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혼자 사는 난희>
쑥부쟁이 톳나물 조물조물 무치다 말고
뱃고동 울리면 기둥 쪽거울을 들여다보는 여자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산나리꽃 입술로 물들이고는
하나도 설레지 않는 것처럼 소쿠리 가득 멸치똥만 발라내는 여자
목이 긴 언덕길로 노을이 넘어가더라도
깜깜해지면 손전등 하나 총총 내려올지도 몰라
마당가 수선화 한 송이 물잔에 꽂는 여자
누렁소가 남기고 간 풍경 처마 끝에 매달아 놓고
집의 목젖 같은 그것이 먼저 울려줄 거라 믿는 여자
- 작은詩앗 채송화 여름호 겹겹
'작은詩앗 채송화'가 왔네요
우편함에서 꺼내 그대로 밖으로 나가 바람 살랑한 그늘에서 다 읽고 들어왔지요
어렸을 때 아부지한테 그랬다 들었어요
은희보다 사촌 언니 난희 이름이 더 이쁘니 바꿔달라고ㅎ
춘희 금희 숙희 난희 그리고 은희로 호적에 적혔지요 그것도 기쁠희도 빛날희도 아니고 계집희姬로요
밭둑에 쪼그리고 앉아 각자 통신표를 펴놓고 우의 ㅇ을 침 발라 지우고 ㅅ으로 고쳐 썼지만 결국 아부지한테 다 들켰 듯 운명 성적표대로 우린 전국 변방에서 채송화처럼 살죠
'섬에서 혼자 사는 난희' 가 누굴까 하시죠?
청산도 사촌 난희, 친구 먹은지 3년 된 J섬 난희, 그리고 제 속에 사는 난희 또 그리고 저 위 계집姬들이 다 난희 아니겠는지요
섬에서 혼자 사는 난희는 오늘도 아닌 척, 을 하며 멸치똥을 한 소쿠리 발라내고 있을테지요 ^^
#작은詩앗채송화 #겹겹 #섬에서혼자사는난희
<수신되지 않은 말이 있네>
디카시집으로 55편을 담았습니다
이제 제 손을 떠났으니 그 다음은 꼭 읽어주실 (^^) 독자분들의 손에 달렸습니다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 느낌 때문에 잠속에서도 시를 쓰나봅니다
천일을 엎드려 쓰는 이유입니다
살아있고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오늘은 딸과 사위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하니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손녀 린이에게 이 시집을 젤 먼저 주려고 합니다
정성 다하면 알아주는 건 작품과
그것을 깊이 읽어주는 독자밖에 없다는 걸
살아갈수록 알게 됩니다
구매해 읽어도 후회하지 않을 시집이란 걸 표사와 보도자료로 대신합니다(이걸 스스로 말하다니 ㅎ)
이 가을... 수신자가 되어주실거죠? ^^
#수신되지않은말이있네 #애지 #디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