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 순례하면 본당에서 교우대상으로 간적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며칠을 순례하는 일은 생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오래 살고 볼일 이란 이런 일을 두고 하는 말 같습니다.
저 혼자서는 조건적으로 추진할 수없는 상태였기에 늘 상상만 하던 일이 실현 된 것 같아 꿈만 같았습니다. 먼저 하느님께서 순례 길을 허락해 주심에 찬미 영광 드리며 순례의 길을 계획하고 일정을 추진해 주셨던 미카 언니께 깊은 감사와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예전 같으면 고령이라고 말들을 할 수도 있는 나이임에도 미카언니의 장거리 운전에 대한 염려도 있었을 터이지만 일행과 함께 며칠여행을 감행하기란 쉬운 일이 결코 아니었음을 이 모든 것 주님을 믿고 따르는 순례 길만을 생각했을 터임을 재차 감사의 말씀을 지면 상단에 올리는 바입니다.
간편한 식량을 준비해 주시고 길 안내까지 플랜을 짜면서 장거리 운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에도 모험을 하듯 함께 실현한 성지순례였음을 미카 로즈 틸다 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대장정?의 첫 순례 지는 지나가는 길목에 위치한 자주 순례했던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순교 터이며 로마네스크 양식을 가미한 조형적으로도 아름다운 외관을 가지고 있는 순교지 전주 전동 성당 배경으로 인증 샷을 찍고 당진 해미 성지에 도착하니 해가 서산에서 뉘엿거렸습니다.
순교자들의 모진 박해 정신이 깃들어 있는 역사에 대한 성지 설명은 빠르게 볼 수 있는 상세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지면에서는 생략하고자 합니다.
해미 성지는 박해 때 천주교인들이 해미 천 주변에서 생매장된 곳입니다. 장소를 떠 올려보면 아비규환을 연상케 합니다. 해가지기 전에 네비게이션 길 안내를 따라 숙소를 찾아 가는데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산길과 농촌에 도로가 없는 길은 안내 정보가 정확도가 낮아 밝을 때 움직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첫 하루를 넘기는데 순탄하지 만은 않은 하루였습니다.
모두 힘들었을 첫 날 잠자리에서는 안 골던 코를 드렁거리는 울림으로 하루의 노고에 감사했습니다.
솔 뫼 성당 미사는 형이상학을 공부하신다는 젊은 신부님의 강론말씀이 아우구스티노 성인 영적명언을 주제삼아 훌륭한 강론을 듣고 새삼 깨달음이 많았습니다. 미사가 끝난 후 십자가의 길을 하면서 우리의 죄를 위해 돌아가신 주님의 십자가의 길 14처를 돌 때까지 베로니카처럼 피땀을 닦아 드리고자 가까이 다가가 위로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솔 뫼는 충청도에서 제일 좋은 땅 소나무가 우거진 작은 동산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지요. 성 김 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생가 앞에서 한참을 머물면서 그분의 업적올 생각하며 보잘 것 없는 우리의 신앙을 고백하며 그분의 성덕을 기려 보았습니다.
합덕성당에 도착하니 노란 금계국이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성당은 언덕위에 순례자의 신앙처럼 강건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었고 계단을 올라가 성당 앞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단아한 합덕마을이 훤히 내려다 보여서 평화롭고 아름답기까지 했습니다. 그곳에서 1박을 하고 신리순교성지. 여사울 성지, 공세리 성지에 도착하니 마침 주님께서 우리를 기다리기라도 하시듯 거룩한 성시간 전례가 떼제 성가와 함께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공세리 성지는 아담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얼마 전에 성체거동식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성체거동은 성체를 모시고 성체에 대한 신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성체를 모시고 하는 행렬로 초대 교회 때부터 행한 대표적인 가톨릭의 전통 문화라고 합니다. 아래로 내려와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성지 주변의 식당은 대부분 교우들이라고 알려 주셨습니다. 성지인 만큼 동네사람들의 신앙심이 박해를 당한 순례성인들의 표본을 마음에 담고 계신듯하다고 느꼈습니다.
배티 성지에 도착하니 넓은 잔디밭이 한가득 눈에 들어옵니다.
사제성화의 날이라고 성지 미사는 없었는데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배티 성당 앞에서 계단을 내려가려다가 넘어졌는데 퍽 소리를 듣고 저쪽 사무실 까페에서 수녀님과 여러 분이 나오셔서 걱정스럽게 바라보시고 계셨습니다.
손을 들어 괜찮다고 안심을 시켜드린 후 핸드폰 액정이 깨지진 않았는지 확인했는데 사람도 폰도 이상 없이 위기를 모면했지요. 오른쪽 다리가 까지고 왼쪽 무릎이 멍이 들었지만 천만 다행이지 않습니까. ‘순례길인데 순탄하기만 하겠습니까.‘ 위로의 말을 하며 주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눈물이 글썽거렸습니다.
상상을 해 보아요. 일이 커져버렸다면 아마도 순례의 길은 중도하차가 되지 않았을까요. 주님께서는 그렇게 되도록 놔두지 않으시고 은혜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감곡 매괴 성지에 도착하였습니다.
