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란의 폭우,
폭동이라해도 무방하였다
해원/정건철
폭우, 일대 반란이었다
낡은 사고의 모든 개념을 때려 부수고
묶인 억압의 포승줄을 끊으며 포효하는
광폭한 짐승의 아가리라 해도 무방하였다
일순, 모든 밝음을 때려 부수고
캄캄한 어둠 속의 괴물인 양 달려드는
나는 그 기세에 겁탈당한 채
내 모든 공중을 다 내주고 말았다
모든 것을 다 초토화시키지 못하는 한
폭우라는 거대한 명분을 얻지는 못하리
거기에 비해 내 초라한 반란을 용서하지 마라.
구걸같이 얻어지는 동정심으로 날 위로하지도 마라
스스로, 단 한 번도 내게 묶인 사슬을 끊을 수 없었다면
내 생명성에 혁신은 없었다
거대한 하늘의 뇌성벽력처럼 무섭게
온 세상을 속 시원히 휘젓고 싶을 뿐이었다
폭우의 진가는 낡은 개념들의 현상을 초토화시킬 수 있어야
그 위력을 인정받는다. 거기에 굴복하고 싶었다
일시에 나의 침잠에 눈부신 시력을 갖는다
참았던 설움이 툭 터져버린 제방처럼 공허해졌다
나는 비로소 저 폭동의 세상을 보면서 해갈된다
폭우로 광기 남발하지 않아도 이미
그 뒤틀리는 혐오 속에서 나는 神의 혁명을 읽고
절망이 얼마나 무서운 폭발력에 있다는 것을
무자비하게 휩쓸고 가는 신의 입김에서 다시
굴복다운 굴복을 상상해 본다
위력은 또 다른 위력으로 다스려져 가는 것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