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 구순(九旬) 노모가
설명절 앞두고 그예 요양원에 드셨다.
40년 전 남편 앞서 보내시고
딸 집에 머무시며
아들 며느리 손자손녀들과 함께 지낼
좋은 날 기다리며 살아 오셨는데
문득 찾아온 며느리 손에 이끌려
꿈에도 그리던 아들집 가는 줄 알고
황망히 따라나섰다가
아들집에 한 번 들러지도 못하시고
속수무책 드셨다.
50년 전 어머니 연치(年齒)
이순(耳順)도 되기 전에
어머니를 여읜 나는
구순이 넘은 어머니가 살아계신
K가 참 많이도 부러웠는데
마지막 노년을 정든 가족 떠나
낯선 요양원에서 보내시는
어머니 쓸쓸한 마음이 보여
눈물이 난다
행여
자식에게 흠될까 염려하여
섭섭하고 아픈 속 깊이 묻어 두고
"이곳에 오니 같은 처지 노인들과 함께 있어
오히려 편하다" 하신 말씀
설마 그 말씀을 아들은
진심으로 들은 것인가?
'어머니' 라는
말만 들어도
무시로 눈시울이 젖는 나는-
그 자상하던 K가
장차 다가올
엄청난 후회와 눈물을
어찌 감당하려고 저러는지
가늠이 안 된다.
세월 탓 세상 탓하고
넘어 기기엔
너무 와 버린 지금
안타깝고 허망해서
내 마음 이리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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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륵
요양원에 드신 K의 어머니
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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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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