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
유선철
나만의 정물화로 걸어두고 싶은 날에 바람에 씻은 눈을 지그시 감아보면 저무는 하늘 아래서 함께하는 이 안도감
휘모리로 감겨오는 갈증의 시간 넘어 새파란 기다림도 이제는 누르익어 잎사귀 돌돌 말아서 동그마니 앉았는데
씨앗 한 톨 못 거두고 계절이 바뀌어도 너와 나 둘 사이를 달빛은 이어주고 달콤한 노래 한 소절 떠멱여줄 것만 같은
- 《정형시학》 2024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