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27-2.28(1박2일)
부안에는 변산이 있고, 변산에는 보물창고 같은 반도(半島)가 있다.(1)
곳간이 그득해야 도둑도 꼬이는 법이다.
고부군수 조병갑이 탐학을 일삼아 동학란의 불씨를 만들었다는 고창과 부안 ― 만경평야와 김제평
야가 서해를 향해 드넓게 펼쳐진 이곳은 예로부터 소출이 더없이 풍부한 곡창지대였기에 조 군수
의 도둑심보가 기승을 부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산세가 험하지 않아 푸근하고, 푸른 바다가 있어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하는 부안, 나도 그 풍요로움을 찾아 나선다.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이곳에는 비옥한 땅이 쏟아내는 농산물만이 그득한 게 아니다. 감춰진
보물창고처럼 지친 현대인을 위한 볼거리, 먹거리가 차고 넘치고 있었다.
오페라가 서곡(Overture)과 함께 열리듯, 메인이벤트에도 전야제가 있듯이, 변산 탐사는 새만금
부터 시작한다. 부안으로 진입하는 건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저 밑, 줄포 IC에서부터 거꾸로 북
상할 수 있지만, 영화제의 전야제 레드카펫인양 우리를 인도하는, 세계 최장 새만금 방조제로부터
첫 발을 내딛는 게 더 그럴듯하겠다고 생각했다.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군산I.C나 동군산I.C를 택하
여 국도로 내려가면 군산 쪽에서 시작하는 새만금방조제로 들어설 수 있다. 33.9Km나 되는 세계에
서 가장 긴~~~ 방조제는 반대쪽 자락을 부안, 변산에 걸치고 있는데, 왜 이름을 두 지역 머리글
자를 따서 새군부나 새군변…… 으로 하지 않고, 새만금이라 했을까? 아, 쓰다 보니 어째 어감이
좀 이상한데? 새군부는 느닷없이 쿠데타가 떠오르고, 새군변은 군데군데 무리진 새떼들의 배설물
이 연상된다 할까? ㅋㅋ……. 새만금이란 이름에 대해 내가 들은 바는 이렇다. 원래 이 지역의 김
제평야와 만경평야를 합해 ‘금만평야’라 했는데 그걸 ‘만금’으로 돌려세웠고, 거기에 새롭다는
‘새’를 붙여 새만금이라고 이름 짓게 되었단다. 어휴~복잡해.
군산주변 산업단지 건물들로 막혀있던 시계가 방조제에 들어서면서부터 좌우로 시야가 툭 터진
다. 마침 밀물 때라 둑 밑까지 바짝 붙어 바닷물이 출렁인다. 첫 번째로 보이는 해넘이 휴게소에서
일차 숨을 돌린 다음, 남으로, 남으로……. 야미도, 신시도가 있는 고군산군도를 지났다.(신시도에
는 선유도 가는 배가 있다는데 다음엔 꼭 가봐야지. 연육교를 건설해서 배타고 건너가는 정취를 잃
어버리기 전에)
신시 휴게소. 새만금 기념탑
기념탑, 방조제 관리 사무소를 지나, 방조제 중간쯤 되려나? 드디어 두 개가 있다는 방조제 갑문
중 첫 갑문인 신시갑문이 보였다. 차를 세우고 갑문으로 다가갔다. 세찬 물소리가 주위에 가득 찬
다. 갑문을 열어 놓았네. 서해 쪽에서 내륙으로 밀려들어오는 물살이 거세다. 홍수 때 열어놓은 소
양강 댐 정도는 아니어도 어마어마한 물살이다. 경고 방송은 쉬지 않고 계속 앵앵 거린다.
“아, 아, 갑문을 통해 유입되는 물살이 거셉니다, 반경 10키로 내에서 항해나 낚시하시는 분들은
지금 곧 중지하고 물러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좀 이상하잖아? 방조제 안쪽을 육지로 만들려면, 바닷물을 바다 쪽으로 빼야지, 왜 물을 바
다에서 도로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 나중에, 새만금 홍보관에서 알게 된 것이지만, 애초부터 방조
제 안을 몽땅 육지화 시키겠다는 건 아니었다는 사실. 상당 부분을 육지로 만들어 개발하는 사이사
이로 물길은 여전히 흐르도록 설계되어 있었던 것이다.
