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핀 꽃이 진다 원망마라~
잎 떨군 꽃은 열매 맺기
위함이니 슬퍼할 일도 아니다
삶은 그리움이 쌓여 추억을
만들고 정처없이 어디론가
둥둥 떠도는 부평초 같은 것
살다보면 흩어지는 조각 구름
바람 같은데 인생사 꽃처럼
피고 지는 것은
세월의 무지갯빛 찬란한 영혼이
허공에 떠 있기 때문이다. <윤갑수: 부평초 같은 인생>
부평초를 오늘 처음 보았습니다. 열무님의 안내로 간 개화산 습지에서 둥둥 떠 있는 부평초를 무식한 별나라는 녹조인줄 알았는데 가는 세월님이 부평초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녹조는 프랑크톤이고 부평초는 잎이 있었습니다. 비록 물에 떠 있긴 하지만 뿌리도 있더군요. 아∼부평초! 말로만 듣던 부평초! 이리저리 정처없이 떠다니는 ∼ 웬지 쓸쓸한 느낌을 주는 이름인데 실제로 보니 작은 잎들이 있는 예쁜 식물이었습니다. 연못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어서 마치 녹조처럼 보였던 것입니다. 열무님, 동장대님, 홍뫼님, 가는 세월님, 장박님, 별나라가 모두 신기해 하며 사진을 찍었답니다.
홍뫼님께서 시도 찾아 주셨어요.ㅎㅎ
옆에는 어린 미나리가 있었는데 열무님께서 열심히 채취하시더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열무님과 일산역에서 만나 10시 12분 서해선으로 환승, 김포공항 역에서 9호선 개화역으로 환승하려면 시간이 꽤 걸립니다. 개화역은 9호선의 마지막역이라 사람들이 없어 한 칸을 전세내어 한 정거장을 가니 개화역이었어요. 홍뫼님께서 사주신 커피와 차를 들고 밑으로 내려가니 동장대님과 가는 세월님, 장박님께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화정에서는 85번을 타면 20여분 밖에 안걸린다고 하더군요. 서해선을 이용한 우리는 40여분 정도 걸린 셈입니다. 개화역을 출발하여 큰 길을 건너 강서 치안센터 기준 오른쪽 방향으로 길을 걸었습니다. 왼쪽으로 가도 개화산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있다고 합니다. 제법 잘 가꾸어진 단독 주택 단지 사이로 들어갑니다.
개화산은 강서 둘레길에 속하나 봅니다. 아랫길, 중간길, 윗길이 있다고 홍뫼님께서 알려 주셨어요. 우리는 아랫길과 중간길을 번갈아 가며 왔다 갔다 했습니다. 아랫길은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고 중간길은 데크로 잘 정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데크를 만들 때 나무를 살려두어서 그 배려에 흐뭇하기도 했습니다.
드문드문 전망대도 있어서 아라뱃길이 보이기도 하고 김포공항이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작은 산인데도 불구하고 이것 저것 구경거리가 많았습니다. 산 능선 중간쯤에 어느 님의 놀이터였을까요? 인공으로 만든 연못인 듯한데 가운데 섬도 있었습니다. 그 섬에 마가 잘 자라 열매를 맺고 있는 게 참 신기했습니다. 낚시 줄도 있었고(물고기가 있었는데 아주 작았습니다) 고양이 밥도 있었어요. 열무님이 대나무로 낚시! 그러나 물고기가 잡힐리 만무 ∼ 열무님께 잡힐 눈 먼 물고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는 어린애들 처럼 연못에서 한참을 놀았습니다. ㅋㅋ
이리저리 걸어(열무님만 졸졸 따라 다님)약사사에 도착했습니다. 약사사 설명에는 약사사가 절 뒤의 약수가 있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는데 약수가 어디에 있는지 찾지를 못했습니다. 절을 올리려 들어간 법당에는 특이하게 석불이 모셔져 있었어요.
