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598년(영양왕 9), 고구려가 수의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와중이었습니다. 이때 영양왕은 대담한 짓을 합니다.
9년(서기 598), 임금이 말갈의 군사 1만여 명을 거느리고 요서(遼西)를 침공하였으나, 영주총관(營州摠管) 위충(韋冲)이 우리의 군사를 물리쳤다.
그게 뭐냐? 바로 말갈로 군대 1만을 징집해서 요서를 침공하는 선제공격, 선빵을 날린 겁니다.
이 선빵에 놀란 수문제는 즉시 30만을 보내 고구려를 침공합니다.
그런데...
운이 안좋게도 원정군이 날씨 이슈로 인하여 철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알려진 사실입니다마는...
이때 영양왕은 형식적인 백기를 들었습니다. 바로 이렇게 말입니다.
가을 9월, 이들이 돌아갔으나 그들 대부분이 죽었다. 임금은 두려워하여 사신을 보내어 사죄하고 표문을 올렸다. 표문에서 자신을 ‘요동 미천한 곳의 신하 아무개’라고 자칭하였다. 문제가 그때서야 군대를 철수하고 처음과 같이 대우하였다. 백제의 왕 창(昌, 위덕왕)이 수나라에 사신을 보내어 표문을 올리고, 고구려로 향하는 수나라 군사의 길을 안내하겠다고 자청하였다. 문제가 백제의 왕에게 조서를 내려 말하였다.
“고구려가 죄를 자복하여 내가 이미 용서하였으므로 그들을 칠 수가 없다.”
그리고 문제가 백제의 사신을 후하게 대접하여 보냈다.
임금이 이 사실을 알고 백제의 국경을 침공하였다
영양왕은 여기에서 태세전환을 합니다. 바로 침공 사죄하고 "요동의 미천한 신하"라는 말로 자신을 낮춘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영양왕은 대담한 행동을 했다가 왜 그걸 철회하고 자신을 낮춘 걸까요? 아마도 수나라와의 불필요한 더이상의 충돌 방지용으로도 생각되고 양면전선 방지용으로도 읽히기도 합니다.
실제로 보면 영양왕이 사죄한 이후 백제가 합동공격을 수문제한테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것에서 양면전선의 위험성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고구려 영양왕은 그 이후엔 어떻게 처신했나? 조용히 처신했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양제 때는 돌궐과 내통하다가 발각될 정도로 수나라를 계속 견제하고 있었습니다.
18년(서기 607), 초기 수 양제(煬帝)가 계민(啓民)의 막부에 행차하였을 때, 우리의 사신이 마침 계민과 함께 있었다. 계민이 우리의 사신을 감히 숨길 수 없어서, 우리의 사신과 함께 양제를 참배하였다.
여기에서 눈치챘겠지만, 몇년 전에 영양왕은 태세전환을 해서 황제에게 복종하는 행동을 했지만 그건 외교적 기만책이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고구려라는 나라는 단순히 호전적 나라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외교적 처신을 어느정도 잘하는 나라기도 했었습니다.
어쩌면 이 외교적 기만책이 고구려가 수백년을 이어온 비결 아니었을까 싶네요.
이상입니다. ㅎㅎ
첫댓글 고구려 영양왕이 수나라를 선제 공격하여 벌인 1차 전쟁에서 승리한 후에 수나라에 머리 숙였다는 것은 수나라측의 주관적 기록에서 출처한 내용이라 객관적 신빙성에서도 문제가 많은 법이지요 패전국이 승전국에게 고개 숙이는게 다반사인 전쟁 상식에서 보면 맞지 않는 법이고 수나라측의 기록대로 영양왕이 고개 숙였다면 고구려가 어찌해서 수나라에 부역한 백제를 공격할수가 있는지요 백제가 수나라에 사신을 보내어 고구려 공격에 협조하겠다고 한 것을 트집잡아 백제를 공격했다면 수나라 공격을 반성치 않고 오히려 잘했다는 마인드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법이라 영양왕이 전쟁 직후에 수나라와 약속한 굴욕적 화친이 백제 공격으로 무너지고도 남을 일이지요
그리고 수문제의 뒤를 이은 수양제가 벌인 2차 고구려 침략때 고구려 침략을 건의한 황문시랑 배국의 건의 기록에 고구려의 사죄 화친이 언급되지 않은 것을 보면 영양왕의 사죄 화친은 수문제의 자국위신용 거짓 쇼일 가능성이 많을수밖에 없지요 영양왕이 사죄 화친을 하였다면 배구가 이를 언급 안할리가 있습니까? 오히려 고구려의 약속 위반과 신의 없음을 부각해서 고구려 정벌의 당위성으로 삼았을 내용인데 말이지요
정성스레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중국 기록은 걸러볼 필요가 있는 기록임을 인지하고 있고, 최대한 중국 기록을 걸러서 볼 수 있는 시각을 기르려고 합니다.
확실히 신빙성을 의심해야 하는 게 중국 측 기록이다 보니 저도 지적 감사히 잘 받아들이겠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