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오미숙]

뜻밖의 여정

  - 포르투칼,스페인 여행-

오미숙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다. 특히 여행에서 뜻하지 않는 일들을 겪을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여행 전 설레야 할 마음이 어쩌지 불안하고 무거웠다. 여권은 받았지만 가방도 싸지 않고 서울로 가기 이틀 전에야 겨우 짐을 쌌다. 출국 전날 연욱씨 집으로 가 하룻 밤 잔 덕분에 피로는 덜 했다.

  드디어 9월11일 리무진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수속을 밟고 짐을 부치는 일은 순조롭게 되었고 12시20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향했다. 14시간 가는 동안 창가 비좁은 좌석, 입에 맞지 않는 기내식 등으로 여행의 재미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 했다.  긴 시간 참고 가는 것도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앞좌석 아기도 가는데 우린들 못가랴 싶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내려 2시간의 대기 시간도 빨리 지나갈 것으로 짐작하고 점심을 먹으며 기다리다 드디어 포르투칼로 날아갔다. 비행기에서 내릴 땐 이미 밤이 되었고 짐을 찾고 호텔에 도착하니 피로가 몰려옸다. 방 배정을 받고 들어가자마자 금세 잠들었다.

  포르투의 첫 아침 호텔조식을 먹고 동 루이스 다리로 걸어갔다. 에펠의 제자' 테오필 세이그'가 설계했다는 다리는 2층 구조로 지하철, 보행자 전용, 하부에는 차량이 다니는 도로가 있었다. 루이스14세 때 건설되어 동 루이스 다리로 불리며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에펠의 제자답게 어느 방향을 보아도 아름다운 다리를 우리는건너갔다. 다리 아래도 멋져 사진을 찍고 거리의 가방이며 악세사리 구경도 했다.

  상 벤투역으로 향해 걸어서 가는데 해리포터 작가 조엔롤링이 구상했다는 렐루서점 해리가 지팡이를 들고 나올 것 같은 서점을 둘러보고 싶었지만 줄이 너무 길어서 들어갈 수 없어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젊은 친구가 보여 손을 흔드니 웃었다. 상 벤 투역에 도착해 보니 사람이 많았다. 아줄레주이 타일양식으로 벽면 그림은 신기하고 예쁘다. 실제 이용하고 있다는 역은 포르투칼의 역사를 담고 있었다. 해리가 3과2 플랫홈으로 들어갈 것 같다. 

  와이너리로 갔다. 포르투 와인은 다른 와인과 다른 브랜디를 첨가했다는 것. 적절한 온도와 나무통마다 기록한 날짜. 알맞게 숙성된 달콤하면서 부드러운 와인의 맛은 일품이었다. 점심으로 '바깔라우'를 먹었다. 소금에 절인 대구를 감자와 양파를 넣은 조림 요리다. 담백하고 맛있었다. 

  파티마 대성당까지 1.4km 차로 달렸다. 성모 마리아가 나타났다는 성당은 네오클래식 양식의 주위에 벽화가 그려져있고 성지 순례자들이 찾는다고 한다.

   다시 우리는 까보다로까로 갔다. 해남 땅끝과 같이 까보다로까는 포르투칼 시인'   의 카 모잉스'는' 글에는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이라고 새겨져있다. 영국의 시인'바이런'은' 위대한 에덴' 이라 표현했으니 까보르까가 얼만큼 아름다운지 짐작이나 될까? 대서양의 눈부신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있다. 

  다음 목적지는 우리가 읽은 '리스본행 야간열차' 도시 리스본이다.

그레고리우스의 삶을 바꾼 리스본, 저자 프라도는 그의 입을 빌어 '자기 삶과는 완전히 달랐고 자기와는 다른 논리를 지녔던 어떤 한 사람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 자기자신을 알기 위한 좋은 방법일까?' 하고 질문을 던진다. 다른 사람을 알고 이해하는 것은 자신을 아는 것이다. 이는 다른 사람을 거울 삼아 나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그런 도시 리스본에 닿았다는 것이 신기했다.

  지진으로 살아남은 도시의 신시가지와 구시가지가 소박하고 멋진 벨렘지구의 벨렘탑을 보기 위해 이동했다. 마누엘 양식의 건축으로 하얀나비가 물 위에 앉은 것처럼 보인다. 눈부신 햇살속에 벨렘의 마리아상이 있다. 제로니모스 수도원으로 들어가는 마누엘린 양식을 사용한 수도원은 고딕, 이탈리아,스페인,플랑드로 디자인을 병합한 건축양식으로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툭툭이 오토바이를 타고 좁은 골목을 지나 알파마 지구의 파노라마 언덕에 갔다. 툭툭이 운전사는 배우 같은 멋진 남자였다. 길은 울퉁불퉁 마주보며 가는데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거리의 도로는 문양이 들어있어 아름다웠고 차를 비켜가느라 애를 먹었다. 우리 말로 '핸섬보이' 라고 운전사에게 해주니 따라하며 좋아했다. 골목의 벽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툭툭이를 타고 돌아왔다. 달콤하고 촉촉한 에그타르를 모두 맛있게 먹었지만 난 먹지 못했다. 그날 아침부터 설사가 나서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렸다. 막을 때마다 배가 아팠다. 그래도 툭툭이 타는 재미에 잠시 잊을 수 있었다.

