생각해서인지 여자의 체취가 은근히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른 묘한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서로 바꿔 이용하게 된 유래에 대해 들은바에 의하면 옛날 일본 남자들이 전장에 나가 많은 희생과 죽음을 당함으로서 "여자의 기를 불어 넣어준다"는 의미로 시작되었다는 미신 같은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고 한다.
이런 미신 말고도 일본에서는 지진이나 화산 같은 자연 재해가 많이 일어나다보니 더 많은 미신을 믿기도 하단다.
눈을 맞으며 도야호수를 바라보면서 노천온천을 즐기는 기분이야말로 그 어디에 비할 수 있을까. 머리는 시원하지요. 몸은 뜨끈뜨끈하지요. 좋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오늘 여행 일정은 니세코로 이동해 일본의 100대 명수로 꼽히는 후키다스 약수 시음을 하기 위해 출발을 했다.
아침부터 날리던 눈발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굵어졌다. 이미 고속도로는 통제에 들어갔고 우리는 구 도로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뭇가지마다 눈꽃이 만발한 구 도로를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은 감탄의 연속이었다. 어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눈앞에 펼쳐진 설경을 즐기며 차가 가고 못가는 것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워낙 눈이 많은 고장에서 숙달된 운전기사의 노련한 운전 솜씨 덕에 차질 없이 제 시간에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요테이산의 만년설이 녹아 스며들었다가 자연적으로 생성돼 솟아나오는 용수는 한 번 마시면 100년까지 산다는 말이 있을 만큼 깨끗한 수질과 물맛을 자랑한단다. 우리나라의 약수터와는 다르게 펑펑 솟아 흐르는 약수를 바가지도 없이 몇 모금 마시는 것에 만족해했다. 일행들은 물을 마시는 것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은세계로 펼쳐진 설경 앞에서 사진 찍기에만 여념이 없었다.
30여분의 자유 시간을 보내고 오타루로 이동해 일본식 가옥에 차려진 현지식 도시락과 생선 전골로 어제와는 다르게 일본식다운 점심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오후 들어 다소 눈발은 약해졌지만 기온이 떨어져 빙판이지고 바람도 심해 관광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정해진 코스를 소화하기 위해 과거 오타루의 번영을 그대로 보여주는 오타루 운하를 둘러보고 오르골 전시장으로 이동을 했다. 본당 앞에 정각마다 울리는 증기시계가 볼거리였고, 수만 점에 이르는 오르골 상품들은 관광객들의 기념품으로 많이 팔려나가고 있었다.
삿포로로 이동해 국가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어있는 관광명소 북해도 구청사에 이르렀을 때는 잠잠하던 눈발이 앞을 볼 수 없을 만큼 퍼 붓기 시작했다.
대체로 주변 조경이 공원처럼 잘 꾸며져 있어 꽃피는 봄여름에는 참 예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정원수에 수북이 쌓이는 설경이 너무 멋있어 사진 몇 방을 찍고 삿포로 오오도리 공원으로 이동을 했다.
여기는 눈 축제로 이미 많이 알려져 있고 갖은 축제와 시민들의 도심 속 휴식처로 널리 알려져 있는 곳이다.
눈 축제는 2월 초에나 열리고 지금은 연말연시 크리스마스 대형 트리가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겨울철이라 자국민들은 거의 없고 일부 관광객들만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눈발도 그치고 오늘 일정은 여기서 끝내고 저녁 식사를 위해 차에 올랐다.
오늘 관광은 눈의 고장 북해도의 설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어서 더 없이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저녁 식사는 현지식으로 대게 무한 리필이란다. 한국에서도 대게는 실컷 먹어보지 못했는데 여기 일본에서 재대로 먹고 갈 수 있을까하는 기대를 하고 식당에 들어섰다. 그러면 그렇지 살도 없는 게다리가 짜기만 하고 몇 개 발라먹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해가 떨어지면서 기온이 내려가고 낮에 온 눈들이 얼어 빙판이 되면서 빨리 호텔로 돌아가 온천이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오늘 마지막 묵을 호텔은 삿포로 중심 번화가인 스스키노에 위치한 호텔인데 아쉽게도 시내는 온천수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란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을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호텔 창가에 아내와 마주 앉았다. 아내가 한국에서 살짝 숨겨 가져온 소주 팩을 꺼내 놓고 여기 북해도의 유명하다는 맥주와 소맥을 즐기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자정이 넘어버렸다.
일본여행 마지막 날, 차가 어제 내린 눈으로 인해 1시간이나 늦게 도착을 했다. 오늘 일정은 면세점 쇼핑과 말과 초원 대자연이 펼쳐진 노잔 호스 파크를 둘러보고 중식을 먹은 후 치토세 국제공항으로 이동해 인천 국제공항의 4시 비행기를 타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는 것이다.
