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광은 어제의 아픔을 먹고 자라난 결실입니다(곽오석)
1979년, 서울 영등포여고 야간산업체 특별학급에 다니던 열일곱 살의 여공이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반성문을 쓰라는 벌을 받았습니다. 일주일동안 무단결석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담임선생님은 그 학생에게 “어떤 이야기라도 좋으니 네 얘기를 써봐라. 뭘 하든 네가 하고 싶은 걸 하거라. 그 대신에 학교는 빠지지 말라“고 일러주었습니다.
학생은 대학노트에 20쪽이 넘도록 자신의 이야기를 썼습니다. 담임선생은 마음에 착 달라붙게 쓴 표현력에 감탄하였고, 글을 구성하는 능력에 깜짝 놀랐습니다.
반성문을 다 읽은 담임선생님은 그 학생에게 “소설을 써보는 게 어떻겠느냐.”라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책을 건네주었습니다.
학생은 그 책을 필사하며 소설가의 꿈을 키웠습니다.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진학하여 학업을 계속하면서 끊임없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6년 뒤인 1985년 ‘겨울 우화’로 등단하였고, 1993년 ‘풍금이 있던 자리’, 1995년 ‘깊은 숨을 쉴 때마다’, 1996년 ‘외딴 방’, 2008년 ‘엄마를 부탁해’ 등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소설들을 발표하여 한국문학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썼습니다.
특별히 ‘엄마를 부탁해’라는 소설은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로 인정받았지만, 미국 뉴욕타임스의 발표에 따르면 영문번역판이 170만 부를 돌파하여 한국작가로서 노벨문학상 도전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성공한 베스트셀라의 작가는 다름 아닌 라디오 부속품에 납땜을 하던 여공으로 야간고등학교에 다니던 신경숙이라는 학생이었습니다.
작가 신경숙씨의 오늘의 영광은 어제라는 과거의 아픔이 아름다운 열매로 맺힌 것입니다.
누구나 과거에는 좋고 아름다운 것보다 힘들고 어려운 것들이 더 많은 법입니다.
하지만 역경과 아픔을 극복하여 이겨낸 자만이 기쁨을 맛볼 수 있습니다.
욥은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고 말합니다. 정녕 오늘의 영광은 어제의 아픔을 먹고 자라난 결실입니다.
지금 내가 서있는 자리가 아플지라도, 힘겨울지라도 큰 산을 넘어서고 있음을 기억하면서 저 너머의 영광을 생각하며 잘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Tip
*저자 신경숙, 수상경력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만해문학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맨 아시아문학상(2012)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22개국에서 출판됨
*국립중앙도서관에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10년간 '중·고등생 대출도서 10'을 조사한 결과, '엄마를 부탁해'가 3만2472건으로 1위를 ...중도일보 2020.02.27
* <엄마를 부탁해>는 신경숙의 작품 중에서도 확실한 성공작이지만 요즘 세상에선 거의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종 소설이다. 피붙이 식구들의 끈끈한 정을 이렇듯 절절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작가가 오늘날 몇이나 될까. 더구나 세련된 현대작가가 ‘눈물 없이 못 읽을’ 장편을 써낼 엄두조차 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놀라운 것은 신경숙이 이런 위태로운 작업을 촌티 없이 멋지게 해냈다는 사실이다.
시골서 올라온 엄마가 서울의 지하철에서 어이없이 실종됨으로써 시작되는 이야기는 마치 추리소설 같은 긴장감을 유지하며 진행된다.
딸, 아들, 남편 등으로 관점을 바꾸면서 한 장 한 장 펼쳐질 때마다 평생을 자신들을 위해 헌신해온 어머니의 모습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그 어머니에게도 엄연히 실재했던 자신만의 요구와 고뇌의 방황을 드러내는 마지막 한 방의 충격을 선사하고야 끝나는 것이다.
첫댓글 서울 갈 때 기차를 타면 정읍을 지나가는데 가끔 정읍의 신경숙 작가를 생각하곤합니다. 물 말아 깻잎장아찌를 좋아한다던..
40대 작가는
60, 70대 심리를 어찌
그렇게 잘 묘사했는지ㅡ
벌써. 오래전,
눈이 벌겋게 코가 붉게 울며
봤던 엄마를 부탁해 대단한
力作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