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언덕을 지나가는 길이야너두 언제 딱 한번 바람의 손을 잡아 본적 있다고 했지?난 가볍게 악수를 해 그리고 온 몸은 기대지부드럽게 안아주길 바라며때론 미끄럼 타듯 내려와털석 주저 앉지난 느끼고 눈을 감아자욱한 실루엣에 휘감듯 목을 감싸주곤해그리고 달아나지어떤 인사도 없이태양의 혀를 빼물고 있는..
양파의 인식론 / 전비담시인 빛이 중첩된 정오 둥그런 중천은 간신히 툭 터지지 않는 희디흰 기분이었지 백색 실명에 걸린 수정체도 끝없는 착시로 지속되며 진실도착증을 앓는 눈물 같은 기분이었지 다 잠든 새벽 기분이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펜의 힘- 이승재권위를 세운 것도 아닌데칼날을 세운 것도 아닌데진실이 올곧게 서는 직필(直筆)의 힘장지 가는 길 - 김종태소리 없이 흐르는 곡소리 따라 공수래공수거 한통씩 짊어지고 끝없이 이어지는 삼베옷 장례행렬강- 권현숙마음이 고요해야 자신이 보인다강물이 때때로 숨을 죽이는 건가만가만 제 속을 들여..
여백 / 최은묵 키 큰 나무에 집을 짓고 사는 새가 고음으로 운다. 고음은 공간을 먼저 점령한다. 공간 어딘가에 커다란 입이 있어 소리를 먹어치운다. 공중이 땅과 달리 소란스럽지 않은 이유다.때로는 땅에서 자라는 고음이 있다. 낯선 높이에 적응하지 못한 소리는 길길이 날뛰는데, 마치 맹수가 발톱을 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