4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인천 공항 비행기에 오르고 나서야 '이제 집으로 가는구나'하고 모든 긴장감이 눈 녹듯이 스스르 풀렸다.
저녁 7시쯤 곧 인천 공항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그동안 여행길에서 즐거움을 같이했던 일행들과 아쉬운 이별의 악수를 나누었다. 아무리 좋은 여행도 "내 집만한 곳이 없구나!" 생각하며 출구쪽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나갔다.
두서없이 써내린 여행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들하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첫댓글 무사히 다녀오셨군요.
호기심 많은 어린이같은 어른(^^)때문에 잠시 혼란을 겪기는 하셨어도...^^
기후와 풍습이 다른 곳이라 볼거리가 많지요.
그중에도 노천온천과 눈 그리고 화산이 볼만하다더니 과연 그렇군요.
미량님 더분에 저도 눈여행 한 번 잘 했습니다.
감사 감사...^^
여행은 어느 곳을 막론하고 떠나면 좋은 것이지요.ㅎㅎㅎ
부족한 긴 글에 다녀가신 걸음 감사합니다!
저물어가는 병신년 마무리 잘 하시고 건승 건필하세요! 정암 작가님!^^
아주 내가 다녀온 듯 재미있게 읽었습니다..ㅎㅎㅎ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추억을 가지고 오셨네요..^^*
네, 다녀가신 걸음 감사합니다!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지 않으시고 보살피시는
샘의 열정에 감사드리며 건승 건필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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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했습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exticon62.gif)
눈
제눈엔 눈만이 가득입니다.
고맙습니다!
두서없는 긴글에 다녀가신 걸음 감사합니다!^^
연암 박지원은 중국 여행을 사촌형과 하고서 열하 일기를 쓰고
영국의 걸리버도 선의로 배타고 여행을 다니다가 걸리버 여행기를 쓰고
미랑님은 일본 북해도 여행을 하시고 일본 북해도 여행기를 남기셨군요? ㅎㅎ
꼼꼼히도 보셨네요 굳! 좋네요 잘보았습니다^^
부족한 글에 다녀가신 걸음 감사합니다!
추워지는 날씨에 건강에 유의하시구요. 특히 감기 조심하세요! 비설 시인님!^^
기나긴여행기 읽느냐고 저의인내테스트 백점입니다 기억력도좋으시고 앉아서
공짜로 일본여행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팔아프시겠어요 길게잘도 쓰셨네요
추억의한폐이지가 그려집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ㅎㅎ긴 글 미안합니다!
저무는 올 해 마무리 잘하시고 건승 건필하세요! 다슬기님!^^
@미량 국인석 대단하시고멋지십니다ᆞᆞ
출발을 하시면서 부터 비행기 연착으로 추억의 여행이 시작되었군요.
상세하게 일정을 말씀해주시니 마치 그곳에 제가 가 있는듯 착각을 했답니다.
사진과 곁들인 기행을 읽으며 덩달아 즐거웠어요.
패키지 여행을 할 땐 절대 시간을 엄수해야 함도 깨달았구요.
여행을 많이 다니지못한 저로선 미량님의 경험담이 다음 여행때 제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탕안에서의 여성 도우미를 보고 황당해하셨을 미량님을 상상하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송화님 부족한 여행기 읽어주시어 감사합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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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천탕의 여자 도우미와 인증샷을 못 찍어와서 아쉽네요.
저무는 병신년 마무리 잘하시고 희망찬 새해를 기약해 보자구요.지기님
일본 북해도에 95cm 폭설 내려서 항공기 이착륙 불가능. 교통두절. 관광객 공항에 발묶여.
미량님 천만다행. 조금 늦게 가셨으면 꼼짝없이 발묶일뻔..^^
ㅎㅎㅎ 뉴스 보셨군요?
그러게요. 거긴 9월에 첫 눈이 온답니다.ㅎ
시장보려가는데 썰매를 끌고 가는 사람도 있더군요.ㅎ
그러고보면 우리나라가 참 좋은 나라인 것 같아요.
정암님! 좋은 꿈 꾸십시오~
여행이란 학창시절 수학여행 전부인 이사람은 무척 부럽습니다.
행복해 하시는 국인석 작가님의 모습이 본듯 완현 하내요.
부디 노후가 행복하고 건강 하새요 잘 읽고 갑니다
다녀가신 걸음 감사합니다!
추위에 건강에 유의하시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덕분에 눈으로의 여행 즐거웠습니다.
새해에도 많이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건승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