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꿈 ~ 박만엽
아침이 되면 햇살이 되어
속눈썹을 파고 몰래 들어간다
내가 왔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말이다
아는지 모르는지
눈을 비비다가 하루를 연다
거울을 보며 뭘 하는지
혼자 바삐 움직이다가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피식 웃는다
내가 곁에 있는 줄 모르는 모양이다
머리를 손질한다
이젠 바람이 되어
머리를 이리저리 날려보며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만들어본다
머리 모양이 마음에 드는지
“내 얼굴도 아직 쓸만하네."
내가 들으라는 듯이
비교적 큰 소리로 흥얼거리며
또 피식 웃더니 거울을 빤히 보며
눈을 찡긋한다
나도 반사적으로 눈인사하며
‘그 거울은 작아서 다리는 안 보이나 보군?’
속으로 한마디 한다
부엌에는 고소한 기름 냄새가
여름의 무더위와 합세하여
나의 코를 찌른다
이렇게 아침과 오후는
도시의 공해와 소음 속에서
인간이 생존하려고 애써 행복을 찾는다
유혹적인 도시의 저녁은 늦지만 찾아오나 보다
여름밤이라서 그런지 가로등에
하루를 살다가 죽어간다는
하루살이가 모여든다
나는 몇 년을 살다가 붓을 꺾고 죽었을까
안방에서 옷장 여는 소리가 들린다
샤워를 하고 잠옷을 고르는 모양이다
‘겨우 두 벌 있는 잠옷을 뭘 고르나.’
하늘을 보며 부끄러움 없다는 듯이
십 일자로 다리를 가지런히 하며
잠을 자는 모습이 어린아이 같다
만져볼 수도 가질 수도 없는 사람
내 뺨과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눈물은
새벽녘이 오자 이슬 되어 황급히 빠져나간다
첫댓글 * 잘 읽엇어요
늘 감사해요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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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ya♡
귀한 시를 감상하고 갑니다...
고맙슴다^^
2008-06-21
에녹
어서오세요 시인님..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사실적에 가까운 시가 이야기처럼
잘 다가오는 아름다운 글 이네요
이렇게 아름다운 글과 영상을 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요즘 통~영상작업을 못 하고 있네요
조만간 다시 시작을 해야겠지요
그곳에 날씨는 어떤지요
한국은 아시다시피 장마철이라 꿉꿉하고 때론 비도
많이 오고 그렇습니다
우선은 영상을 만들기까지 틈틈히 인사드리겠습니다
늘 평온하시고 건강하시고 가정에 행복이
가득 깃 들시길 바랍니다
2008-06-22
현경
어느날 하루의 일상사를 조근조근하게 풀어내려간듯한 시네요.
저는 꿈을 꿨다하면 이상하게 나쁜꿈이거나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이 대부분인데요.
살아오면서 뭔가 잘못한것들이 많은가봅니다.^^*
만엽시인님 글은 이곳저곳에서 많이 접해봤습니다.
시인님들도 그렇고 영상만드는 사람들도 그렇고 웹을 잠시 멀리할때가 있겠지요.
이런저런 이유로요.
시인님도 평안하시어 이제부터는 행복한 꿈속에서 유영하시다 나오시면 좋겠습니다.^^*
2008-06-23
세이지
박만엽시인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저도 요즘은 하는 일없이 괜히 바빠서 인사도 못드렸네요.
건강하게 잘 지내시죠.
아름다운 꿈을 섬세하게 편안하게 잘 표현한 멋진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은 장마기간입니다.
계속 하늘빛이 흐리고 비도 오락가락하네요.
시인님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곧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2008-06-24
(에녹 Home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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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o ( 2008/07/24 )
한여름밤의 꿈, 너무 감동적이네요. 지금 이 곧 뉴욕도 무더운 한여름 입니다. 좋은시 감사드립니다.
화이팅!!!!!!!!!!!!!!!!!!!!!!!~~~~~~~~~~~~~~
Mypoem ( 2008/07/30 )
miso님 오셨네요?
우리 홈에 미소라는 아이디가 많아요.
