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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9일에 [방화동 골목놀이터] 당사자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참여아동 10명 중 총 6명이 면접위원으로 함께 했습니다.
4명 학생이 면접에 참가했습니다.
1. 사전 모임
사전에 복지관 내 작은도서관인 꿈자람 책놀이터 네이버 밴드로 참여아동을 모집했습니다. 물론 어머님들이 아이들에게 참여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신청하셨겠지만, 아이들이 100% 자발적으로 참여를 신청한지는 확실치 않았습니다. 당사자 면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우선 방화동 골목놀이터에 대한 아이들의 기대를 나눠야 했습니다.
“우리는 7월부터 약 한 달 동안 방화동 골목놀이터 활동을 같이 할 거야. 우선 선생님이 나눠준 A4 종이를 두 번 접어서 총 네 줄이 나올 수 있게 만들어볼까? 그리고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이름, 학교/학년, 동기(참여하게 된 계기), 기대를 적어보자.”
예상은 조금 했지만 많은 아이들이 어머님들의 권유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시작하기 전부터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오면서 가장 힘들 때는 본인은 관심이 없는데 부모님이 신청하여 오는 아이들을 대할 때였습니다. 하지만 기대를 나누면서 이러한 걱정을 조금 덜 수 있었습니다. 그냥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또래 친구, 형, 동생과 놀 수 있다는 것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우리 어떤 것을 할지 함께 이야기해볼까? 방화동 골목놀이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놀이를 너희들이 직접 만든다는 점이야. 그리고 1박 2일 캠프를 할 때 필요한 것을 부모님이나 동네 어른에게 부탁 드려볼거야. 선생님 생각에는 옛날 놀이를 듣고 배워볼 수도 있을 것 같아.”
“캠프를 하면 저희는 어디에서 자요? 텐트도 필요하나요?”
“그건 너희들이 함께 이야기 나눠보며 결정하면 좋겠어. 그리고 그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어. 바로 한 달 동안 함께 할 대학생 선생님 두 명을 뽑는 건데, 너희들이 직접 면접관이 되어 질문을 할 거야. 우선 어떤 선생님과 함께 하고 싶은지 이야기 나눠볼까?”
잘 놀아주는 선생님, 운동 잘하는 남자 선생님, 재미있는 선생님, 똑똑한 선생님 등 다양한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면접 질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위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나눌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럼 그런 걸 어떻게 확인해볼 수 있을까?”
“재미있는 선생님은 우리를 웃겨 보게 하면 돼요. 저희들 중에 잘 웃지 않는 진지한 사람을 한두 명 뽑아서 시험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루트9 는 무엇인지 물어보거나, 한자나 일본어 등 엄청 어려운 문제를 내보면 똑똑한 선생님인 줄 알 수 있어요.”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이었습니다. 말을 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상황극을 시켜보자, 분위기를 잘 띄우는 지 확인하기 위해 아재개그를 시켜보자 등 담당자로써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선생님을 뽑는 과정부터 아이들에게는 놀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면접을 위해 어떤 걸 준비해야 하는지 아이들과 이야기 나눴습니다. 선생님들을 위해 차를 준비하고, 명찰을 직접 만들고, 감사편지를 적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아 면접 당일에 한 시간 일찍 모여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2. 당사자 면접
한 시간 전에 먼저 모여 면접 진행방식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각자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나누었습니다. 명찰만들기, 차 메뉴판 만들기, 면접 장소 준비하기 등 각자 할 일을 나눴습니다. 메뉴판 만들기는 건희, 명찰 만들기는 민준, 대훈, 면접장소 준비는 해민, 지석, 승훈이가 맡았습니다. 시간이 촉박했지만 아이들은 야무지게 자신의 역할을 다했습니다. 준비를 마치고 나서는 면접자인 선생님별로 롤링페이퍼 형식의 감사편지를 준비 했습니다.
“우리들을 만나려고 힘들게 찾아 온 선생님들에게 감사 편지를 적어보면 어떨까? 한 분 한 분 돌아가면서 감사인사를 적어보자.”
“차유진 씨. 감사합니다. 많이 고생했어요. 안녕히 계세요.”
