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 디자인으로 각 세우고 돌아왔다, 현대차 쏘나타 디 엣지
라이드매거진 편집부입력 2023. 6. 8. 11:49
쏘나타는 오랜 시간 패밀리 세단을 대표하는 국민차 역할을 해왔다. 그랜저가 성공의 상징을 대표하는 역할을 했을 때 쏘나타는 언제나 가족과 함께 탈 수 있는 편안하고 안전한 세단의 대명사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해 시장의 주도권이 SUV로 넘어가고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쏘나타가 담당하던 역할을 그랜저가 담당하게 됐고, 덕분에 쏘나타의 포지션이 애매하게 되어버렸다. 덩치가 커진 아반떼가 쏘나타의 자리로 올라오고 그랜저가 패밀리세단이 되어버리면서 입지가 좁아진 쏘나타의 판매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여기에 디자인 논란까지 겹치면서 급기야 쏘나타는 단종 얘기가 나올 정도의 존재가 되어버렸다.
아무리 디자인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고 판매량이 줄어들었지만 현대차의 오랜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쏘나타가 공공연하게 단종까지 언급되는 모델이 됐다니. 아마 현대차에게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삼총사 중에서도 쏘나타는 언제나 국민차와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던 모델이고 특히나 쏘나타의 존재는 우리나라 세단의 역사라 할 수 있을 정도이니 현기차가 쏘나타를 단종시킬리 없다는 사실은 아마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다. 과연 현대차가 절치부심해서 다시 쏘나타를 내놓을 때 얼마나 제대로 칼을 갈고 나올지를 말이다. 과거 쏘나타의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때에도 그 다음 세대 쏘나타는 언제나 초대박 글로벌 베스트셀러 모델이었음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번 모델의 등장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전 모델에서 가장 평가가 좋지 않았던 부분은 다름 아닌 디자인이었다. 특히나 다른 모델도 아니고 같은 집안인 기아의 K5에게 제대로 비교당하며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깊게 났다. 그래서 이번 디자인은 더욱 신경을 쓸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특히나 ‘심리스 호라이즌’으로 대표되는 한줄 DRL이 그랜저에 이어서 어떻게 적용되고 또 얼마나 완성도 있게 뽑아낼지에 대해 궁금해 했다. 디자인에서 결과물을 보고 이야기 하자면 신형 쏘나타 디 엣지의 디자인은 매우 파격적이지만 성공적으로 패밀리룩을 완성시켰다.
이미 스타리아와 그랜저에 적용된 가로로 긴 주간주행등을 넣을 것이라는 것이 예상되어 많은 예상도가 위장막 시기부터 떠돌아 다녔는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얼마나 완성도 있게 디자인이 완성되느냐였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반응은 매우 좋고 시장과 소비자들의 평가도 나쁘지 않다. 심리스 호라이즌 디자인을 적용한 전면부 디자인은 날카롭고 공격적이다. 과하게 미래지향적이지 않고 어떤 부분은 과격하기도 하다. 그랜저가 가지고 있지 않은 공격적인 이미지도 엿보인다. 헤드램프를 아래쪽 범퍼에 히든 타입으로 놓고 마무리한 디자인은 이미지와 성능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 있는 설정이다.
풀체인지 모델이 아니다 보니 옆모습은 그리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비교해보면 펜더 같은 부분들에 장식으로 변화를 줬다. 패스트백을 연상시킬 정도로 낮고 긴 후드를 보면 이미 패밀리세단의 느낌은 없다. 아반떼 그랜저 사이에서 패밀리세단을 책임져야 한다는 포지션의 의무감은 이미 벗어던진 지 오래다. 매끈한 옆모습은 역동적이고 날렵하다.