  리스본에서 세비야 가는 시간은 차로 5시간 이동인데 휴계소에서 잠깐 쉬었다. 설사로 힘이 빠져 몹시 힘들었다. 2시간만 가면 세비야의 플라맹고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을 내었다. 화려한 의상과 아름다운 여인들 기타 연주 노래와 소리지르는 여인, 집시들의 삶의 열정, 슬픔도 노래에 맞춰 춤을 추니 흥겨웠다. 남자의 절도 있는 춤 떨림 그만 푹 빠져버렸다. 딸각딸각 구두로 내는 멋진 떨림 보았다. 맥주와 와인이 나왔지만 선미에게 주었다. 아직도 배는 물 내려가는 소리가 났다.

  세비야의 대성당은 고딕양식 중 가장 크다. 고딕과 르네상스양식의 복합이라 한다. 스테인글라스와 성가대석이 있고 고딕양식의 장식벽이 있다. 이슬람교도로부터 페르난도 왕, 에스파냐 중세 왕들의 유해가 안치되었고 남쪽 문에는 콜럼버스 유해가 있다고한다. 어두운 성당 안에서 선그라스가 어울리지 않았다. 자세히 보아야 하는 성당의 벽면을 보기 위해 선그라스를 벗었다. 그러다 어느새 사라진 선그라스. 앞이 깜깜했다. 말도 못하고 속만 끓였다.

  스페인 광장에서 우리는 모자이크 타일의 스페인 도시문장과 역사적인 사건을 보았다. 재미 있는 그림들이 있어서 앉아서 사진을 찍었다. 점심은 하몽이라는 걸 먹었다. 돼지 뒷다리살을 소금에 절여 건조 숙성한 것이다. 속도 안 좋았고 생고기는 전혀 못 먹는 난 고양이 앞에 생선이라는 표현이 맞았다.

  헤밍웨이가 걸었다는 누에보다리가 있는 론다에 왔다.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사진 찍자고 친구들이 부른다. 사진만 찍고 다시 혼자 걷는다. 급한 화장실도 가야하고 잃어버린 선그라스가 눈에 밟힌다. 누에보다리를 건너 협곡을 내다보며 미련을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 앞에서는 제대로 웃을 수 없었다. 가게를 기웃거리고 다리 옆에서 풍경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이미 잃은 선그라스로 인상을 쓰고 있는 내 모습이 우습다.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와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작품을 이곳에서 썼다는데 종군 기자로 많은 수난을 겪었을 그 앞에서 뭘 하고 있지 하는 생각 

  그라나다로 향했다. 알함브라 궁전을 비라다보이는 니콜라스 전망대에서 저물어가는 저녁 궁전의 경치를 보았다. 여기서 긍정의 에너지를 얻었다. 아름다워서 궁전이 보이는 이 곳에 살고 싶다는 행복한 꿈을 꾸며 호텔로 들어갔다.

  아침 조식은 언제나 뷔페를 먹었다. 커피와 빵이 제일 맛있는 것 같다. 알함브라 궁전의 정원으로 갔다. 이슬람 지배 때 아랍양식으로 카르로스5세의 궁전과 여름 궁전 헤네랄리페 정원은 감탄할 만큼 아름다웠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같이 길을 잃었다. 기다리다 같이 오면 될 것을 먼저 오려다 길 잃는 상황이 되고 나니 황당했다. 그래도 다같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싶다. 오던 길을 되돌아가며 우리는 일행을 만났다. 놀란 가슴을 안고 감바스를 먹었다. 맛 참 좋다.

  톨레도는 시간이 멈춘 도시 같다. 로마의 식민지가 되었고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지배를 받았으며 마르리드로 수도를 옯기기 전 문화와 정치의 중심이었다. 지금도 아름다운 도시다.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 의 고향 톨레도. 돈키호테는 읽은지 오래 되어 생각나지 않았다. 돌아가면 읽으리라 그의 호기심의 눈과 집념과 고집을 닮아 보고 싶다. 톨레도 대성당은 카톨릭의 본산으로 스테인드클라스와 보물실이 있다. 

  산토 토메교회에서는 오르가스 백작의 그림을 볼 수있었다. 백작의 장례식에서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는 두 성인의 모습과 마리아가 영혼을 맞이하는 천상 천사가 팔을 감싸는 모습은 백작의 영혼을 표현한 것이라 한다. 파라도르의 카페에서 상그리아를 마셨다. 과일과 음료와 와인을 섞은 음료로 맛이 상큼하다. 