“장시훈씨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금희 쌤. 나중에 또 만나요.”
면접 합격 여부를 떠나,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먼 걸음을 해 준 대학생 선생님들에게 어떻게 하면 감사를 전할까 고민하다가 아이들이 직접 적은 감사 편지를 드리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김세진 선생님께서도 사전에 당사자 면접을 준비할 때 이 부분을 신경 쓰길 강조했습니다. 편지 작성을 마치고 면접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대학생 선생님들이 한 명 두 명 대기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OOO입니다. 음료는 시원한 커피와 메밀차가 있구요, 먹을 것으로는 빵을 준비했습니다. 어떤 걸 드시겠어요?”
“저는 시원한 커피 주세요. 고마워요.”
“면접 장소는 나눔터입니다. 저를 따라서 이쪽으로 오세요.”
면접에 참여한 대학생 선생님들에게 차를 대접하는 것부터 대기 장소에서 면접 장소로 안내하는 것까지 아이들이 직접 했습니다. 실제 면접 장소처럼 명패를 만들어 아이들이 앉은 책상 위에 올려두었고, 아이들 또한 진지하게 질문했습니다. 사전 모임에서 이야기 한 내용을 정리한 면접 질문지를 토대로 돌아가면서 질문을 했고, 질문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준비한 빈 종이에 꼼꼼하게 메모를 하며 면접에 임했습니다.
“아는 아재 개그 있으면 한 번 해 보세요.”
“일본어 할 줄 알아요? ‘감사합니다’를 직접 앞에 종이에 적어주세요.”
“돌 석 자를 한자로 적어주세요.”
“그림 잘 그리시나요? 꽃 그림을 그려주세요.”
아이들의 당황스러울 수도 있는 질문에 진지하게 답변하는 실습생 선생님들, 그리고 그 과정을 진심으로 즐기며 질문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무척 놀라웠습니다. 아이들이 함께 놀고 싶은 선생님을 직접 뽑은 경험이 거의 없었을 텐데도 질문지에 없는 질문을 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임했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즐기는 아이들을 보며 면접을 참관하는 저의 입가에도 미소가 가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방화동 골목놀이터의 시작을 알리는 당사자 면접.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놀이의 주인 노릇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선생님과 함께 할 지 고민하고, 질문하는 과정 자체가 놀이였습니다. 면접을 마친 이후에는 감사편지를 전달했습니다. 총 네 명의 실습생들의 면접을 마치고, 실습생들과 잠시 본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사업을 하게 된 계기, 그리고 아이들이 직접 선생님을 뽑게 한 이유 등에 대해 설명하였고, 대략적인 일정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눴습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나중에 합격 여부를 알려주겠다고 설명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실습생들이 돌아가고 나서 아이들과 이야기 나눴습니다.
“면접 질문하느라 수고했어. 그럼 우리 어떤 선생님과 함께 할지 정해볼까? 각자 원하는 선생님을 두 명씩 이야기해보자.”
아이들이 의견을 토대로 최종 두 명의 선생님을 정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합격여부를 알려줄지 고민했습니다.
3. 면접 합격자 발표
당사자 면접 이틀 후인 21일에 발표 전화를 했습니다.
모든 친구들이 함께 하면 좋았겠지만 각자 방과후 수업, 학원 등의 일정으로 시간을 조율하기 어려웠습니다. 대표로 경주가 선생님들께 전화로 합격소식을 알렸습니다. 그냥 전화를 하면 아이가 긴장하여 이야기를 잘 못할까봐 컴퓨터 화면에 합격 안내멘트를 적어두고 직접 보며 통화할 수 있게 거들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방화11복지관 노경주입니다. 방화동 골목놀이터에 지원해주셔서 감사하구요. 면접에 임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앞으로 저희와 한 달 동안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7월에 만나요. 그럼 정우랑 선생님 바꿔드릴게요.”
