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 생각: 서쪽에서 온 사람들! ◈
세라믹 작업과 실내 인테리어와 창호 작업이 한창인 정오 무렵 교회 마당으로 승합차 한 대가 들어왔는데, 이상하게도 톡이가 짖지를 않았다.
교회를 건축하고 있다는 말을 흘려듣지 않으시고, 65세에 자원 은퇴하신 목사님 두 분 내외가 보령에서부터 가을 나들이 겸 교회를 찾으셨다고 말씀하셨다.
예배당을 둘러보시고는 감탄만 쏟아내신다. 와우~ 와우! 하시더니 슬쩍 내 손을 잡아당기셨다. 그것 하나로 난 모든 걸 보상받은 것처럼 편안해졌다.
한 사모님이 혼잣말처럼 하셨다. “나도 이런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리면 좋겠다! 목사님이 은퇴하시니 주일에 동네 주변 교회 가기도 눈치가 보이니 말이에요. 목사님은 우리처럼 일찍 그만두지 마세요.”
건축 현장을 샅샅이 돌아보시며 다시 한번 내 손을 잡고 짧게 물으셨다. “건축비는?”
여기까지 잘 오지 않았냐는 내 말에 심한 공감을 드러내시더니 한 마디 덧붙이신다.
“이제 교회와 카페가 미어터질 일만 남았네. 이 동네 카페는 다 죽었다!”
맛있는 밥과 차를 사주겠다며 등을 떠미신다.
차를 마시며 나온 이야기 안에 교회 마당에 깔 돌이 필요하다는 것과 재정이 부족해서 버리는 돌들을 활용할 계획임을 밝히니(사실 보령 옆 웅포에 돌 공장이 많음을 알고 약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마치 내 말을 기다리셨다는 듯, 웅포는 돌 공장이 거의 문을 닫아 알아볼 데가 없고, 익산이 더욱 활성화되었으니 알아봐 주겠다며 즉시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 돌을 얻을 수 있는지 물어보신다.
그렇게 해서 익산의 한 돌 공장 사장님과 연결되었고, 마침 현장학습으로 시간이 난 하얀님과 현장을 방문하여 생각지도 못한 기회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가을이 물든 모악산을 바라보는데, 목사님 한 분이 슬며시 다가와 “이 목사 다음 달에 교회 의자 하나 보낼게. 적어서 미안해!”하신다.
갑자기 서쪽에서 오신 분들은 귀인(貴人)이셨음을 알게 된 한 주였다.
교회 지붕에서 두루마리 하나가 떨어지고 있었다.
“염려하지 말아라. 두려워하지 말아라. 내가 너희와 항상 함께 할 것이라!”
이른 새벽, 귀인이 들고 오신 포도즙 한 봉을 뜯었다. 벌컥벌컥 마시니 창밖이 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