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왕무적 7권
초우 지음
출판사명 고무림
와룡 사마무기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밋밋해서 지금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한가하게 창밖의 경치를 구경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옆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는 신기루의 밀영대주는 사마무기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자였다.
지금 사마무기의 침묵과 표정은 무엇인가 심각한 일을 깊게 고심 중일 때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주군이 무엇 때문에 고심하고 있는지도 이미 알고 잘 알고 있었다.
반각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 사마무기가 입을 열었다.
"약혼자가 있었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사마무기는 다시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 하였다.
그의 마음은 흐트러진 실타래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북궁연에게 약혼자가 있었다는 사실은 그에게 너무 큰 충격이었다. 사실 그대로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무인이라기보다는 군사였고 정치가였다.
주변에서 보는 시선이 그랬고, 사마무기의 마음가짐 또한 그랬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어떤 것은 손해를 감수하고 양보하기도 하였고, 뒤로 물러서기도 하였다. 그러나 북궁연만은 달랐다.
그녀만큼은 누구에게도 양보하고 싶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약혼자가 있었다고 한다.
'그것을 숨기고 있었던 것은 나와 흑룡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던가? 그녀가 그렇게 교활했었고, 난 그것도 모르고 당한 것인가?'
문득 드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사마무기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알고 있는 북궁연은 지혜롭지만, 영악하진 않았다. 자신과 흑룡을 이용하기 위해 약혼자가 있다는 것을 숨기진 않았을 것이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최소한 자신의 눈을 피할 정도로 교묘한 여자는 아니었다.
'그건 아무래도 좋다. 하지만 나는 아직 북궁연을 포기하지 않았다. 약혼자가 있다면 그 자를 죽이겠다. 그렇게 해서라도 내 여자로 만들겠다.'
사마무기는 결심을 굳히고 밀영대주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 자에 대해서 아는 대로 말해 보아라!"
"북경 하씨세가의 장자로 하영운이란 자입니다. 어려서 무공을 배우겠다고 집을 나갔다가 얼마 전에 돌아왔다고 합니다. 누구에게 어떤 무공을 배웠는지 모르지만 현재 그의 무공은 삼무룡과 견주어 아래가 아닐 것 같습니다."
북경하씨세가라면 사마무기도 잘 안다.
무사가 아니라도 어지간하면 누구나 다 아는 명문이 바로 하씨세가였다. 특히 하씨 세가의 고집은 천하가 다 알아 주는 바였다.
"고집이 세겠군."
"뿐만 아니라! 과감하고 용감하며 교활한 자입니다."
"어차피 쉽게 상대할 순 없는 자겠지?"
"그럴 것 같습니다."
"그의 무공 수준은 정확하게 어느 정도나 될 것 같은가?"
이미 말한 것을 다시 묻는 것은 그 부분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밀영대주는 자신의 주군이 조금 전 말한 추상적인 대답에서 더욱 자세한 설명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정확한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자가 보여 준 능력을 종합해 보면 삼무룡과 능히 견줄 만 하다는 생각입니다."
"삼무룡을 제외하고 그 정도의 무공을 가진 자가 또 나타나다니, 그렇다면 칠사나 신주오기 중 누군가의 제자가 아닐까? 그들이 아니라면 그 정도의 인물을 길러 낼 자들이 없으니까?"
"저도 그렇게는 생각합니다."
"그가 누구의 제자든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저 정도의 인물이 갑자기 나타났을 리는 없을 테고, 현 무림에서 젊은 고수가 나타났다는 소식은 없었나?"
잠시 정리를 한 밀영대주가 대답하였다.
"현재 강호 무림에서 이십대의 나이에 그 정도의 무공을 가진 사람은 삼무룡을 제외하고 한 명뿐입니다."
삼무룡은 밀영대주가 누구를 지목할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말을 받았다.
"권왕 아운말인가?"
"그렇습니다. 성격과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권왕 아운이란 자와 상당히 일치하는 면이 많습니다."
사마무기의 표정이 순간적이지만, 굳었다가 다시 펴졌다.
"권왕 아운이란 자가 하영운일 가능성은?"
"확인 중에 있습니다. 이미 권왕의 용모는 확인해 둔 것이 있어서 별로 어렵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루 이틀이면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재 하영운의 모습조차도 권왕 아운이란 자와 비슷한 것은 사실입니다."
"재미있는 일이야. 앞으로 심심하지 않겠군."