고국이나 뉴욕이 모두 기후가 비슷해요.
흔적주셔서 감사드리며,
님도 늘 타국에서 늘 건강하시고,
하시는 모든 일 잘 이루어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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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 2008/08/19 )
영화 "사랑과 영혼" 의 한장면이 떠 오르네요..
사랑하는 사람을 눈앞에 두고서도..
이승과 저승이 갈라놓은 선 때문에..
만져 볼 수 도..
말을 건넬수 도 없는 마음을요..
사랑하는이 앞에 서 있어도 알아봐 주지 못하는 안타까움들..
"내 뺨과 목줄기를 타고 흐르는 눈물은..
새벽녘이 오자 이슬되어 황급히 빠져나간다"
아마..
꿈속에서 흐르던 눈물이..
새벽녘 잠에서 깨어나실때 까지도 뺨을타고 흘러내렸을것 같아요..
시인님의 눈에비친 부인의 모습에..
제 맘을 담아 감상해 보니..
저 역시 코끝이 찡~해 지면서..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제 블로그에서 첨~뵈옵고..
여기에서 두번째로 뵈옵네요..
시인님의 홈에 가 봐야지..하면서도..아직까지..
죄송합니다..ㅎ
곧 찾아가 뵙도록 할께요..
항상 건강하시고~건필하시기를 바랍니다~!!
(보애 Home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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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 2008/09/09 )
두벌 뿐인 잠옷중에 하나를 골라 입는사람 옆에서
또 잠을 자고 꿈을 꾼 주인공은.
만질수도 볼수도 없는 딱히 내놓고 말하기 힘든... 그무엇이 마음 한곁을 붙잡고
있겟지요. 그렇게 꿈속에서 가끔 만나고 눈물을 거두어도... 그리움을 달랠수도
있을것 같은데..
시인님.. 그냥 시를 읽으며 제가 느끼는 주인공의 마음을 횡설 수설 합니다.
빠삐용 ( 2008/12/02 )
답글이나 달면서 내 마음 여기에 내려놓고 쉬었다 가렵니다
시인님의 시를 읽어면 내 마음이랑
잘통하는기분입니다 그렇다고 시인님의 속마음은 알수없지만
단지 시로 인하여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으리라봅니다
글이 그사람의 모습을 알수있는 거울같은 것이라 봅니다
우리네야 어찌 시인님의 시를 평할수도 없지만
그래도 보는눈이 쪼끔 있어 이러쿵저렇쿵 글쓰다보니 헷갈릴 때도 있지만 ,,,,
감사드리며 담아갑니다 늘건강하시고 건안하시길 기원합니다
Mypoem ( 2008/12/16 )
장숙자님과 빠삐용님이 다녀 가셨네요?
댓글이 너무 늦었네요? 에궁
아무튼 원본 시방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 고맙고,
벌써 금년도 다 갔네요.
두 분 늘 건강하시고, 평화로운 나날이 되세요.
亦邪亦庄 ( 2010/02/18 )
在严冬去感觉仲夏夜的温情,那该是何等美妙的感觉呀!
Mypoem ( 2010/03/29 )
亦邪亦庄님이 남긴 댓글의 의미를 중국에 거주하는 김몽 문학평론가님에게
문의하여 본 결과 다음과 같은 뜻이라고 합니다.
在严冬去感觉仲夏夜的温情,那该是何等美妙的感觉呀!
(차디찬 겨울이 가버리고 여름밤처럼 따사로운 온정입니다.
얼마나 미묘한 감각입니까?)
카페지기 박만엽입니다.
이제야 오타를 발견하고 수정하였습니다.
미리 발견하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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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보며 부끄러움 없다는 듯이
십 일자로 다리를 가지런하며 (x)
=>십 일자로 다리를 가지런히 하며 (o)
잠을 자는 모습이 어린아이 같다
만져볼 수도 가질 수도 없는 사람
내 뺨과 목줄기를 타고 흐르는 눈물은 (x)
=>내 뺨과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눈물은 (o)
새벽녘이 오자 이슬 되어 황급히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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