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曜日 최 희 지붕의 틈 사이로 스며든 빗줄기가 천정을 뚫고 번진다 바늘보다 날카로운 빗소리 넓은 얼룩 하나 어느새 천정에 기워 붙여놓는 솜씨 거뭇한 한 장의 천조각 붙여놓고 비는 하루 종일 내린다 저 바늘들이 흐물흐물한 하루를 꼼꼼하게 바느질 한다 팔 다리를 잃은 지 오랜 축축한 인형을 침대에 ..
무화과/려원 무화과가 익을 무렵은 칭얼거리는 계절이에요. 그래서 무화과나무에서 젖 냄새가 나요 우린 젖꼭지 나무라고 불렀지요. 열매를 따자 꼭지에서 울음이 터졌어요. 끈적끈적한 우윳빛 액체가 방울방울 솟아요. 마루에 앉아 동생에게 젖을 물리던 엄마 생각이 나요 말랑말랑한 무화과를 부드럽게 한입 물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