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신고를 꼭 해야 할까요?
이연신, 충남가정위탁지원센터 팀장
신고를 망설이는 이유
아동과 함께 일하는 사회복지사는 종종 아동의 학대 정황을 듣기도 보기도 합니다.
가정위탁지원센터 일할 때에도 그렇습니다.
위탁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위탁아동이 위탁보호자로부터 친부모로부터
때론 주변 어른으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인 사회복지사는 즉시 신고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신체학대와 같이 뚜렷하게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서학대나 방임의 경우 신고를 주저하게 합니다.
위탁보호자 또는 친부모로부터 학대 의심되는 상황은 신고 이후 아동이 어디서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인지,
가족을 뿔뿔이 헤어지게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 신고를 주저합니다.
신고로 인해 가해자로부터 과도한 민원이나 협박을 들을까 두렵기도 합니다.
신고를 해야 하는 이유
우선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는
”아동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미성숙하므로 출생 전후 모두 적절한 법적 보호를 비롯해
특별한 보호와 돌봄이 필요하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동학대와 관련한 법적 기준을 살펴봅니다.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에 “아동학대”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 제10조 제2항에서는
가정위탁지원센터 종사자는 직무를 수행하면서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시·도, 시·군·구 또는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하여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신고하지 아니한 때에는 제63조 제1항 제2호에 의거하여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이에 센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교육을 연 1회 이수해야 합니다.
아동학대 유형에는 신체학대, 정서학대, 방임, 성학대로 나뉩니다.
이 중 아동에게 뚜렷한 학대의 증상이나 증후가 있다면 신고가 쉬울 수 있지만
정서학대 방임과 같이 아동학대로 뚜렷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에도 법적 기준은 아동학대로 의심이 되는 경우 즉시 신고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는 정서학대 방임일지라도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은 전생애 걸쳐 일어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가 때론 아동의 성장과 발달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니 의심되는 순간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신고해야 합니다.
또한 센터 사회복지사가 아동학대의 조사 및 판단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우리의 역할이 아닙니다.
신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줄이기 위한 노력
신고를 주저하게 되는 이유 중에는 아동학대 신고 이후 과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신고 후 조사부터 사후관리까지 각 과정에서 어느 기관이 어떤 역할을 맡아 진행하는지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이는 아동 보호자 가해자가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때 센터 사회복지사의 개입이 어려울 수 있지만 아동학대전담공무원과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소통하며
아동의 상황과 앞으로 진행 과정을 미리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사안에 따라 아동을 대변하는 역할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이전에 기관 내에서 유사한 아동학대 신고사례에 대한 처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센터 내 기록을 살펴보아도 좋고 동료나 선임과 나누어도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신고 후 일어날 일에 대해 너무 막연한 두려움이 아닌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센터 사회복지사는 위탁보호자에게 아동학대예방교육을 연 1회 이상 진행하고
가정방문을 통해 가정의 상황과 가족관계를 살핍니다.
또한 사회복지사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임을 알립니다.
이렇다면 사회복지사의 신고가 부당하거나 당혹스러운 것이 아닌 의무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신고 이후 사회복지사에 대한 원망이나 민원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혼자 감당이 아닌 기관 차원의 대응 시스템 마련
아동학대 신고를 하면 신고자에 대해 비밀보장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때 가해자는 사회복지사에게 화를 내고 민원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쌓았던 관계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이때 아동학대 신고 및 이후 과정은 철저하게 개인 사회복지사 혼자 결정하는 것인 아닌
기관 차원에서 함께 논의하고 결정을 내립니다.
개인의 결정이 아닌 기관의 결정이며 이후 과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복지기관에는 아동보호정책이 있고 아동학대가 발생했을 때 아동의 안전을 가장 먼저 확보하고
신고 및 신속히 회의를 진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부담을 다소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가해자의 민원이 계속된다면 팀장 기관장 차원의 응대가 이루어질 수 있으며
과할 경우 기관 차원에서 법적인 조치까지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직원의 보호도 필요합니다. 조직으로 보호받는 직원이 더 건강합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에는 ‘폭행당한 소방관에 대한 조직 대응 유무에 따른 우울증 유병률 관계’를
연구한 내용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 주의 깊게 살펴본 점은 민원인으로부터 폭행 피해를 경험한 구급대원들 중
기관에 보고했으나 사후 조치가 없었던 집단이 사후 조치를 받았던 집단에 비해
우울 증상 유병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기관 차원의 사후 조치 여부가 민원인으로부터 폭행을 없앨 수는 없지만
기관이 자기 편에서 보호해 주고 함께 싸워 줄 수 있다는 믿음은
이런 경험을 한 이후에도 직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습니다.
기관에서 사후 조치를 한다고 해도 민원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관에서 어떤 식으로든 사후 조치를 할 경우 구급대원은 내가 속한 조직이 내 편에 서서 행동한다는,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내가 속한 조직이 내가 당한 폭행을
심각한 일로 인식하고 부당한 현실을 함께 바꾸고자 노력하고 있구나’하고 말입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김승섭, 동아시아, 2023)
기관 차원의 대응이 있더라도 학대가해자로부터 신고한 직원이 듣는 폭언과 협박은 견디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런 직원에 대한 동료, 가족, 지인의 사회적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감당하는 동안 직원이 혼자가 아님을 느낄 수 있어야 하며
따뜻한 위로와 지지가 스트레스를 줄이고 견딜 수 있는 힘을 줄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직원의 업무를 변경하거나 상담이나 치료도 지원합니다.
신고 뒤에 감당해야 하는 일들
아동학대 신고로 인해 아동이 가해자로부터 위험에 처해지는 것은 아닌지
보호자가 화를 내고 아동을 더 이상 돌보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온갖 생각이 머리속에 가득합니다.
혹시라도 나로 인해 아동과 가족 관계에 균열이 생기진 않을지 걱정과 두려움이 큽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은 잠시 내려놓고 아동이 해를 입어 더 큰 화를 입기 전에 예방하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혹시라도 가해자가 자신의 양육방법이 아동학대인지 모르고 있다면
교육과 상담을 통해 변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듭니다.
아동과 보호자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긍정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가족이라면 이번 일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가족이라면
이번 기회를 통해 소통과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이로 인해 아동이 시설이나 그룹홈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잠시 아동과 보호자가 떨어져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동학대의 정도가 심하거나 관계가 회복되기 어렵다면 같이 사는 것만이 답이 아님을,
아동을 위한 최선의 보호가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합니다.
이 과정에서도 아동의 의견이 존중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기록은 필수
사회복지사에게 있어 기록은 필수입니다.
특히나 아동학대와 같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더더욱 기록합니다.
아동학대 정황을 발견한 순간부터 신고와 이후 과정까지 상세히 기록합니다.
이야기체로 사회복지사가 어떤 의도와 근거를 가지고 개입했는지 기록한다면
누가 읽든 당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기록은 민원이나 법적 분쟁에서 사회복지사를 보호하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아동과 함께 일하는 사회복지사로서 아동 권리에 민감해야 함은 물론,
누구보다도 아동학대와 관련한 법의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합니다.
경미한 아동학대일지라도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은 결코 경미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아동을 둘러싼 보호자 주변 환경 사회복지사 자신이 아닌
아동을 중심에 놓고 아동 최선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첫댓글 '슈퍼비전 글쓰기 모임 : 슈글' 2024년 6월 공부에서 이연신 선생님이 나눈 뒤 다듬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