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사곤 프로젝트」를 읽고
주혜미
1.
우리 마을의 아이들이 함께 책 읽는 모습을 상상하며 하나씩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를 돕는 마을의 긍정적 변화를 경험했다.
책과 관련된 활동에 빠질 수 없다며 굴렁쇠작은도서관이 함께했고,
홍반장처럼 힘들고 어려운 일도 주저 없이 두 손 들어 참여해주는 통장님이 함께했다.
주민들이 앞서 움직이니 주민센터도 발맞춰 함께했다. 모두가 프레드릭이 되어
우리 마을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함께 어울리며 즐기는 축제는 희열을 느끼게 했다.
우리는 모두가 하나의 프레드릭이었다. 82쪽
2022년과 2023년 청소년기획단으로 스스로 만드는 축제, ‘해피맥스’를 진행했습니다.
감사하게도 해피맥스 청소년기획단 아이들과 3년째, 올해에도 프로그램을 궁리하고 있습니다.
이전처럼 축제의 형태로 진행할지,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할지
6월 말 기말고사가 끝나면 구체적으로 이야기 나눌 계획입니다.
‘신나는 괴물 축제’의 과정을 읽으니 아이들과 어른, 어르신 등 여러 주민이 어울리는 풍경이 눈앞에 그려졌습니다.
해피맥스 축제에는 축제를 기획했던 어린 동생들이나 어른들, 어르신이 함께 어울리기 어려웠습니다.
2022년 첫 번째 해피맥스에서는 참가자를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린 동생들과 가족들도 초대했었지만,
최신 가요의 공연, 랜덤 댄스 등의 활동을 주로 진행해 공감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2022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2023년에는 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만의 축제를 기획해 또래들만 초대해 축제를 진행했습니다.
축제의 기획, 홍보지 제작, 예산 편성, 역할 배분, 축제 스텝과 부스 운영 등 모두 기획단이 준비했고,
열심히 한 만큼 기획단과 청소년 아이들도 즐거워했습니다.
올해 3년째 ‘경력직 아동기획단’에서 다시 축제를 진행하게 된다면
‘신나는 몬스터 축제’의 풍경처럼 여러 이웃이 함께하고 어울릴 수 있도록 주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을의 어른, 행정복지센터, 자원봉사자 등 마을에 관심 있고
복지관과 관계 맺고 있는 어른들과 아이들도 어울릴 수 있는 풍경을 ‘가상 시나리오’로 그려봅니다.
기획단 아이들과 잘 의논하고 지역주민이 함께 소통하는 모두의 축제가 되면 좋겠습니다.
2.
기존 사례관리팀이었다면 정 선생님을 지역조직화팀에 의뢰했을 수도 있다.
책 모임에 자리가 있는지 확인하고, 함께할 수 있도록 부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변경된 동팀은 그 안에서 필요하면 사례관리 같은 개별 실천도,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분에게 필요하다면
모임을 제안하고 바로 모임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118쪽과 119쪽
지난 5월 '이웃 동아리 글쓰기 모임'에 다녀온 후로 마음에 무거운 돌덩이 하나가 생겼습니다.
내려오는 기찻길에서 책은 한 줄도 읽지 못했고, 내내 창밖만 바라봤습니다. 며칠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였습니다.
5월 글쓰기 모임에서 환경 주민모임을 계속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김세진 선생님께는 사회적 약자와 상황적 약자의 내용을 알려주셨습니다.
관계 약자를 위한 사회사업을 하는 것도 좋으나
사회적 약자를 배제한 서비스는 지역사회에서 형평과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주민모임을 준비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러 동네에 두루 다녔다고 생각했습니다.
청년들을 만날 기회가 없어 일부러 시간을 내어 동네의 주민모임에 가입하기도 했습니다.
주민 스스로 마을과 이웃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인터뷰 형식의 욕구 조사에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웃동아리의 활동 속에서 진심으로 이웃들의 활동을 거들고, 그들이 생각하는 가치에 공감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여러 사업을 잘 진행했고 실천 기록도 1년에 하나는 꼭 쓰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했던 지난 6년 동안 저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제가 진행했던 주민모임에는 사회적 약자 주민이 없었습니다.
「핵사곤 프로젝트」의 샘물님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음의 돌덩이는 바위가 되었습니다.
저는 강민지 선생님처럼 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 선생님과의 책 모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동 중심 개편의 내용을 읽으니 그 바위의 틈이 보였습니다.
그동안 제가 했던 주민모임에서 사회적 약자가 없었던 이유는
제가 그 사회적 약자를 만나고 소개받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하고 있던 재활용가게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옥순님의 관심에서 시작된 환경 이웃동아리,
여러 청소년 단체에서 기획 활동을 거절당하고
마지막에 복지관에 찾아와 그 뜻을 이룰 수 있었던 축제 기획단 아이들,
복지관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청년을 만나 일상을 나누었던 청년 이웃동아리.
