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프리미엄 3 시리즈, BMW M340i xDRIVE TOURING
안진욱 기자입력 2023. 4. 27. 20:37
근래에 가장 눈이 많이 오는 날 만났다. M이 붙으면 무조건 달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달릴 수 없을 때 예상하지 못했던 매력을 찾았다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BMW M340i xDRIVE 투어링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뭘 좀 아는 이가 고르는 차다. 괜히 오너가 진짜 '차쟁이'처럼 보이게 해주는 차다. BMW 3시리즈는 이견 없는 최고의 차다. 이 세그먼트의 왕 노릇을 태어날 때부터 했다. 당연히 지금도 그렇다. 판매량을 봐도 그렇고 팬층의 두께를 따져봐도 그렇다.
여기에 BMW 주특기 실키식스가 후드 안에 들어가고 세단이 아닌 왜건 타입이라면? 그 어떤 차가 옆에 서더라도 주눅 들지 않는다. 눈앞에 있는 차는 BMW M340i x드라이브 투어링이다. 마이너체인지를 거친 LCI 모델이다. 크게 바뀐 것은 없지만 소소한 디테일을 건드려 디자인 완성도를 올렸다.
헤드램프는 더 날카롭게 빚었고 키드니 그릴은 에지를 살렸다. 프런트 범퍼 역시 하나의 공기흡입구 부분을 더욱 큼지막하게 그렸다. 이 안에 번호판이 위치해 마음에 든다. 투어링의 매력은 옆모습에서 더욱 진해진다. 세단보다 훨씬 늘씬해 보이기 때문이다.
BMW M340i xDRIVE 투어링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BMW 특유의 프런트 오버행은 짧고 후드는 긴 공식을 적용해 공격적인 자세가 연출된다. 휠은 19인치로 차체 사이즈에 알맞고 트윈 5스포크가 쭉쭉 뻗어 있어 더 커 보이는 효과까지 얻었다. 림 안은 파란색 캘리퍼가 자리 잡고 있다. 앞은 4피스톤 모노블록 캘리퍼고 뒤는 1피스톤 슬라이드 타입 캘리퍼다.
M 모델이기에 프런트 펜더에 작은 M 배지를 붙여놨고 사이드미러도 M3에서 가져왔다. 리어에서는 바뀐 부분이라면 범퍼다. 범퍼 하단을 과격한 선으로 꾸미고 머플러 커터도 고성능 차답게 생겼다.
BMW M340i xDRIVE 투어링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인테리어는 어떨까? 두툼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도어 핸들과 문이 여닫을 때의 소리가 고급스럽다. 기분 좋게 인테리어를 구경한다. 페이스리프트가 진행되면서 센터페시아가 확 바뀌었다. 대형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얹어 놓았다.
계기반 역할을 하는 디스플레이는 12.3인치, 각종 기능을 컨트롤 하는 메인 디스플레이는 14.9인치다. 크기도 크지만 선명하고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물론 다루기도 편하다. 또 다른 큰 변화는 기어노브다. 정말 작은 레버 타입으로 교체되었다. 손을 얹을 수 있는 아이템이 사라졌지만 깔끔해 보이고 컵홀더를 이용하기에는 훨씬 편해졌다.
트림은 카본 파이버로 꾸며 스포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질 좋은 가죽으로 감싼 시트는 적당히 단단해 장시간 운전해도 몸이 쑤시지 않다. 사이드 볼스터도 적당히 튀어나와 코너에서 운전자를 잘 잡아준다. 2열 공간 역시 만족스럽다. 건장한 성인 남성이 타더라도 레그룸이 모자라지 않는다.
BMW M340i xDRIVE 투어링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특히 루프 라인 덕분에 헤드룸도 넉넉하다. 등받이 각도도 적당히 누워 있어 편안하다. 이제 달려볼 시간이다. 아쉽게도 폭설이 내려 조심하게 몰아야 한다. 엔진은 앞서 말했듯이 직렬 6기통이다.
배기량은 3.0ℓ이며 터빈이 달렸다. 최고출력 387마력, 최대토크 51.0kg·m를 생산하며 ZF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를 굴린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5초, 최고시속은 250km에 묶여 있다. 스펙만 놓고 보면 어지간한 스포츠카는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다.
이 차를 구매하는 이들에게 연비는 크게 중요하지 않겠지만 복합연비는 9.6km/ℓ로 준수한 편이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파워 유닛을 깨운다. 제법 우렁찬 배기 사운드를 들려준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공도로 나왔다. 느긋하게 움직일 때 고급 차 느낌이 난다. 3시리즈 하면 스포티한 주행 감각만을 떠올리는데 진짜 고급 차처럼 움직인다.