<신시갑문>
신시갑문 옆에 있는 바람개비
부안 쪽 끄트머리에 있는 새만금방조제 홍보관. 위층까지 휘익 둘러보고 나오는데 영상실이 눈
에 띄었다. 매시 두 번씩(00분과 30분) 틀어주는 거라, 한 15분 기다려야 할 상황. “우리가 바빠서
그러는데 지금 좀 틀어주면 안 될까요?” 담당하는 여직원이 참 친절하다. 영사실로 들어가라고 손
짓을 한다. 관객은 우리들뿐. 암튼, 그 시끌시끌하던 개발론자와 환경론자들의 긴 싸움을 뒤로 하
고 새만금은 떡하니 축조되어 있었다.
<새만금 방조제 홍보관> 전북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
드디어 변산. 배가 고프다. 출발하기 전에 검색해 알아둔 변산의 맛집 중 가장 가까운, 바지락죽
으로 유명하다는 변산온천산장으로 가자. 가는 도중에 보니 원조 운운하는 간판을 단 집이 몇 채
옹기종기 눈치 싸움하듯 모여 있다. 바지락죽 최초 개발자라는 변산온천산장은 제일 안쪽으로 쑥
들어가 있었다. 산장을 경영하며 아침 식사로 바지락 죽을 팔았는데 너무 잘 팔려 지금은 산장 경
영을 접고 바지락 죽을 팔고 있다고 한다. 바지락 죽에 바지락 파전을 시켰다. 맛이 괜찮다. 개발자
라고 내세울 만큼 특출난 레시피까지는 되지 않지만…….
<변산온천산장>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 109-2
바지락죽 7,000원
바지락 야채전 10,000원
요기를 한 후, 근처에 부안 댐이 있다 해서 그쪽으로 차머리를 돌렸다. 댐은 산속 높은 곳에 있었
는데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 놓았고, ‘부안댐 문화관’이란 명패를 달고 있는 건물은 에너지 절약으
로 운영을 하지 않는다는 표찰을 매달고 굳게 닫혀있다. 실망. 그러나 댐에서 흘러나온 물을 보로
가두어놓은 풍경이, 괜찮은 산세와 어울리면서 고즈넉한 정취를 더해준다.
자, 이제 다 봤으면 성천마을로 가자! 거기엔 마실길이 있단다. 적벽강 노을길이란 이름이 붙은
마실길 1구간 3코스. 총 7Km로 마실길을 따라 적벽강, 칠산바다, 채석강과 격포항이 있는
곳…….
<부안댐 문화관>
<여수로>
변산반도 여행정보 http://byeonsan.knps.or.kr
<변산마실길>
1. 제1구간 노을길 (3개 코스, 총 거리 18Km, 6시간)
- 3코스(적벽강 노을길, 7Km) : 성천마을- 하섬-적벽강- 수성당- 채석강- 격포항
2. 제2구간 체험길(2개 코스, 총 거리 11,4Km, 3시간)
3. 제3구간 문화재길(2개 코스, 총 거리 23Km, 5.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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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길>
마실길 1구간 3코스가 성천마을에서 시작된다고는 하는데 어느 지점부터 시작되는 건지 왜 이
리 찾기가 어렵나? 몇 번을 갔다 되돌아오고 갔다 되돌아오고……. 포기하고 네비에 ‘적벽강’을 찍
었다. (다음날 다시 와 보니 길가에 동그마니 돌로 된 ‘성천마을’ 표지석이 서 있는 건 찾았는데 마
실길 안내 표지판은 어디에도 없더라. 안내가 필요합니다!!!)
