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시보로 날아온 단체장의 실행공약을 보면서
새해 첫날 아침, 삽작문도 열기 전인 담 너머로 마을이장이 시보를 던져준다. 1월 3일자로 발행된 것이라 뒀다줘도 될 텐데 워낙 부지런한 양반이라 그냥 쥐고 있기가 편치 않았던 모양이다. 주말 신문도 없던 차라 반갑게 펼쳐든다.
첫 페이지가 예년 같지 않다. 보통 한해를 시작하는 첫 시보라면 해돋이 장면에 까치와 복주머니의 신년인사가 담겼을 첫 페이지인데 “2011 신묘년을 밝히는 5대 역점시책”이란 제호를 달고 나왔다. 단체장의 신년사에서 보듯이 민선5기의 실질적인 행마를 나타내는 것이고 이제부터 제대로 하겠다는 각오와 결기를 같이 표출하는 듯하다.
시보에 밝힌 시책만으로 보면 지난 4기의 단체장은 60여 가지나 되는 시책을 내었는데 이번에는 5대 역점 아래 모두 42개의 시책을 내었다. 가지 수로는 1/3 가량이 줄어든 것이다. 정책과 공약의 나열이 아닌 집약된 모양세로 보여 우선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통영항 종합정비계획>이 <통영항 강구안 친수시설정비>로, <통영스포츠파크 조성사업>이 <통영스포츠파크, 통영야구장 조성>으로 엇비슷하게 이름 지어지고 <통제영 복원··해병대통영상륙작전 기념관> 같이 5~7 가지가 함께 묶인 것이 여럿이다. 시민의 눈으로 봐서 꼬집어 말하면 좀 실망스럽다. 새롭고 창의적인 공약과 정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앞 기로부터 이어지는 사업의 정렬 같아만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시책 사업이 1년 단기로 끝날 수 없는 중장기적이고 또 그만큼 당면한 사업들이라 빼놓을 수 없는 것’이라 말할 수 있고 또 다르게 말하면 ‘수행 가능한 사업, 해오던 사업들을 안정되게 추진해서 책잡히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시책을 내세우는 쪽이나 보는 쪽의 시각에 따라 각각이 말할 수도 있다. 이는 지난 4기의 선출직 단체장들이 메니페스토운동에서 공약의 가지 수만 널려 놨다가 제대로 챙기지 못해 일을 잘못한 단체장으로 공포된 쓴 경험을 했기에 나올 수 있는 말들이다. 어떻든 새해 새로운 의지의 출발을 예고하는 시행정에 기대를 가진 시민에게 신선함을 주지는 못한 것 같다. 이렇다 하더라도 이제는 새해벽두 시민 모두에게 다 고해진 시책이 되었다. 이어지는 사업이든 새로운 사업이든 간에 이를 추진하고 실행할 일만 앞에 놓였다.
재정자립이 취약한 우리시의 형편과 줄어만 드는 중앙정부의 지원금, 벼랑 끝에 서 있는 조선업체와 수산업을 생각하며 걱정을 앞서하는 시민이 많다. 그래도 새해의 희망을 담아 긍정의 인사와 악수로 하례하며 이 시책들을 잘 실행시켜 나가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아가 저 염려들을 불식시키고 이들 시책의 이행 검증과 평가 끝에 박수가 있기를 기대한다.
경남메니페스토 실천본부
공동대표 문철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