그나마 의견이 분분한건 리어쪽 디자인이다. 테일램프 주변에 사각형 픽셀 무늬들이 프론트의 공격적인 디자인과 어울리지 않고 완성도를 떨어뜨린다는 반응이 있다. 물론 미래지향적이라 좋다는 의견도 있지만 전작의 디자인과 비교해보면 이건 지적사항 축에도 못낀다. 리어에도 가로로 길게 이어지는 디자인이 적용 돼 앞과 뒤에 통일감이 느껴지기도 하다. 다른 모델들의 디자인을 봐도 한동안 현대차는 이 가로로 길게 이어지는 디자인을 패밀리룩처럼 주력으로 적용하게 될 것 같다는 예상이 든다.
외형의 변화만큼이나 실내도 변화의 폭이 크다. 실외 실내 모두 다 이렇게 바뀌었으니 풀체인지 모델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이전 모델 대비 꽤나 많은 하드웨어들이 추가됐다. 운전석에 앉으면 일단 디스플레이를 곡면의 형태로 시원하게 연결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온다. 각각 12.3인치의 디지털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구성된 디스플레이가 이렇게 고급스럽게 연결되어 있으니 실내만 보자면 쏘나타 까지는 고급세단으로 분류해도 될 정도다. 물론 그랜저와 제네시스로 넘어가면 또 다른 경험을 하게 되지만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고급스럽고 사용이 편리하다.
이건 현대차가 무척이나 잘 하는 분야고 또 엄청난 경쟁력을 가지는 부분이다. 최근의 현대차를 타다가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부분이 다소 떨어지는 다른 브랜드의 시승차를 타보면 현대차가 앞질러 가고 있는 사실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라 본다. 특히 보는 것 만큼이나 사용해보면 더욱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데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사용하기 편리한 UI는 이제 현대차의 실내 인테리어 만드는 실력이 어느 정도 수준에 다다랐음을 알 수 있다. 웬만한 수입차들이 현대차에게 비교당하며 고전하는 이유는 직접 타보면 금세 이해하게 된다.
사실 이전 모델도 실내 공간은 크게 단점이 없었다. 외형 디자인의 평가가 안 좋으니 그냥 덩달아 평가가 좋지 않았을 뿐. 하지만 이번 모델은 파격적으로 변한 외형 디자인만큼이나 실내 디자인도 신경을 많이 썼고 그만큼 넓고 쾌적하며 미래지향적으로 변했다. 수납공간도 넉넉해졌고 눈길이 닿는 곳곳이 여유롭다. 편의사항을 둘러보면 물론 상위 모델은 그랜저와 차이가 나긴 하지만 충분히 고급스럽다. 선택할 수 있는 것도 많고 딱히 빠지는 것은 없다. 주력 트림이라 할 수 있는 익스클루시브의 옵션을 보면 안전과 관련된 웬만한 기능들을 대부분 기본화 시켜놔서 고민하거나 별로 추가할 것이 없다. 최상위 인스퍼레이션 트림을 선택하면 고급스러운 옵션들을 추가로 누릴 수 있지만 옵션표를 읽으면 읽을수록 쏘나타 보다는 그랜저와 어울릴법한 것들이 많다.
이번에 진행된 미디어 시승회에서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1.6ℓ 터보와 2.5ℓ 터보가 시승차로 준비돼 있었다. 쏘나타의 파워트레인은 총 다섯 가지로 1.6ℓ 터보, 2.5ℓ 터보, 2.0ℓ의 가솔린, 2.0ℓ 가솔린 하이브리드, 2.0ℓ LPG까지 선택지가 있다. 두 모델 중에서 처음 시승을 한 쏘나타는 2.5ℓ 터보 모델이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파워트레인에 따라서 주행 코스가 달랐다는 것이다. 같은 코스를 두 모델로 타는 것이 아니라 해당 엔진에 어울리는 코스를 정해줘 그에 맞는 차량의 성능을 경험하도록 한 것이다.
