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꽃 / 서현 정정예
눈을 뜨는 아침
종이상자 속에서 걸어 나와
네모난 철제 서랍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거기서 일어나는 일들은
결코 밖에서는 알 수 없다
여자는 숨 헐떡거리고 있는 푸성귀들을
아직 발끝이 따뜻한 흙을 털어내고
손에 움켜잡고 물에 흔들어놓는다
시퍼렇게 산발한 초록이파리들 살겠다고
고개 빳빳이 세워봤자 우악스런 손끝에
숨죽었다.
화산 폭발로 생겨난 이단화구 삼단화구 다섯 개,
증기기관차 소리 닮은 뽀얀 김을 폭폭 뿜는 스팀 솥과 불판
고막을 찢을 것 같은 세척기,
천장에서 생 숨을 다 빨아 땡 길 것 같은 환풍기
온장고 열기와 가스 솥
모자 고무장갑 고무장화
고무앞치마 전투준비 완료,
치열한 삶의 전쟁터
등줄기서 내리 꽂히는 뜨거운 소금물은
인간의 가장 지축 인 발끝에 모인 짠물들이
출렁거리다가 지구가 끌어당기는 중력으로 인해
썰물은 빠지고 개펄에 소금이 온다.
여자의 검정바지에 결정체로 분처럼 핀 소금 꽃을
꺾어 들고 다시 네모난 철제 서랍에서
고물고물 소금 벌레로 기어 나와
종이 상자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