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터프가이 픽업이 돌아왔다. 포드 넥스트 제너레이션 레인저
유일한 기자입력 2023. 5. 19. 20:41
풀체인지를 단행한 포드의 픽업트럭, 레인저가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스타일은 바뀌었어도 픽업트럭이 가져야 할 것들은 놓치지 않았다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포드 넥스트 제너레이션 레인저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조금 이상한 일이 생겼다. 아마 두 달 전이었다면, 이 픽업트럭이 크기 때문에 부담스럽다고 느꼈을 것 같다. 풀체인지를 단행하기 전에 동일한 이름의 픽업트럭을 운전해 봤으니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왜 이 크기가 딱 적당하다고 생각하고 말았을까?
아마도 흔히 말하는 미국 출신의 풀사이즈 픽업트럭을 운전해 봤기에 그럴 것이다. 그때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좁은 길을 진땀을 흘리면서 극복했더니, 이 정도 크기는 애교가 되어버렸다. 이 픽업트럭의 이름은 포드 레인저. 흔히 포드의 픽업트럭이라고 하면 F-150을 떠올릴 것이지만, 레인저도 그 나름의 명성을 갖고 있다.
완벽하게 북미 시장을 노리는 F-150과는 달리 레인저가 노리는 것은 주로 호주 시장이다. 그렇지만 북미 시장도 동시에 노리고 있어서, 포드 픽업트럭의 명성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레인저가 풀체인지를 단행한 후 어느새 한국에도 진출하게 되었다. 이전 레인저가 꽤 팔렸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포드 넥스트 제너레이션 레인저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변한 게 꽤 많다네
아마 외형만 봐도 딱 알 것이다. 레인저가 변했다는 것을 말이다. 포드의 최신 디자인 코드를 물려받아 이제 앞에 당당하게 'ㄷ'자 형태의 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를 품게 되었다. 포드는 이를 시그니처 C-클램프 헤드램프라고 부른다.
남성미를 좀 더 추구한 랩터 모델은 그릴 가운데 FORD의 레터링이 아주 굵게 들어가는데, 와일드트랙 모델은 여기서 조금 단정하게 다듬은 형태로 가운데 포드 엠블럼만 들어간다. 그렇다고 해도 그 선 굵은 북미 특유의 거친 매력은 그대로다. 자세히 보면 그릴과 범퍼 중간을 장식하는 플라스틱도 역동성을 자랑하는 것이다.
포드 넥스트 제너레이션 레인저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지금은 안전 문제로 인해 사라진 '캥거루 바'가 흔적 형태로 남았다고 할까. 픽업트럭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측면도 결코 얌전하지는 않다. 사각의 형태라서 그냥 단순할 줄 알았지만, 창문의 비율과 측면에 그은 굵은 선을 통해 든든할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운전석보다 뒷좌석이 조금 좁은 것으로 보이지만, 막상 들어가면 공간은 제대로 확보하고 있다.
포드 넥스트 제너레이션 레인저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이런 픽업트럭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아무래도 화물을 싣는 짐칸일 것이다. 짐칸은 꽤 넉넉하고, 뒤 범퍼 양 끝에 밟고 올라갈 수 있는 스텝도 준비되어 있어 실용성이 높다는 것이 느껴진다.
열리는 부분도 꽤 튼튼해서, 성인 두 명이 올라가도 버틸 수 있을 정도다. 짐칸 왼쪽에는 전원을 꽂는 부분도 마련되어 있는데,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힘들지도 모르겠다. 캠핑 등에 사용하고 싶다면 최소한 이 차가 PHEV는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포드 넥스트 제너레이션 레인저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일단 실내로 들어오면 제일 먼저 놀라는 것이 센터페시아 한가운데 위치한 세로로 긴 형태의 모니터다. 크기는 12인치에 달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기능을 담고 있다. 하단은 기본적으로 에어컨 조작용 칸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위에 퀵 메뉴라고 부르는 게 좋을 것 같은 메뉴들이 몇 가지 있다.
자동차의 기능 자체는 터치로 불러낼 수 있는데, 그 기능으로 들어가는 것이 조금 번잡하게 느껴진다. 퀵 메뉴 편집이 가능한지는 알 수 없었다. 마음에 드는 것은 애플 카플레이 또는 안드로이드 오토를 꽤 큰 화면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화면 상단 절반 정도만 사용하지만, 필요에 따라 화면을 차지하는 비율을 크게 늘릴 수 있다. 거기에 맞춰 계기판도 디지털로 다듬어졌기 때문에 과거와는 달리 많은 정보를 받아낼 수 있다.