휴일인지라 순례 객 들이 만원이었지요. 봉사자들과 수녀님의 안내로 자리를 마련해 주신 것이 맨 앞자리 전례 석이었습니다. 복잡한 틈도 아닌 수녀님이 오르간을 치시는 바로 앞좌석을 마련해 주시다니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 째 라는 성경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미사 후 매괴 성지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햇볕은 뜨거웠지만 십자가의 길을 하면서 비탈길을 올랐습니다. 정상에 오르니 높이 매달리신 십자가의 예수님을 숭배하면서 저희들의 죄를 용서 청해 보았습니다. 미카 언니의 무릎 상태가 안 좋았지만 주님의 길을 묵묵히 따라가시며 산을 올라가 주셔서 깊은 감사를 드렸습니다. 제천 베른성지에 도착하니 황사영 백서가 더 올랐습니다. 신유박해 때에 베론의 토굴에 숨어 황 사영백서(비단위에 쓰인 글이란 의미)를 집필하시고 능지처참을 당하셨다고 합니다.
평화로운 성지 벤치에 앉아서 숙소를 찾다가 마리스타 수도원을 알게 되어 1박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별수아골 생태 살림터 마리스타 교육 수사회. 별 수아 피정의 집 마리스타 수도회라는 팻말이 우리를 반겨 주었고 수사님이 행여 길을 지나치실까 수도원 마당에서 기다려 주셨습니다. 별장 같은 구조에 창문을 내다보니 우거진 나무숲과 잔디밭이 어우러져 꿈같은 집에 온 것 같았습니다. 조용한 가운데 침묵피정이나 힐링 피정으로 머문다면 제격일 것 같았고 아주 깊고 깨끗한 지하수를 음용하신다는 수사님의 설명을 듣고 드물게 꼭지물을 마셔보았습니다. 물맛은 사이다보다 시원하고 달디 달았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떡국으로 조반을 마친 후 아쉬운 수도원 전경을 뒤로하고 나가는 길에 용소막 성지를 들러 보았습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우리말로 성경을 번역하시고 공부하신 선 종완 신부님의 업적을 수녀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신앙인으로서 모르고 지내 왔던 성경번역에 애쓰셨던 선 종완 신부님을 새롭게 알게 되었고 전시실에는 그분의 성경번역을 한자 한자 피력하신 모든 필적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타원형으로 손수 제작하신 책상을 보니 성경의 한 자 한자를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셨는지 감동으로 와 닿았습니다. 신기했던 것은 전시실에 보관된 겨자씨 한 알이 얼마나 작은지를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가톨릭 성가 76번. 겨자씨 자라나서 큰 나무 되듯 성가가 떠올라 나약한 우리의 믿음을 떠 올려 보았습니다.
원주교구 원동주교좌성당을 향해 먼 길을 달렸습니다. 성당에 도착해 보니 성당건물은 위로만 치솟는 아파트 공사로 수모를 당하고 있었습니다. 횡성성당과 풍수원 성지를 방문했는데 사제성화의 날로 미루어져 미사는 없었습니다.
풍수 원 성당은 강원도 최초의 성당으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성당이었습니다.
조배 실을 찾아 주님께 감사드리고 십자가의 길에 또 올랐습니다. 산속은 정말 시원하고 공기는 한 없이 맑았습니다. 강릉에서 1박을 한 다음 초당성당을 들렀습니다.
아마 유명한 건축가가 지은 듯 성당건축이 특이하였고 멋있었습니다. 임당동 성당을 거쳐 근처 정동진 바닷가를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집으로 내려오는 길에 봉화 우곡성지 피정의 집에서 1박을 하고 다음 날 미사를 드리면서 한국에 천주교회가 세워지기 전에 칠극(七極) 수계생활을 28년간 행하셨던 한국 최초의 수덕 자 농은 홍유한의 순교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신앙인으로 살면서 칠극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칠극을 한번 찾아서 읽어 보시기를 권유함). 조선시대의 순교자들의 피땀으로 이루어 낸 그분들의 순교정신을 본받아 지금 우리는 편안하게 신앙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을 감사드리면서 경건한 마음으로 천주교 유적지를 떠나왔습니다. 모진 박해를 견디어내신 순교자들의 신앙의 뿌리를 찾아보고 돌아오는 길이 감회가 깊었습니다.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으로 다녀오게 된 성지순례 축복과 은혜를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집에 돌아가면 변화된 삶을 살아 갈 것을 다짐하면서 주님께 감사하고 또 감사드렸습니다.
2024/6
첫댓글 버킷리스트를 실천하신 할머니들 , 수고하셨습니다 , 건강상태도 양호하지 않아. 힘든 나날을 보내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단하십니다, 안젤님도 필력이 이렇게 좋은지 미쳐 알지 못했음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언제나 기쁨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댓글 까지 주시구 감사 드려요.
늘 생활 속에서 글을 쓰면서 감사를 배운답니다. 건강하시구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