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을 넘기 전에 손을 씻는다 열린 문 앞에서 한 사람이 손을 씻습니다. 주전자에서 가는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손은 천천히 그 아래를 오갑니다. 흙이 묻어서 씻는 것이 아닙니다. 문턱을 넘기 전에 치르는 조용한 순서입니다. 금식이라는 문턱 앞에도 이 순서가 있습니다. 바로 들어가면 안 되는가. 책은 먼저 ..
물결이 웃는 얼굴을 이룬다 맑은 시내가 하나 흐릅니다. 굽이쳐 흐르는 물살 위로 잔물결이 잡힙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잔물결이 웃는 얼굴 모양을 이루고 있습니다. 누군가 그 곁에 서서 그냥 바라봅니다. 물에 손을 담그지도, 마시지도 않습니다. 이 그림은 몸속을 밖으로 옮겨 그린 것입니다. 청결심차를 사..
물 한 잔과 차 한 잔 식탁 위에 맑은 물 한 잔과 따뜻한 차 한 잔이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둘 다 마시는 것이니 같은 것 아닌가. 흔히 그렇게 생각합니다. 목이 마르면 손에 잡히는 대로 마십니다. 책은 이 둘의 쓰임이 다르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차이를 두 낱말로 가릅니다. 기분(氣分)과 질분(質分)입니다...
다 치운 식탁 위의 차 한 잔 아침을 먹고 상을 물린 식탁입니다. 창가의 나무 식탁에 햇빛이 비스듬히 들어옵니다. 조금 전까지 밥그릇과 국그릇, 수저와 반찬 접시가 놓여 있던 자리가 말끔히 치워졌습니다. 그로부터 30분. 식탁 위에는 딱 하나, 김이 오르는 진한 갈색의 탕약 한 잔이 놓입니다. 작은 잔에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