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판타지아 보고 왔습니다^^ 조금 긴, 스포일러가 포함된 후기입니다.

[warmheart]

아주 오랜만에 한국영화 리뷰를 쓰네요^^;;; 처음인가;;???

누가 뭐라 해도 좋은! 영화 리뷰 시작합니다

우선 바쁜 학기 일정 때문에 못 볼 뻔 했지만, 학기가 끝나자 마자 극장으로 달려가서 보게된

한여름의 판타지아, 개인적으로 (많은 분들도 좋아하시지만;;;) 좋아하는 이동진 평론가님의 좋은 평을 보고 난 뒤라 기대감이 컷던것이 사실입니다.

우선 이 영화를 보고자 하는 분들께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것은  쌩뚱맞게도 이 영화의 줄거리인데,

이를 모르고 극장에 들어간 저로서는 조금 당황할 수 밖에 없어서 영화의 감상에 방해가 되었기에

미리 말씀드립니다^^;; 

영화는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는 감독과 스텝(혹은 배우)가 영화 촬영지 답사를 위해 일본

고조시를 돌면서 마을 주민들을 인터뷰 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2부에는 이러한 답사를 통해서 만들어진 '판타지아'같은 짧은 영화가 이어집니다.

(이 밑으로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1부의 구성을 모르고 영화관에 들어간 저로서는 굉장히 당황스러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비포 선라이즈 같은 내용인 줄로만 알았던 저는, 언제쯤 스토리가 전개되지? 라는 의문과 함께

아주 잔잔한 화면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고, 감기약의 여파로 쏟아지는 졸음과의 사투를 벌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1부가 별로였다고 말하기에는 2부를 보고 나서야 이해가 된 제 무딤을 탓해야 할 것 같네요

1부는 위에 말씀드린 대로, 영화 촬영을 위한 답사가 이루어진데, 이 답사의 과정을 잘 지켜보다보니

영화 촬영을 위해 모티브를 찾고자 하는 감독의 답답함이 제 마음까지 전달 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답답함이란 표현이 저로서는 조심스러운데, 말이 통하지 않는 일본에서 스텝의 통역에만 의존해서

자기가 원하는 이야기를 다 듣지 못하고, 하고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할 때의 그 답답함이라고 장황하게

밖에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정적인 시골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도 흥미로운 모티브가 숨어 있는데 일본어라는 장벽에 막혀서

충분히 그 이야기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감독의 심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답사의 과정을 통해 모티브를 얻은 감독은 그날 밤 이상한 꿈과 함께 잠에서 깨게 되는데, 

이 장면이 1부의 '거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이후로 영화는 2부로 넘어가게 되는데,  2부만 따로 떼어놓고 봐도 충분히 좋은 영화라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2부는 말 그대로 '영화'입니다. 낯선 일본땅에 '무언가'를 찾으러온 한국 무명 여배우와 낯선 

시골 마을에서 그녀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일본 청년, 그 둘 이 함께 보내는 이틀. 

사실 줄거리라고 할 것도 없고, 갈등이라고 할 것은 더욱더 없는 심심한 콩나물 국 같은 영화지만

콩나물 비린내나는 평범한 콩나물 국이 아닌,

일본의 시골풍경과 두 배우의 좋은 연기가 어우러져 담백한 냉 콩나물 국을 한모금 들이킨 직후의 개운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배우와 청년, 둘사이의 경계가 점점 무너지는 과정을 관객들은 한발짝 뒤에서 지켜보게 되는데, 

담배를 함께 피우는 장면과 여주인공이 자신의 직업을 고백하는 장면 등은  

남녀 사이의 긴장과 이완을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게 그려낸 인상적인 부분이었습니다. 

결국 둘 사이의 감정을 확인하는 장면으로 이 영화는 클라이막스를 맞게 되는데, 

그 전까지의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가장 고조된 그 장면에서 조차  관객은

일종의 안도감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가 끝나고 방에 돌어왔을 때 그 영화가 여전히 제 마음속을 채우고 있느냐'가 제겐 

영화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그 기준에서 이 영화는 '좋은'영화입니다.

일본 시골 마을의 모습들, 더 이상 바랄게 없었던 두 배우의 연기. 무엇보다도 두 남녀사이에

긴장감이 안도감으로 바뀌던 그 순간의 자연스러움이 제게 가장 큰 울림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자극적이고 화려한 영화에 지친분들이라면 

한번쯤 이 작품을 통해 '영화피서' 다녀오시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넓은 바다만을 바라보다 잊고있던 뒷산 시냇물의 달콤함'

7.6점 (내용을 모르고 가서 1부를 충분히 느끼지 못한 내 잘못입니다....)

[안젤리나 졸려]

담백한 냉콩나물국, 뒷산의 시냇물~
ㅎㅎ 덕분에 영화에 대한 호감이 막 생겨나네요~~ 잘 들었습니다~^^

[warmheart]

날씨도 더운데 한번 보고 오심이 어떨지요~?? 댓글 감사합니다^^

[안젤리나 졸려]

후기의 표현들이 재밌었어요~^^

[두바기]

덕분에 좋은 영화 봤습니다. 참 신선하고 새로운 영화네요. 나인틴에서 다루기에는 너무 건전해서(제가 보기에는 그랬는데..... ㅎㅎ) 세pd님들을 통해서 듣기는 어려울것 같아요. 1부와 2부로 나눠져 있고 대충의 윤곽을 덕분에 미리 알고 가서 봐서, 지루한 1부를 통해 쌓인 담담한 배경의 모습들이 2부의 로맨틱한 색채와 정말 잘 어우러지는 정말 좋은 영화라는 생각을 했어요. 모르고 갔으면 1부 보다가 잤을 겁니다. ㅎㅎ

[블루베리마카롱]

진짜 너무 좋았어요~이거 꼭 다뤄주세요 피디님들 ㅠㅠ 2부의 설렘이랑 영화 끝나고 난 뒤에 그 여운 ㅠㅠ 오랜만에 좋은 한국영화 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