BMW M340i xDRIVE 투어링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잡소리 하나 없이 조용하다. 당연히 신차라서 그렇겠지만 매달 신차만 주야장천 타는 내가 조용하게 느낄 정도라면 조용한 것이다. 5시리즈 정도의 정숙성을 보여주고 점잖은 모습이다. 승차감도 좋다.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깔끔하게 충격을 처리한다.
차체 강성은 높은데 댐퍼 스트로크는 길고 스프링 레이트를 약하게 설정했다. 최신 BMW가 밀고 있는 그 세팅이다. 깨끗한 노면이 있어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아봤다. 끝까지 밟지 않아도 힘은 차고 또 넘친다. 저회전 영역 토크가 풍부해 굳이 기어를 내리고 가속할 필요가 없다. 고속도로에서도 힘은 남아돈다. 힘도 힘이지만 역시 고속안정감이 인상적이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안정감을 선사한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차체가 노면으로 깔리는 게 느껴진다. 시승차는 사이드월이 약한 윈터 타이어를 끼고 있었음에도 거동이 안정적이었다. 당연히 윈터 타이어가 겨울에는 안정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말하는 부분은 다른 부분이다. 고성능 차에 윈터 타이어를 끼우면 타이어가 견디지 못할 때가 있다.
차체 강성이 높아 타이어에 부하가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때 거동이 불안할 때가 있는데 이 녀석은 전혀 그렇지 않다. 타이어빨(?)이 필요 없는 장한 녀석이다. 노면이 미끄러워 코너를 적극적으로 타보지는 못 했다. 이 역시 살짝 맛만 봤는데 사륜구동 같지 않은 움직임이 가장 마음에 든다.
BMW M340i xDRIVE 투어링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필요할 때는 앞바퀴에 구동력을 더 보내겠지만 안전한 범위 내에서는 후륜구동과 같이 코너를 돌아나간다. 코너링 성향은 약간의 언더스티어를 보이지만 타이어만 스퀘어로 세팅하면 뉴트럴로 변할 것이다. 똑똑한 x드라이브와 주행안정화장치가 순정과 다른 타이어 너비 비율에 당황하지 않고 작동하는지가 궁금하긴 하다.
그냥 BMW가 알아서 최적의 세팅을 해줬으니 이대로 타는 게 좋을 것 같다. 배려의 의도가 담긴 언더스티어이기에 이 범위 안에서 신나게 타면 된다. 스티어링 피드백은 솔직하고 빨라 돌리는 맛이 있다. 이에 따라 운전자는 차가 자기 뜻대로 움직인다는 대답을 손으로 전달받을 수 있다.
브레이크 성능은 섀시와 출력을 다루기에 충분하다. 노즈다이브 혹은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을 잘 억제했고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도 쉽사리 지치지 않는다. 또한 코너를 돌면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안쪽으로 차체가 말리지 않는다.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과 스트로크 모두 일반 차 수준이다.
아쉬움이 남는 촬영이었다. 이 차는 누구보다 잘 달릴 수 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도 눈이 와서 평소에 지나칠 수 있었던 장점도 있다. 먼저 윈터 타이어를 끼운 x드라이브는 엄청난 무기였다. 제설이 되지 않은 도로를 많이 지나갔는데 출발과 제동, 그리고 주행에 있어 정말 안정적이었다. 차고 높이만 허락된다면 못 갈 길이 없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고급스러운 주행 감각이다.
이전 세대 M340i는 수령부터 반납까지 밟기 바빴다. 운전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때는 몰랐다. 마이너체인지를 거치면서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차가 생각보다 훨씬 조용하다. 늘 내가 주장하는 바가 있다. 독일 3사 중에서 BMW가 가장 조용하다고. 사람들의 인식에는 메르세데스가 가장 조용한 것처럼 박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BMW를 최고로 뽑는다. 그런데도 나 역시 3시리즈가 조용한 줄은 몰랐다. 이번 기회에 M340i를 타는 내내 고급 차의 향을 진하게 맡았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715×1825×1440mm | 휠베이스 2850mm 공차중량 -
엔진형식 I6 터보, 가솔린 | 배기량 2998cc
최고출력 387ps | 최대토크 51.0kg·m |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AWD | 0→시속 100km 4.5초 | 최고속력 시속 250km
연비 9.6km/ℓ | 가격 8630만 원
자동차 전문 잡지 <모터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