포드 넥스트 제너레이션 레인저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아니, 필요한 정보만 딱 맞춰서 받을 수 있다는 게 더 맞을 것이다. 포드도 그들 나름대로 디지털화 시대에 발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와일드트랙 버전에서 제일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노란색 스티치다.
스티어링과 시트는 물론 실내 곳곳을 장식하고 있으며, 꽤 잘 어우러진다. 도어를 여는 방법이 이전과 달라졌는데, 실내에서 도어를 여는 레버가 손잡이 쪽에 숨겨져 있다. 일자 형태의 레버를 가볍게 안쪽으로 당기기만 하면 열리는 것이다.
이전보다 직관적이면서 편해졌다고 할 수 있다. 컵홀더는 센터 콘솔에도 있는데, 대시보드 양 끝에도 두 개나 있다. 장거리 주행에서도 물이 부족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시트는 1열은 넉넉한 편이다.
뭐 이런 장르가 다 그렇겠지만, 1열이 부족할 일은 거의 없고 언제나 2열이 문제가 된다. 그런데 아까 이야기했지만, 2열도 꽤 넉넉한 편이다. 물론 키가 큰 사람이 앉는다면 무릎이 1열 좌석 뒤에 닿겠지만, 그 정도 되려면 190cm 이상은 되어야 할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편안함을 강조한 편이라, 주행하면서도 몸에 배기는 부분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죽 자체가 우수한 편은 아니지만 무난하다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포드 넥스트 제너레이션 레인저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디젤이 의외로 좋습니다
국내에 수입되는 모델은 2.0ℓ 트윈 터보 디젤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버전이다. 최고출력 205마력을 발휘하는데, 토크가 51kg∙m로 높기 때문에 출발할 때 답답함을 느낄 일은 적을 것이다. 터보차저 압력이 미처 차지 않아 반응이 약간 느리다는 느낌이 들 때는 있지만, 그래서 갑갑하다는 느낌까지는 없었다.
게다가 디젤 엔진이라고 해도 진동은 꽤 억제된 수준이다. 가족과 함께 타더라도 불만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픽업트럭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승차감은 SUV라고 생각하면 납득 가능한 수준에서 꽤 편안하다. 전반적으로 좋다고 할까. 수많은 노면 공사로 인해 땜질투성이가 된 도로를 지나가면서도 특별히 승차감이 낮아진다는 느낌은 없었다.
과속방지턱도 의외로 부드럽게 넘어가다 보니 이게 픽업트럭인지 아니면 평범한 SUV인지 헛갈릴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운전자에게 불안감은 전달하지 않으니, 포드가 괜히 오랜 기간 자동차를 만든 게 아니라는 것이 느껴진다.
포드 넥스트 제너레이션 레인저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스티어링 조작에 대해서는 필자는 그다지 불평할 만한 것이 없었다. 일단 실내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시야가 상당히 좋고, 돌리는 감각도 꽤 괜찮았기 때문이다. 중심으로 되돌아오는 느낌이 좀 부족했지만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같이 탄 사진기자는 감각이 이상하다면서 불평이 좀 있었다. 아마도 평범한 승용차나 도심형 SUV만 타다 보니 그 감각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 불평을 한 것 같다. 그러게 평소에 포터를 좀 운전해 보라니까.
연비에 대해서는 뭐라고 해야 할까. 일단 복합 연비가 10.1km/ℓ인데, 이것을 납득 가능한 연비로 봐야 할지, 아니면 불합리한 연비로 봐야 할지는 아직도 의문이긴 하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전 버전보다 조금은 연비가 좋아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경유가 휘발유보다는 저렴한 국내 특성상 이 정도 연비라고 해도 납득할 소비자들은 꽤 있을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다른 차들도 경유 쓴다고 이것보다 연비가 눈에 띄게 좋은 것도 아니고 말이다. 포드 레인저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포드의 픽업트럭 제작 기술을 믿는다면 살 만한 자동차가 될 것이다.
단,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고 싶다. 풀체인지 전 레인저 와일드트랙 버전의 가격은 4990만원이었는데, 지금 시승하는 이 버전의 가격은 6350만원이다. 아무리 풀체인지 버전이라고 해도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생각이 들고 만다. 과연 소비자들이 이전보다 넉넉한 차체와 부드러운 승차감을 인정하고 가격을 더 지불할 것인지, 그것이 레인저 흥행의 관건이 된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5370×1920×1885mm 휠베이스 3270mm | 공차중량 2400kg
엔진형식 I4 터보, 디젤 | 배기량 1996cc
최고출력 205ps | 최대토크 51.0kg·m
변속기 10단 자동 | 구동방식 AWD
0→시속 100km - | 최고속력 -
연비 10.1km/ℓ | 가격 6350만 원
자동차 전문 잡지 <모터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