관계가 무너지고 고립된 이웃을 직접 찾아내고 만날 기회가 없었습니다.
담당하고 있는 사업에서 사회적 약자를 소개받을 수 있는 사업을 고민했습니다.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것으로 이웃을 만나고 일상을 나누는 ‘원데이 클래스’ 사업이 떠올랐습니다.
사례관리 당사자와 서비스 제공팀에서 만나는 주민 중에
원데이 클래스의 강사로 세워드릴 수 있는 분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루만 여는 사업이라 큰 부담이 없습니다.
클래스를 구실로 당사자와 인터뷰하며 강점을 찾고 마을에서 할 수 있고,
하시고 싶은 일이 있는지 욕구를 파악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순간 마음속 바위가 설레는 선물로 바뀌었습니다.
당장 우리 조직이 동 중심 개편으로 갈 수는 없지만,
지금이라도 다른 팀과 두루 이야기 나누며 함께 할 방법을 고민해야겠습니다.
<핵사곤 프로젝트> 참 고맙습니다.
3.
‘사회복지사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좋게 하는 사람’의 느낌표 옆에 물음표가 다시 고개를 내민다.
어떤 사람과 어떤 사람을 연결하면 좋을까? 좋은 사이는 어떤 사이일까? 몇 명의 이웃 관계가 적당할까?
새로 생긴 물음표들이 다시 느낌표가 되는데 영감을 준 것이 ‘벌집이 육각형인 이유’였다.
(중략) 우리가 하는 일은 다시 한번 그 사람의 육각형을 복원하고 생성하는 일이다.
구조적으로 안전하고, 그 안에 있으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안전한 자기 자신을 찾게 하는 육각형.
그 방법은 어디선가 무너진 관계들을 하나씩 회복하게 돕는 것이다.
관계는 무너졌던 과거의 관계가 아니어도 된다. 허물어진 선들이 다시 이어질 때
이전의 육각형 혹은 새로운 육각형을 만들 수 있다.
자기가 왜 무너졌는지도 몰랐던 사람들은 어느 순간 안전함과 안정감이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139쪽과 183쪽
안전한 자기 자신을 찾게 하는 육각형. 핵개인화 되어 있는 사람들을 곤경에서 이겨내게 거드는 ‘핵사곤’.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는 육각형은 무엇인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연결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니 절반이 복지관에서 사회사업하며 만난 이웃이 있었습니다.
출산하고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어머님이 계신 밀양으로 이사 왔습니다.
작은 동네 슈퍼도 30분을 걸어야 했고, 아는 사람은 가족밖에 없어 딱히 갈 곳도 없었습니다.
마을에 가장 어린 사람은 제 아이, 그다음 어린 사람은 저였기에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잠깐 아이를 유아차에 태우고 동네산책을 한 날이면 아이와 제가 입은 옷, 어디까지 걸었는지,
누구에게 인사를 했고 인사를 하지 못했는지 온 마을 사람이 알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외출 횟수는 줄어들었고 육아와 책 속에 파묻혀 지내던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재취업은 함께 이사했던 남편보다 훨씬 힘들었습니다.
오랜 구직활동 끝에 밀양시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제법 자라 보육 기관에 맡길 수 있게 되었고 걸어서 5분 거리에 대형 슈퍼가 있는 밀양 시내로 이사했습니다.
처음 담당한 중고가게 사업에서 자원봉사자 옥순님을 만나 환경 주민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옥순님의 관계를 붙잡고 환경에 관심 있는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제 삶도 환경을 생각하고 쓰레기를 덜 만드는 삶으로 바뀌었습니다.
조합원 활동을 하며 지구와 환경뿐만 아니라 제로웨이스트, 생태, 탈핵, 기후위기 등에 관심 두게 되면서
밀양의 시민 연대활동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난주 주말에 밀양에서 진행한 밀양 송전탑 6.11 행정대집행을 거들었습니다.
지난달 세월호 10주기 밀양 행사에서 책 낭독을 했습니다.
환경 주민모임으로 제 핵사곤의 중요한 꼭지가 만들어졌습니다.
청년 주민모임을 만들고 싶어 뛰어들었던 동네 책 모임의 이웃들과 관계가 돈독해졌습니다.
퇴근 후 남편과 직장 동료 외에 가볍게 맥주 한잔할 수 있는 친구가 생겼습니다.
그림에 관심 있는 친구와 그림 모임에 따라가기도 하고 야구에 관심 있는 친구와 야구장에 가기도 했습니다.
때때로 좋아하고 잘 하는 일로 마을과 공동체를 위해 활동하는 ‘가꿈’ 활동을 거들며 서로 관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육 년의 밀양 사회복지사 살이는 지금의 건강한 나를 만들어 준 사람 살이였습니다.
앞으로의 육 년은 누군가의 육각형이 되는, 육각형을 이어주고 만들 수 있게 거드는,
육각형의 순간을 소망하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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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