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曜日 최 희 지붕의 틈 사이로 스며든 빗줄기가 천정을 뚫고 번진다 바늘보다 날카로운 빗소리 넓은 얼룩 하나 어느새 천정에 기워 붙여놓는 솜씨 거뭇한 한 장의 천조각 붙여놓고 비는 하루 종일 내린다 저 바늘들이 흐물흐물한 하루를 꼼꼼하게 바느질 한다 팔 다리를 잃은 지 오랜 축축한 인형을 침대에 ..
철 든 사람 최 희 그의 몸속엔 철이 들어있다 대퇴에 뿌리 내린 금속이 숨을 쉬는 한 그는 이제 세상의 모든 자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자주 절룩거리고 걷다가 벽에 기대어 서는 것은 어떤 중력이 몸속의 철을 끌어당긴 것이다 철은 몸 안에서 몸 밖의 자력을 느낀다 그는 철을 몸에 넣고 나서 잠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