전망대는 멀리 행주산성과 서울의 모습까지 다 보이는 데 오늘은 시계가 좋지 않아서 행주산성 정도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행주산성에서 개화산을 바라 보았는데 반대로 개화산에서 행주산성을 바라보니 색다른 느낌이 듭니다. 이곳이 옛날에는 양천군이었는데 양천군수였던 겸재 정선의 그림을 여러 개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그중에 제가 좋아하는 소악후월도도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전망대 주변의 코스모스를 보며 동장대님께서 가수 김상희님이 부른 "코스모스 한들 한들 피어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길을 걸어 갑니다." 를 불러주셨는데 동장대님의 노래 솜씨가 보통이 아니시더군요. 젊었을 적 어쩌면 여인들의 심금을 울리시지 않았을까! ㅋㅋ 이 전망대를 우리는 세 번을 올랐습니다. 열무님께서 우리를 이리저리 뺑뺑이?
시간은 3시를 넘겨서 배가 고팠습니다. 홍뫼님께서 직접 농사 지은 생고구마와 마들렌과 파김치를 안주로 막걸리를 먹긴 했으나 간식이지 점심은 아니었기에 모두 하산하기로 의견일치를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서해선을 타지 않고 85번 버스로 화정에 가서 뒷풀이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강서치안센터 앞에서 85번을 타니 잠깐 졸았는데 벌써 화정이더군요. 덕양구청앞에 내리니 단풍이 곱게 물든 가로수가 우리를 반깁니다.
저 푸른 하늘과
태양을 볼 수 있고
대기를 마시며
내가 자유롭게 산보할 수 있는 한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이것만으로도
나는 신에게 감사할 수 있다 <노천명:감사>
수요일, 한양문고에서 [제주도우다]의 작가 현기영 선생님의 북토크가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주도의 4•3 항쟁에서 희생된 이들을 생각하며 눈물 글썽였지요. 선생님은 "어떠한 비극, 어떠한 절망속에서도 인생은 아름답고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이 필요합니다"고 하셨습니다.
부평초같은 인생이나 감사한 하루! 아름다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오늘의 수확물도 있습니다. 뭘까요?
첫댓글 별나라님의 글 맵시는 참 맛깔나다는 느낌입니다. 오랜만에 오붓한 걸음이어서 행복했어요
뜻밖의 네 분 출현에 열무님과 둘만의 시간을 꿈꾸었던 계획은 물 건너 가버렸으나 기뻤습니다. 장박님 저도 행복! 감사!
어디가셨나 했더니..
멋진곳 다녀오셨네요^^
부평초라니..
저도 초면…아닌 초면이네요..ㅎ
부초..랑은 다른 건지..
문득 궁금해 집니다…*^^*
별나라님 손잡고 다녀온듯
재미났어요~~*^0^*
지니님! 방가방가! 어제는 더 방가방가! 언제 어디서 만나도 반갑고 고운 얼굴! ㅎㅎ 부평초나 부초는 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석불이 특이하네요
아기자기한 길 이야기가
글로도 와 닿습니다
재미난 후기 글따라
걷는 재미도 있답니다
푸르미님도 같이 가셨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했어요. 오르 내릴 때 급경사가 없는 걷기에 좋은 길이었습니다. 아쉽아쉽~~~
비 예보에 망설이다 갔는데... 누구 말대로 문턱을 넘고 나가니 즐거운 발걸음이 되네요 함께 하신 분들 모두 고맙고..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글로 옮기신 별나라님께 더욱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럼요. 가는 세월님! 문턱을 넘기가~~~ ㅋㅋ 덕분에 점점 유식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부평초와 남천은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감사해요!
함께 걸음하신 분들 덕분에
더 없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별나라님 풍성한 후기
고맙습니다
열무님 우리 열무님! 팬서열에서 밀리긴 했지만~~~ 팬임은 변함없어요. 원시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서울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모두가 열무님 덕분입니다.
별나라님이 그날의 일과 풍경을 마치 기록영화 처럼 묘사해 주셔서 세삼 그 날의 즐거웠던 기억들이 되살아납니다.
고맙습니다!
더하여 제가 노래 흥얼거린 걸 얘기해 주시니,
민망하고 제가 잠간 철을 잃었었구나 반성하게 됩니다.
열무님,그리고 함께한 길벗님들,
모두 고맙습니다!
ㅋㅋ 동장대님! 반성은 절대 아니옵니다. 동장대님의 코스모스 노래 덕분에 발걸음도 살랑살랑~~~ 즐거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