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천화 길영효다리는 물에 빠지지 않는다 다리는 물위에 누워 시간과 시간사이 멀고 가까운 인연을 꿰고 있다 매일 똑 같은 얼굴로 마주보며 체념은 강이 되고 그 물결 따라 노를 저으며 홀로 몸을 눕혀 사랑한다 바람이 슬며시 지나고 사람들의 눈길도 넘쳐 흐르면 물은 옆으로 비껴서서 길을 내어주고 언제나 홀로 남아도 다리는 밤낮을 두근거리며 있다 다리 끝은 언제나 산이 있고 들이 있고 인연이 있어 등덜미 얼얼한 발자국도 사랑하며 한치씩 차오는 물결에 멍들어도 꼿꼿이 서 있다 또다시 저 건너 촉촉한 풀벌레소리 고이는 순간까지 그림자로 살아서 장마도 지나 인양되지 않은 물 가운데 있어도 세상으로 가는 길 닫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