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를 일찍이도 모방하는 어린이들은 “너네 아빠 직업이 뭐야?” “너네 아파트는 몇 평이야?” “너네 아빠 차종은 뭐야?” 이렇게 생각 없이 아이들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따라하게 된다.
하늘로 치솟은 건물이 명품이라고 부동산 당첨이 치열하다. 큰 평수와 작은 평수의 아파트 사이에 장벽이 세워지기까지 한다. 사람이 살기 위한 집보다 돈으로 가치를 따지는 체면과 허영을 채우기 바쁘다. 숨 막히는 대지 위에 수입 명품 차가 멋지다고 눈길을 준다. 명품 이름도 꼬부랑글씨가 대수다.
태아도 외국 국적을 따기 위해 원정 출산을 위해 비행기를 탄다. 모국어보다 외국어에 능통해야 수준이 높다고 한다. 학군도 명품도시 강남으로만 가야 한다는데 국내 대학은 S.K.Y를 가야 명품이란다. 서울대 출신은 동문끼리 엘리트 집단 안에서 하이에나처럼 군림하기도 한단다.
결혼식은 서양식 일색이어야 명품이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서양음악에 맞춰 서양식 키스를 하고 신혼여행은 지위를 막론하고 해외로 직행한다. 서양식 대리석으로 치장한 하우스를 장만하고 고부간에 명품가방 주고받으며 고품격 메이커여야 인정을 해 준다. 땅도 명품이 있고 먹거리도 명품이 있다.
남녀노소 명품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는다. 홈 쇼핑에서도 국내산보다 외국명품 쇼핑 천국이다. 우리 것은 잊어버린 지 오래인 것처럼 고유의 한글도 전통적으로 우수하다 해도 무관심하다. 민속 전통은 오히려 외국인이 선호하며 보존하려는 상태다.
일본의 잔재를 그대로 답습해오고 의존하며 자기 정체성을 상실한 지 오래다. 하물며 식민지로 지배당한 설움도 잊고 메이드 인 재팬이 최고라는 인식이다. 친일파 정신도 명품이라서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유럽과 아메리카 전 세계 명품들을 몸에 휘감고 여행도 세계 항로로 질주한다.
전자제품은 집 면적을 차지한 대형이어야 하고 창문을 꼭꼭 닫아놓고 미세먼지도 공기정화기로 원터치하고 모든 작동은 스마트로 손가락 하나만 누르면 그만이다. 청소기도 주방용품도 모두가 수입산이 좋단다. 집마다 아이는 없어도 서양 애견들은 한두 마리씩 끼고 산다.
정작 명품이어야 하는 마음은 에고에 젖어만 간다. 욕심으로 가득 찬 마음을 명품으로 가려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상가들도 모국어보다 영어. 이태리어. 프랑스어로 메운 상호들이 외국에 온 것처럼 착각할 정도다.
우리 고유의 이미지는 모두 어디로 갔는가. 불편하다고 초가집도 기와집도 허물고 내부는 서양식으로 원룸을 만든다. 맛있는 신토불이 종자보다 크고 상품성 있는 수입 종자로 파종을 한다. 한국 사람이 외국 것을 애용한다고 외국인이 되는 게 아닌데 우리는 내적인 것보다 외적인 것에 더 관심을 쏟는다.
앞으로는 1프로의 사람들만 살아가기 좋은 세상이 된다고 한다. 돈만 있으면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도 갔다 오는 시대가 등장 한다고 각국의 우주학자들은 탐사에 몰두하고 있다. AI 지능로봇이 사람을 대신해주는 일상이 되어간다. 1등을 해야 잘하는 것이고. 2등은 1등 앞에 고개를 숙여야만 한다. 개미는 일해도 수입이 없고 베짱이는 놀아도 수익이 발생하고 노력만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속담이 이제 머쓱해졌다.
지방 자치단체도 전국 순위를 매기며 참으로 진짜 명품인 자연을 가만히 놔두지 못한다. 고층빌딩을 짓기 위해 산과 들을 깎아내리는 일을 자연공해에 대한 죄책감이 일도 없는 듯하다. 주변에 호텔을 세우고 관광 특화를 운운하면 명품도시인가. 관광화로 지역에 수입을 위한 행위가 우선인 것으로 평가된다.
눈이 멀어 진짜를 볼 수 없고 귀가 막혀 옳은 소리를 들을 수 없고 입술은 진실을 가리기 바쁘다. 허영이 가득 찬 술잔을 들고 건배를 외치며 잘 살고 싶다고 노래하지만 서서히 죽어간다.
우리의 후손들이 이 지구에서 거듭 살아야 하는데 사람 사는 세상을 그리워하면서도 뒤처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바벨탑을 쌓느라 바쁘다. 명품은 과연 만능물질로 평가되는 것일까.
네가 있어 내가 있고 내가 있어 네가 있음에 행복하다는 공식을 정녕 잊어버린 것일까. 소소한 행복 속에서 소박한 마음을 나누고 서로 나누는 진짜 명품이 우리 안에 보석처럼 빛나고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