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전동차의 놀라운 적재효율
김 기 택
빈틈마다 발 하나라도 더 집어넣기 위해
밀고 밀리고 비비틀고 움츠린 끝에
사람들은 모두 사각기둥이 되어 있다.
승객들을 벽돌처럼 맞추어 빈틈을 없애버린
놀라워라, 전동차의 저 완벽한 적재 효율!
전동차가 급정거하자 앞쪽으로 사람들이 기운다.
사각기둥들은 일제히 흐트러지며 찌그러지고
그 동안 조용하게 질서를 지키던 비명들이
찌그러진 사각기둥에서 일제히 터져 나온다.
영자야엄마나여기있
어밑에아기가깔렸어
요숨막혀내핸드빽내
구두나좀내리게그만
밀어어딜만져이짐승
쌍년아야귀찢어져손
가락에귀걸이걸렸어
어딜자꾸만주물러소
새끼침튀겨개년말새
드디어 전동차 문이 폭발하듯 열리고
파편처럼 승객들이 퉁겨 나간다.
승객들이 미처 다 밀려나가기도 전에
한 떼의 사람들이 또 밀려들어온다.
빈틈, 퉁겨져 나간 사람들 뒤에 생긴
저 좁디좁은 빈틈을 향하여
머리와 팔다리와 구두들이 밀려온다.
아무리 튼튼해 보이는 벽도 온몸으로 부딪쳐 밀면
발자국 하나 디딜 공간이 나온다는 것을
노련한 승객들은 잘 알고 있다.
차곡차곡 우겨 넣어진 사람들을 한 번 더 누르며
전동차 문이 있는 힘을 다해 닫힌다.
전동차가 출발한 다음에도 비명과 신음이
찌그러진 사각기둥마다 새어나오지만
사람들은 빠르게 정사각기둥을 되찾아가고
몸 비틀 때마다 벌어지던 빈틈도 모조리 메워버린다.
빠르고 정확하다, 우리나라 승객들의
자동화된 저 순발력!
비명과 짜증이 제 자리로 돌아가자
찌그러졌던 사각기둥들은 어느새 반듯하게 펴지고
사람들은 다시 질서정연하고 고요해진다.
― {문학과 사회} (1998.겨울)
시인프로필
- 출생
- 1957년 11월 6일 (만 57세), 경기 안양시
- 소속
- 경희사이버대학교
- 학력
- 중앙대학교 영문학 외 1건
- 데뷔
-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 수상
- 2006 제6회 지훈상 외 3건
- 경력
-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 교수 외 2건
첫댓글 생활시랄까~? 참 특이하게 시를 썻네요~!~^^
전동차 안에서의 쌍스런 욕도 우끼지기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이고 이양반도 경희대 출신이네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