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장희한
해 질 녘 나는 바람을 바람이라 한 적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연히 꽃잎이 떨어져 내게 왔던 것이다 아직 혈혼이 채 식지 않아 화문이 선명하고 아름다워 책 속에 넣어 두었다
세월이 얼마쯤 지나고 난 뒤 책을 열어보니 책장에 물이 발갛게 들어 있었다 사실 꽃잎을 책 속에 넣을 때는 물이 들 것을 염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책 속 깊이 물이 들 줄은 몰랐다
입술을 깨물며 지우려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바람이란 것 한때 스치고 지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스칠 때마다 절여 오는 아픔 바람이 바람을 끌어당겨 울었던 것이다 |
첫댓글 바람[風]이 바람[望]을 끌어당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