사마무기가 혼자말로 중얼거리며 하늘을 본다.
하지만 그의 밋밋한 표정과는 달리 그의 가슴은 무섭게 요동치고 있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예상을 항상 벗어났던 자는 권왕 한 명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가 연적일지도 모른다.
정말 하영운이 권왕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일단 그의 명성만 해도 이미 무림 맹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자였다. 하지만 사마무기는 두 사람이 동일인물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영운은 귀족이다.
권문세가의 아들이 뭐가 아쉬워서 용병 노릇을 하겠는가? 무공을 배우러 나왔다면 배워서 바로 집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그러면 배부르고 등 따신데, 괜 한 곳에 목숨 걸 이유가 없었다.
그의 명성을 생각했을 때, 아무리 약혼녀라도 여자의 밑에 들어가 금룡단 정도의 단주가 될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서둘지 말자, 좀 더 지켜보면 알게 되겠지. 어차피 내가 안 움직여도 움직일 사람은 많다.'
흑룡, 조천왕은 미친 듯이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의 주먹에서 뿜어진 기세로 인해 주변 십여 장의 공간이 놀라서 우그러지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철혈사자대의 부대주인 용주삼의 안색이 굳어졌다.
원래 무공을 수련하는 장소엔 타인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용주삼은 그것이 용인 될 만큼 조천왕의 충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조천왕의 마음을 잘 안다. 그리고 그의 작은 것 하나만 보아도 그의 마음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공간을 향해 내치는 조천왕의 기세엔 분노가 어려 있었다. 그것은 지금 조천왕이 몹시 화가 나 있다는 뜻이기도 하였다.
'북궁연 낭자 때문이구나.'
용주삼이 아니라도 지금 조천왕의 마음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후욱"하며 숨을 몰아쉰 조천왕이 수련을 멈추고 용주삼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사마무기가 아니다. 마음을 숨길 정도로 교활하지 못해. 그 개자식을 당장 쳐 죽이고 말겠다."
조천왕의 말을 들은 용주삼의 표정이 굳어졌다.
"대주님 조금만 고정을 하십시오. 어차피 대주님이 아니라도 그를 노리는 사람들은 적지 않습니다. 괜히 그 자를 건드리고 나면 오히려 북궁연 낭자와 사이만 이상해질 수 있습니다."
용주삼의 말에 조천왕의 눈에 짙게 깔렸던 살기가 조금 엷어졌다. 그러나 그것으로 조천왕의 마음이 가라앉은 것은 아니었다.
"너는 내가 다른 사람들이 한 일의 뒤치다꺼리나 하란 말이냐?"
"그렇지 않습니다. 단지 대주님이 가볍게 움직이는 것은 지금 여러모로 좋지 않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 약혼자란 인물의 무공도 좀 더 자세히 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천왕의 준수한 얼굴이 야수 같은 광기가 어렸다.
그렇지 않아도 사자천왕이란 별호 외에도 광장군이란 별호하나가 더 붙어 있는 조천왕이었다.
"내 뜻대로 할 것이다. 어차피 이젠 흠이 생긴 계집이다. 그 계집을 내 아내로 맡이 할 생각은 없다. 그 계집을 짓밟아 버리고 호연란을 내 아내로 맡이 하겠다. 어차피 어버님도 기울어 가는 북궁세가 보다는 호연세가와 연을 맺어 주고자 했었으니,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북궁연 그 계집을 짓밟고 후에 내 첩으로 삼던지, 그것도 아니면 비참하게 죽여 버리겠다. 그 계집의 약혼자란 놈은 사지를 찢어 죽이고 말겠다. 내가 좋아한 계집을 다른 놈이 건드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용주삼은 자신이 어떤 말을 해도 그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시간을 조금 늦추는 정도일 것이다.
'하영운이란 놈, 정말 불쌍하구나.'
용주삼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북궁연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새로워진다.
만약 하영운만 아니었으면 흑룡과 좋은 짝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하는데.'
용주삼은 북궁연을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아쉬운 마음을 곱씹었다.
첫댓글 여기는 연정에 질투심만 가득하고 자기만족의 이기심이 가득한 여자를 차지하려는 욕심으로 한바탕 난리가 나겠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마무기와 조천왕의북궁연에대한집념 북궁연의 남자가 권왕이라는 사실을 알게되면 이들의 표정은 어떻게 변할려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