2.5ℓ 터보 모델을 타고 코스를 달리기 시작했는데 가속페달을 본격적으로 밟아보고 가속성능에 좀 놀랐다. 과연 이것을 패밀리 세단의 대명사라고 불리던 쏘나타라고 할 수 있을까. 스포츠 세단이라고 해도 별 무리가 없는 가속성능을 경험하고 바로 모드변환 버튼을 찾게 됐다. 사실 우리가 패밀리 세단이라 부르는 모델들을 시승하면서 모드 변환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모드를 변환해도 주행성능의 세팅값 변화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스포츠 모드라고 해도 체감하는 성능의 차이가 적고 편안한 주행느낌에서 크게 변화하지 않아 경험은 해보지만 적극적으로 바꿔가며 경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2.5ℓ 터보 모델은 최고출력 290마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스포츠 모드로 즐길 수 있는 주행성능 자체가 다르다. 괜히 N라인 엠블럼이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고 소리와 차체 반응을 살펴보면 즉각적으로 대답하며 재빠르게 튀어나가는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다. 경험하면 할수록 이것이 과연 쏘나타가 맞나 싶을 정도다. 코스를 달려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 이유는 현대차의 의도를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달리기 딱 좋은 코스. 누구나 이 코스에 이런 차를 주면 신나게 몰아붙이며 달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아는 사람들이 기획하고 준비한 시승이다. 정말 그대로 인제나 영암, 아니면 태백이라도 가고 싶게 만드는 주행 성능이었다.
이 정도라면 N라인 엠블럼을 당당히 붙여 놔도 충분히 어색하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차체의 움직임과 민첩한 핸들링, 기민하게 움직이는 8단 습식 DCT의 반응은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 거기에 잘 어울리는 배기사운드 까지 쏘나타를 시승하며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될 줄이야. 어이가 없다기 보다는 즐거워서 웃음이 나왔다. 쏘나타 시승기를 쓰며 스포츠 세단이라는 단어를 쓰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2.5ℓ 터보 모델을 먼저 경험하게 된 것이 독이 되어 결국 1.6ℓ 터보는 그냥 밋밋하게 탈 수 밖에 없었다. 만일 1.6ℓ 터보를 먼저 경험하고 2.5ℓ 터보 모델을 나중에 경험했다면 더욱 비교를 하며 재미있게 탈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1.6ℓ 터보 모델을 경험하면서 생각한 것은 단 하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1.6ℓ 터보를 구입하고 2.5ℓ 터보 모델은 경험조차 하지 않게 될텐데. 그리고 2.5ℓ 터보 모델은 결국 가격 때문에 근처에 가보지도 않은 사람들의 평가를 받게 될 것이 안 봐도 뻔한데 그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결국 ‘그 돈이면’ 이란 꼬리표를 달고 타보지도 않은 사람들의 평가를 듣게 될 모델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2.5ℓ 터보 모델을 타기 전에 프론트 디자인이 패밀리 세단의 대명사 치고 너무 공격적이거나 날카롭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2.5ℓ 터보 모델 시승하고 나서 프론트 디자인을 다시 보니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번 쏘나타 프론트 디자인에 가장 잘 어울리는 파워트레인은 다섯 개 선택지 중에 2.5ℓ 터보 모델이 아닐까 싶다.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타기 전과 탄 후의 느낌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그리고 쏘나타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놀라웠다.
뭐든지 위기가 오면 그걸 이겨낸 후에는 그만큼의 성장이 오기 마련이다. 쏘나타의 역사에서는 아픈 얘기겠지만 이전 쏘나타는 단종설이 나올 만큼 시장에서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나온 모델이 바로 쏘나타 디 엣지다. 이번 쏘나타는 그래서 더 칼을 갈고 나온 것 같고 그래서인지 그만큼 단점을 찾기가 힘들다. 누군가는 N라인 2.5ℓ 가솔린 터보의 3,888만원이란 가격을 보고 지적을 하겠지만 현대차도 그 모델은 많이 팔리지 않을 것이란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N라인 2.5ℓ 가솔린 터보 모델의 성능을 과시하듯 내놓은 것을 아마도 누군가는 부러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현대차가 세단 라인업을 접지 않는 이상 쏘나타는 아반떼 그랜저와 함께 오랜 시간 단종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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