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하게 공부를 시작했고엉뚱하게 진로를 선택했다엉뚱하게 대학에 진학했고엉뚱하게 임용을 내려놨다엉뚱하게 사회에 나아갔고엉뚱하게 취업에 성공했다무엇하나 평범히무엇하나 순탄히흘러가지 못하는인생이다.
연탄나눔조차 두려워이중으로 걸어잠근 옥탑방 현관문 앞먼지 쌓인 신발이주인의 외출을 기다리고구석에 밀려난 얼룩진 이불이찬 바닥의 온기를 안고접이식 식탁 위 라면 냄비가이미 식어버린 채 외풍에 맞서고방 한구석 오래된 자나팜이 담긴약국 비닐이 파르르르 떨릴 때,속이 빈 채 굴러다니던 발포주 캔을툭 잠결..
개와 늑대의 시간 황혼, 붉은 어스름이 수줍게 내려 앉을 때나는 이런 저런 감상에 젖곤 한다. 나의 감상을 유일하게 들어주는 하늘은내 말을 듣고는 부끄러워 그 얼굴을 더욱 붉힌다. 붉은빛 땅거미가 잦아들고이런저런 생각으로 정신이 혼미해 질 때쯤이면의자를 단 한번 움직이는 것 만으로석양을 다시 볼 수 있..
당신을 잃은 뜨거운 여름나는 더위를 앓듯여름을 앓아야 했다울창한 나무 사이어디에 붙었는지 몰라 긁어내지도 못한매미의 설움을 앓다가, 또쥐 죽은 듯 그 소리가 멎으면이대로 영영, 정말 이 여름은 끝이 나 버린 걸까마른침을 삼키며, 그 밑에 서나무의 짙은 푸름을 앓아야 했다예보에도 없던 비가 불쑥 불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