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묵돌입니다.
저는 작별인사에 능숙한 사람이 아닙니다.
나는 우리의 헤어짐에 관해
꽤 긴 글을 생각하고, 쓰다가,
끝내는 전부 지워버렸습니다.
나는 익숙해지고 싶지 않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작별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 되는 마음들이 있으니까요.
지난 한 달동안 우리가 한 일을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잠깐 열을 올렸다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가,
불현듯 찾아오는 슬픔에 인사를 건넸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지울 수 없는 하나의 페이지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에게는 잊고 싶은 일이 있나요?
그저 없었던 일로 만들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있나요?
만약 그렇다면...
금요묵클럽 18기의 마지막 모임 공지입니다.
:: 금주의 묵픽 (Muk's pick) ::
「이터널 선샤인」 (미셸 공드리, 미국)
:: Comment ::
<이터널 선샤인>이라는 '영화'에 대해서는
솔직히 말해 할 얘기가 많지 않습니다.
BBC에서 역대 최고의 멜로 영화로 꼽혔다거나,
이동진 평론가가 5점 만점을 준 작품이라거나 하는 사실관계들을 나열하는 것은
이 영화에 대한 가장 세련되지 못한 설명일 듯 하고요.
구태여 제 말을 몇 마디 덧붙이자면 이렇습니다.
어떤 창작물은 캐릭터나 서사를 초월해
감각적인 이미지로서 기억 속 어딘가에 각인됩니다.
제게는 이 영화가 그런 작품이에요.
하얀 입김이 스며나오는 설원,
그곳에는 영원히 내리쬐는 햇살이 있고,
나는 금이 간 빙판위에 서서
오래도록 녹지 않는 눈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아무튼 그런 영화입니다.
적어도 저한테는요. (웃음)
: 감상 TIP ::
- 러닝타임 108분의 길지 않은 영화입니다. 빤히 보다보면 한시간 반 정도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여기서 영화의 길이에 대해 얘기해둘 것은 한 가지입니다. 절대로 두번 세번으로 나눠서 보지 말 것.
- 정말이지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인생 영화'라고 꼽는 것 치고는, '의외로'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입니다. 서술 시점이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집중해서 몰입하지 않으면 갈피를 잃기도 쉽고요. 미셸 공드리 감독 특유의 감각적인 묘사에 넋이 빠질 수도 있죠. 확실한 것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순간,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영원한 햇살이 되어 옵니다. 아무 것도 아니거나, 전부가 되거나. 알고보면 삶이란 것도 그런 셈이고..
- '어디선가 봤던 명배우'들의 향연을 지켜보는 묘미도 쏠쏠한 영화입니다. <트루먼쇼>의 짐 캐리, <타이타닉>의 케이트 윈슬렛, <헐크>의 마크 러팔로와 <반지의 제왕>의 일라이저 우드 등등... 우리가 알던 모습과 사뭇 다른 캐릭터를 맡고 있어서 더욱 이채롭다고 할까, 새삼 짐 캐리가 얼마나 잘 생긴 배우인지, 케이트 윈슬렛의 연기폭이 얼마나 넓은지 같은 것들을 깨닫게 됩니다. 정말 새삼스럽지만.
- 나는 이 영화의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이 영화를 가장 사랑스럽게 만드는 부분이, 다름아닌 그 불완전성인 것 같다고는 얘기해두겠습니다. 여러분에게 이 영화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불어넣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터널 선샤인>은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영화도 아니고,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그리고 있지도 않으며, 가장 위대한 이야기를 풀어내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당신이 '오케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우리는 마지막 모임에서 할 이야기가 꽤 많을지도 모릅니다.
:: 모임장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23길 40 지하 카페 <공상온도>
- 홍대입구역 1,2 번 출구 6분 거리
:: 일시 ::
2024년 3월 29일 금요일. 오후 8시 ~ 오후 11시
* 3시간 진행, 도중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모임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 가급적 시간에 맞춰 참석해주세요.
* 카페 <공상온도>의 방침상, 기존 고객 퇴장 및 대관 준비 시간으로 인해 오후 7시 30분부터 입장이 가능하오니 이용에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 마지막 모임 특전으로, 친구나 지인 초대 비용을 받지 않습니다.
회원 1명당 2명까지 초대할 수 있으니, 부담없이 데려와주세요.
:: 숙제 ::
「이터널 선샤인」 (미셸 공드리) 감상
- 넷플릭스 및 IPTV 서비스 등에서 시청가능
:: 기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