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우디 RS E-TRON GT & A8
유일한 기자입력 2023. 5. 16. 19:22
아우디와 함께 한 짤막한 밤과 역동적인 낮의 이야기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아우디 A8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밤에 강한 세단을 보았니?
아우디 A8 이전에 아우디 A8을 시승한 적은 있다. 그러나 낮에 시승이 몰려 있어 사실 밤에는 제대로 느껴보지 못했다. 그런데 아우디는 밤에 강하다고 한다.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를 갖고 있어서 말이다. 그런데 가로등이 많아서 밤에도 환한 도심에서는 그것을 느끼기 힘들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밤에 고속도로를 이용해 시골까지 내달린 뒤 가로등 없는 국도를 질주하는 것이다. 그 컴컴한 밤에 인제 스피디움에 가기 위해서 말이다! 헤드램프는 자동으로 맞춰 두면 된다고 한다. 그동안 앞에 차가 있을 때는 하이빔을 켜지 말라고 배웠는데, 하이빔을 켜고 오토를 가리키면 된다고 한다.
아우디 A8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그 위력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앞에서 달리던 자동차가 옆 차로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도로 경계벽의 어두컴컴했던 곳에 순차적으로 밝은 빛이 들어왔다. 마치 그동안 앞 차 덕분에 채우지 못했던 빛을 서서히 채우는 것처럼 말이다. 아우디 헤드램프의 위력을 바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번 주행에서 하나를 더 배울 수 있었다. 이전에 A8의 뒷좌석 마사지 기능은 충분히 사용해 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 마사지 중에서 잊어버린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A8은 뒷좌석에서 발마사지를 지원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A8의 뒷좌석에 탑승할 때는 조수석 시트를 무조건 맨 앞으로 밀어두면 안 된다. 자신의 발 길이에 맞추어 적절하게 시트를 맞추어 둬야 발마사지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다행히 조작은 뒷좌석에서 모니터를 터치하는 것으로 끝난다.
아우디 A8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조수석 등받이 뒤에 있는 발마사지를 즐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졸음이 쏟아졌다. 운전은 동료 기자에게 맡기고 잠시 눈을 붙이니 어느새 목적지인 인제 스피디움에 도착해 버렸다. 편안한 승차감과 함께하는 주행 성능, 그리고 고속 주행 중 느껴지는 안정감이 여전히 A8을 일품으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아,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와 함께 실내를 장식하는 앰비언트 라이트도 아우디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이것은 밤에 꼭 느껴봐야 하는 것이다.
아우디 RS E-트론 GT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전기 시대가 되어도 짜릿함은 그대로, 아우디 RS E-TRON GT
어느새 다음 날 아침이 되어 인제 스피디움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서킷을 질주하기 위해 준비된 자동차는 아우디의 고성능 전기차, RS e-트론 GT다. 일반 e-트론 GT보다 성능이 더 높은, 그야말로 달릴 줄 아는 사람들을 위한 배출가스 없는 레이스용 자동차라고 할까.
아우디가 포뮬러-E에 참전하면서 얻은 데이터가 고스란히 이 안에 녹아 있다. 그야말로 '레이싱 스포츠(Racing Sport)'에 딱 맞는 자동차라고 할 수 있겠다. 엔진음이나 배기음이 없으니 서킷 주행이 지루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틀리고 말았다. 엔진음은 없어도 그에 상응하는 'e-트론 스포츠 사운드'가 달리는 기분을 한껏 북돋아 준다.
아우디 RS E-트론 GT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게다가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자마자 발휘되는 막대한 토크가 제법 큰 차체를 가볍게 앞으로 밀어낸다. 게다가 다른 전기차들과는 다르게 고속 영역에 도달해도 지칠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차체를 앞으로 앞으로 계속 밀어내는 트랙션 덩어리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앞에서 달리고 있는 교관을 따라가기가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그 교관의 꽁무니를 물고 끈덕지게 달릴 수 있게 됐다.
아우디 RS E-트론 GT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앞에서 달리는 아우디 RS5도 예전 같으면 좋은 차라고 했을 텐데, RS e-트론 GT 앞에서는 어린애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만약 고속에서 최고출력 598마력이 부족할 것 같다면?
부스터 모드로 진입하면 된다. 순간적으로 646마력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배터리 용량을 생각하면 오래 쓸 수는 없지만. 인제 스피디움을 달려본 결과 RS e-트론 GT의 특징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동일한 차체를 사용하는 포르쉐 타이칸이 스티어링 조작 시 응답 시간과 느낌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RS e-트론 GT는 타이어가 땅을 붙잡는 것과 동시에 유연하게 차체에 롤링이 발생하고 높은 속도를 유지하면서 회전하는 게 다르다.
속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묵직한 느낌을 유연성으로 바꿔준다고 할까. 그 질감이 꽤 좋아서, RS e-트론 GT를 선택하는 이들도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 전문 잡지 <모터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