처음 하는 경험이라 쉽지 않았음에도 잘 해낸 경주가 무척 대견했습니다. 잘 했다 칭찬하고 돌려보냈습니다. 수업 때문에 바로 전화를 받지 못한 선생님께는 제가 직접 연락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세 명의 선생님과 함께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당사자 면접은 방화동 골목놀이터 사업의 첫 단추였습니다. 그 과정이 무척 생소했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즐거웠습니다. 아이들처럼 저 또한 이 과정이 놀이처럼 다가왔습니다. 아이들과 실습생들이 함께 그려나갈 골목놀이터의 모습이 무척 기대됩니다.
김금희
면접자 대기실에 다다르니 왁자지껄 귀여운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껏 경직된 표정과 자세로 대기실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이들이 직접 만든 면접자 이름표를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메뉴판을 보여줍니다. 삐뚤삐뚤 커다랗게 쓴 글씨와 종이 한 장에 3가지 메뉴를 꽉 채운 모습을 보니 귀여워서 웃음이 났습니다. 긴장한 마음이 아이들 덕분에 한결 편안해 졌습니다.
"무엇을 드릴까요?“
"음.. 저는 메밀 차 주세요."
아이들이 면접관인 면접은 처음입니다. 인터넷으로 사례를 찾아봐도 아이들이 직접 면접관이 되어 진행되는 면접은 드물었습니다. 어떤 질문이 나올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고,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생각해 볼 수 없어서 더욱 긴장이 되었습니다. 면접실로 들어가니, 아이들이 제법 면접관처럼 의젓하게 앉아 있습니다. 아이들이 면접관이어서 어색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진중한 분위기에서 면접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 간단한 질문들로 시작해서 자신 있게 대답하며 자신감이 붙었을 때 즈음, 불쑥 들어온 한 질문에 당황했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일본어 잘해요?"
"음.. 간단한 것은 할 수 있어요."
"어떤 거요?"
"오히사시부리! 오랜만이에요."
"쓸 줄도 알아요?“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일본어를 오래 전에 배워서 그런지 히라가나가 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히사시'까지 쓰고 '부리'를 쓰지 못했습니다. 뒤이어 아이들이 계속해서 질문을 했습니다. 잘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어서 솜씨는 서툴지만 꽃도 그리고, 종이로 비행기도 만들었습니다. 면접 질문들이 간단해 보여도 저에게는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면접이 끝나고 나니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못해도 잘 한다고 할 걸. 뭐든 다 해볼걸.’
왜 아이들이 직접 면접을 진행하지? 아이들이 뽑는 것이 과연 공정할까? 처음에는 이상하고 어색하게만 느껴졌는데 면접이 끝나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어른들을 과연 놀이에 껴 주었을까? 아이들이 직접 만나 선택한 선생님이라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놀이에 낄 수 있겠구나.’ 면접 당시에 아이들이 저에 대해 질문해 주었을 때 , 저도 자연스럽게 아이들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어쩌면 사소한 질문들일지 몰라도 그 사소한 질문과 관심이 아이들을 더 알고 싶어지고 친밀하게 해준 것 같습니다. 얼른 아이들을 다시 만나서 오늘 나누지 못한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습니다.
임희수
이번 여름방학동안 실습하기 위해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의 실습을 신청하고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 실습이기는 하지만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면접을 볼 때, 열심히 노력하고자하는 모습을 어필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질문을 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면접이 진행되어서 부담감을 덜 수 있었고, 좀 더 편하게 질문에 답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면접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어쩔 수 없지만 후회 없이 할 일을 다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면접이 끝나고 난 뒤에 정우랑 팀장님께서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에서도 당사자 면접은 실습에서 새로운 시도였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직접 실습생을 뽑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에게 직접 실습생을 뽑을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 왠지 기존의 틀을 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느낌이 새로웠습니다. 좋은 시간이었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장시훈
이번 면접에서 아이들이 저희를 직접 뽑았습니다. 성인에게는 서비스를 선택하거나 사람을 뽑는 일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서비스를 직접 선택하고 사람을 뽑는 과정이 흔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이 필요한 사람을 판단하거나, 선택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사람을 살펴보고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을 직접 뽑는 것이 아이들에게 당연한 일인 것을 느끼게 해준 면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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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7.04 13:13
첫댓글 정우랑 선생님, 그립습니다.
올해 여름활동 준비하여 정우랑 선생님 이 기록을 다시 읽어요.
고맙습니다.