노을이 지는 바다를 보며 마실길을 걷고 싶었는데……. 성천마을에서 적벽강까지 가는 마실길은
포기하고 곧장 적벽강으로 오른다. 중국 송나라 시인 소동파가 놀았다는 적벽강과 비슷하다해서
적벽강이라 이름 붙였다 한다. 밀물이라 그 큰 바위 언덕이 반쯤 물에 잠겼다. 그래서 그런지 사자
를 닮았다는 적벽강의 자태를 찾을 수가 없다. 뿌연 안개에 싸여 사자를 닮았는지 고양이를 닮았는
지 가늠할 수가 없다. 바닷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언덕을 올라가 시누대(靑竹)숲을 지나고, 칠산바
다를 수호하는 여해신(女海神)인 ‘개양할미’를 모셨다는 해신당인 수성당에 도착. 개양할미는 적
벽강 대막골 뒤에 있는 여울골에서 나와 바다를 열고 풍어를 관장하며 서해바다를 총괄했다는 전
설이 있다. 다소 으스스한 분위기. 바다 왼쪽 저 편으로 채석강과 우뚝 솟은 변산 대명콘도가 눈에
들어오고, 바다를 정면으로 바라보니 앞이 탁 트인 것이, 여기가 서해바다야? 동해바다야?
적벽강 올라가는 길. 오른쪽에 있는 나무 철책을 따라 마실길이 이어진다.
오른쪽 성천항 쪽에서 와서 왼쪽 적벽강 쪽으로 이어지는 마실길
<적벽강>
<시누대>
<수성당>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 죽막동 산 35-17
<수성당 옆에 있는 해식동굴>
수성당에서 보는 채석강 (안개가 끼어 뿌옇게 보인다)
수성당 오른쪽 바다
어두워지기 전에 어서 채석강으로 가자.
채석강 입구, 주차장. 주차장 관리 아주머니가 마치 차 세울 곳이 거기밖에 없다는 듯 힘차게 손을
흔들어 주차장 안으로 안내를 한다. “여기가 채석강 주차장, 맞아요?” “네, 채석강 맞아요.” “전에
는 격포 쪽에서 봤던 것 같은데…….” “이쪽에서도 많이들 봐요.” 차를 세우고 바다로 나가니, 아차
차, 물때를 체크하지 않았구나. 이런 낭패가 있나? 채석강은 물에 잠겨 가까이 갈 수도 없다. “아
니, 주차장 아줌마는 물이 들어와 채석강에 들어갈 수도 없는데 얘기도 안 해 준담!” 투덜대는 소
리를 듣고 근처에 있던 사람이 알려준다. 낼 아침 열 시에나 제대로 볼 수 있다고. 되돌아 나와 주
차장 아줌마에게 항의(?)했다. 밀물이 들어와 채석강에 들어갈 수도 없는데 왜 차를 대라고 그렇게
불러댔냐고. 아줌마도 미안한지 주차비로 오백 원만 내란다. 개콘에 나오는 꽃거지 허경환도 아니
면서…….
예정된 숙소는 상록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휴 리조트’. 숙소로 가기 전, 해 떨어지기 전에 하나
더 보겠다고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주연 김명민) 촬영장소로 쓰였다는 전라 좌수영 세트장으로
향했다. 진짜는 한산도에 있겠지. 그런데 흔한 드라마 세트장 치고는 모양새를 제대로 갖추었다.
동헌, 내아, 군관청 등이 있고 이순신 장군이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큰칼 옆에 차
고 깊은 시름하던 차에…….” 하던 수루도 있고……. 집들도 촬영을 위해 앞면만 그럴 듯하게 만들
고 뒤쪽은 엉터리로 만들어놓은 게 아니고 제대로 지어놓았다. 해전을 촬영했다는 앞바다가 있어
좋고, 관람료 없는 공짜라서 더 좋다.
(소재지: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 궁항마을)
어둑어둑해져 오니 이제 ‘휴 리조트’로 가야지.
상록해수욕장의 조촐한 해변과 모래사장, 그리고 바다가 보이는 아담한 방에 짐을 풀고, 아침부
터 강행군을 해서 피곤해진 몸을 침대에 눕힌다.
(휴리조트 소재지 : 부안군 변산면 도청리 577-8. http://www.hueresort.kr )
http://blog.daum.net/antique2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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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에는 변산이 있고, 변산에는 보물창고 같은 반도(半島)가 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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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멋있네요.
왠지 글을 올리신 분의 마음이 느껴지네요.
20대에 가려고 출발했다가 중간에 일이 생겨서 못가게 된 적이 있었어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가보고 싶네요.
볼 게 아주 많은 곳이에요. 일단 떠나보세요~~~
앉아서 구경 잘 했습니다~ 언제 저곳을 다 돌아보나~발발발 ^&^
가볼 만한 곳이에요. 3박4일은 해야 좀 봤다 싶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