  마드리드는 스페인 수도로 큰 도시다. 우리는 프라도 미술관에서 고야를 만났다. 루브르와 메르미타시와 함께 3대 미술관으로 고야 외에도 엘그렉코, 디에고 벨라스케스 등의 그림이 있다. 꼼꼼하게 보지는 못했지만 고야를 만난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러나 나는 또 한번의 시련을 겪었다. 배가 아파 잠시 앉은 사이 일행은 모퉁이를 돌아갔고 그 때 길을 잃었다. 그림만으로 내 위치를 말하기는 애매했다. 당황한 나는 어떤 사람의 말도 들리지 않았고 전화소리마저 희미해져 헤매었다. 미술관 직원에게 물어도 말이 통하지 않고 답답했다. 0층으로 내려와 출구를 발견하고 망설이다 나와 버렸다. 동상의 등이 보이고 오른쪽에는 차도가 있다는 그 곳 위치를 알리고 난 후 인솔자와 선미와 경숙이를 만났다. 길 잃은 아이가 엄마를 찾은 기분이랄까 일행이 있는 마요르광장로 가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로 목을 축이고 웃을 수 있었다. 궁전을 돌아보며 우울을 날리고 자유시간을 즐겼다. 일행을 졸졸 따라다녔다. 루프탑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밥을 먹었다. 전망대 올라 사진 찍으며 그러저러한 일은 잊었다. 

  프란시스코 고야의 어린 시절을 보냈던 사라고사에서 필라르 성당에 들어 갔다. 스페인어로 기둥이라는 필라르성당은 마리아가 나타나 야곱에게 기둥을 전했다 한다.

  몬세라토에서 산악열차를 타고 싶지만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랐다. 수도원을 둘러보고 검은성모마리아 상이 있는 길을 20분 정도 따라 올라 마리아 상을 마주하니 멋진 풍경과 맞은편 수도원건물이 보인다. 사진을 찍고 빠르게 내려와 거리의 상인들이 파는 꿀을 샀다. 한국 관광객이 많은지 우리 말을 했다.

  그 다음 행선지는 축구로 유명한 바르셀로나로다. 축구용품을 파는 상점들이 즐비하다. 까사 밀라는 가우디에게 부탁하여 지은 집으로 외관이 눈에 띈다. 물결 무늬나 해초의 모습을 한 테라스가 특이하다. 가우디성당은 천장의 아름다운 색감과 내부의 창문이 신비로웠다. 가우디가 설계한 건축으로 외부에도 예수의 탄생과 부활을 담았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상징하는 문으로 들어갔다. 스페인의 많은 성당 중 가우디성당은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점심으로 빠에야를 먹었다 큰 철판 볶은밥을 연상하면 되겠다. 오후에는 자유 일정으로 쇼핑을 했다. 

  여행 끝나고 집으로 간다. 스페인에서 프랑크프트로 가는 비행시간을 기다렸다. 그러나 아르젠바이와 바이마르 간의 분쟁으로 항로 막혀 비행을 못 한다는 통보. 독일을 떠날 수 없다는 말에 걱정이 되었지만 하루를 더 묵을수 있고 같은 호텔에서 묵을 수 있다는 말에 환호했다. 시골마을 바트조덴의 호텔로 갔다. 산책하며 심신을 달랬다. 들판의 꽃들과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농촌 풍경이 여행으로 지친몸을 풀어주었다. 새를 쫓는 연이 팔랑거리고 옥수수가 익은 들판에서 사진을 찍었다. 오늘이 행운의 날인가? 처음으로 혼자 잠을 잤다.

  다음날 홍콩 공항을 거쳐 인천으로 돌아왔다. 여수로 간다.

  자유 여행으로 느긋하게 좀 더 즐길 여유가 있었으면 좋았겠다. 일정이 빡빡하여 속이 안좋아 소화제를 먹어야 했다. 시간에 쫓기고 피로감으로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스페인에서 역사와 문화와 예술까지 모두 섭렵한 나는 넓은 안목을 기르고 온 것 같다. 가는 곳마다 그 나라의 역사 이야기와 플라맹고와 광장에 모인 사람들에게서 그들의 문화를 볼 수 있었다. 미술관에서 명화를 보며 화가의 삶을 들여다 보았다. 몸이 아파서 힘들었던 나에게 방을 양보한 친구들, 미술관에서 길 잃고 당황한 나머지 후문으로 나오는 바람에 날 찾는데는 오히려 수월했던 일 여행의 끝자락에서 뜻밖에 주어진 바트조덴의 하룻 밤은 특별해서 더 행복했던 일들이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여행은 일상의  지표가 되어 주기도 한다. 새로운 마음으로 되돌아보는 여행, 아쉽움도 있었지만 여행이란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김영]

빗살 모두 즐거워 했던 시간! 여행중에 발생하는 배탈등~ 서운함이야~ 시간이 지나면 그리움에 묻히겠죠^^

[송경숙]

언니~스페인 광장 하몽 이야기 단락에서
고양이 앞에 생선이 아니라
"고양이 앞에 쥐"아닌가 ?ㅎㅎ

[이민숙]

고양이 앞에 생선도 틀린 말 아니죠 ㅎㅎ

미숙씨 원고 수정 후에 편집방으로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